나토와 안보 협력 제도화 연장선서 '우크라 평화' 지지 강력한 메시지
참상 확인 계기 '인도적 지원→군수 물자 지원 확대' 관측 나올 수도
66조 재건사업 선점 차원도…"전시 협력·재건 협력 논의할 사항 많아"
尹, 우크라 방문으로 '자유·연대' 재천명…재건 협력 의지도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함으로써 '자유와 연대'라는 한국 외교의 지향점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2년 연속 참석한 데 이어 자유 진영 '최전방'인 폴란드를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한 채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것 자체가 국제 사회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 연대와 지원을 통해 향후 천문학적 규모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의미도 있다.

尹, 우크라 방문으로 '자유·연대' 재천명…재건 협력 의지도
◇ '글로벌 안보 협력' 연장선…尹, 고심 끝 결심
극적인 우크라이나 방문은 윤 대통령 본인의 최종 결심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폴란드에서의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논의를 거치면서 고심 끝에 우크라이나 직접 방문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현재 전시 상황에서의 협력 문제, 향후 폴란드를 포함한 재건 과정에서의 협력 문제, 구체적으로 별도로 논의할 사항이 많이 식별돼 이번 회담이 필요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측의 방문 요청과 관련, "국제사회의 초미의 과제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대한민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깔린 것이고, 그것을 담은 요청이라고 저희는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경호와 안전 문제, 방문 필요성 등을 놓고 고심 끝에 입장을 정했고, 윤 대통령이 결심해 방문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순방 기간을 연장하고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것은 갑작스러운 일처럼 비쳤지만, 그간의 일정과 메시지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됐던 수순인 측면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파트너국 정상 자격으로 자리한데 이어 올해 2년 연속 참석했다.

특히 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 체결로 나토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제도화함으로써 글로벌 안보 협력에 깊숙이 발을 담갔다.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정상화로 전임 문재인 정부와는 차별화된 외교 노선을 밟아오던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대서양 안보와 태평양 안보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말로 그 지평을 유럽까지 확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국제 사회의 연대에 동참하겠다며 나토의 우크라이나 신탁기금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회의 기간 유럽 13개국 정상들과 개별 양자 회담을 할 때마다 우크라이나가 조속히 평화를 회복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자고 뜻을 모으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방문은 그 연장선에 있었던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지난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첫 양자 회담을 갖고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우크라이나 측 요청대로 지뢰 제거 장비, 긴급 후송 차량 등을 추가 인도적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민간인에 대한 대량 학살 등을 전제로 한 무기 지원 가능성도 열어뒀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의 참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만큼 전황에 따라 조만간 군수 물자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尹, 우크라 방문으로 '자유·연대' 재천명…재건 협력 의지도
◇ 66조 전후 우크라 재건 사업 '선점' 계기 관측
한국 기업들의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을 돕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가장 어려울 때 돕고 지지를 보내야 나중에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때 조금이라도 더 큰 '파이'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한국이 그동안 지켜온 원칙 하에 포괄적이고 구체적으로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에 돕고 또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제2의 마셜플랜으로도 불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선점하기 위해 물밑 각축을 벌일 정도로 초대형 규모다.

막대한 전쟁 피해를 고려할 때 '다시 짓는'(리빌딩) 것을 넘어 '새로 짓는'(뉴빌딩) 수준에 이를 전망으로, 그 규모가 장기적으로 2천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분야도 단순히 건설뿐 아니라 원전, 교통 인프라, 통신, 스마트 시티 등이 첨단산업이 총망라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이 1조2천억 달러라고 얘기한 적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산정하지 못한 추가 소요가 발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한국의 민간·공공기관 참여 규모는 최소 520억 달러(약 66조 원)에 이를 것으로 대통령실은 내다보고 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 정부 간 협력 창구를 통해 200억 달러 규모, 5천여 개 재건 프로젝트 등에 대해 우리 기업의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간 주도의 재건 사업은 소형 모듈 원전(SMR), 공항 재건, 건설 기계, 철도 차량, 정보기술(IT) 등 분야의 약 320억 달러 규모"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재건의 허브가 될 것이라는 데 착안,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재건 협력을 핵심 의제로 다룬 바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대규모 재건 사업 수주를 노리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이라는 해석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일상 회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재건 사업 참여 의사를 피력하라는 주변 건의에 대해 "전쟁 중인 나라에 어떻게 그렇게 하겠느냐"고 반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尹, 우크라 방문으로 '자유·연대' 재천명…재건 협력 의지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