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재개발 상가 "20억도 씨말라…노후 빌라 노려라"
개발 호재에 토지허가제 겹쳐 상가주택 매물 실종
빌라도 15억 전후는 소진 … “투자금 8억~10억은 있어야”
대표 구역은 1지구 … 역세권에 서울숲 가까워 최고가
“직접 거주할 필요가 없는 상가주택은 20억원대도 씨가 말랐다. 실거주를 안 한다면 10억원이 있어도 성수전략정비구역에 진입하기는 어렵다고 봐야한다”
지난 18일 만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공인중개사는 성수전략정비구역 내 매물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말 서울시가 정비계획 변경안을 발표하고 사업이 본격화화면서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서다. 특히 일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규모가 작은 상가주택이 인기다. 20억원 전후에 나오기가 무섭게 가계약금이 들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성수동 J공인 관계자는 “성수 재개발에 투자하고 싶다면 상태가 상대적으로 좋은 아파트나 빌라를 골라 실거주하는 게 가장 가성비도 좋고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재추진되는 성수재개발 최고 70층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성동구 성수동1~4가 한강변에 있는 재개발 구역이다. 총 8200여 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2007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2009년 오세훈 시장 재임시절 최고 50층 규모의 단지로 재개발이 추진됐다. 하지만 이후 ‘35층 룰’에 막혀 사업이 멈춰서 있었다.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오른 것은 지난달 27일 서울시가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1~4구역 재개발 정비계획 변경안’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개발사업 재추진의 신호탄으로 읽힌 시점이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일대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일대
‘돌아온’ 오 시장이 내놓은 변경안에 따르면 혁신건축물 등 도입에 따라 70층 이상 건물도 지을 수 있다. 최고 50층 이하(평균 30층 이하) 기준을 폐지하고 ‘도시·건축 창의·혁신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상지 전체를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해 건폐율·용적률 완화, 유연한 높이 계획을 적용할 수 있는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했다. 인근 랜드마크인 '트리마제'(47층, 157.1m)와 '아크로서울포레스트'(49층, 199.98m)를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다.

사업성도 좋아진다. 기존안 대비 획지 면적은 약 5만㎡ 확대하고, 순부담률(공공시설 기부채납 비율)은 약 10% 축소했다. 가구수는 기존 대비 9% 이상 늘려 사업성을 높이기로 했다.
성수 재개발 상가 "20억도 씨말라…노후 빌라 노려라"

4지구 매력 각양각색 1지구가 역세권 대장

성수 재개발 사업은 총 4개 지구로 나눠져 조합별로 건축심의를 받고 있다. 가장 관심이 높은 사업 지역은 1·4구역이다.

1구역은 부지면적(19만4000㎡)이 가장 넓다. 공급 물량 2909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이 2414가구에 달한다. 지구 내 가장 많은 물량이다. 수인분당선 서울숲역이 가깝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뚝섬역 역시 도보 10~15분 거리에 있다. 4개 구역 중 서울숲과 거리도 가장 가까워 개발이 마무리되면 랜드마크 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성수 재개발 상가 "20억도 씨말라…노후 빌라 노려라"
4구역은 8만9828㎡로 규모가 가장 작지다. 하만 조합원 비율이 낮아 사업성이 높다. 저층까지 한강 조망이 가능해 한강조망 비율도 가장 높을 전망이다. 강남으로 진입하는 영동대교에 인접해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2구역은 총 13만1980㎡에 1907가구가 조성된다. 강변북로 지하화가 현실화될 경우 한강수변공원 수혜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4개 구역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느렸지만 속도가 비슷해졌다.

3구역은 총 11만4193㎡ 부지에 1852가구 신축 단지로 탈바꿈한다. 구역내에서 매물가격이 가장 싸다.

개발이 가시권에 들자 매물 가격은 3.3㎡당 1억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성수동1가의 한 다가구주택 전용 67㎡는 지난달 20억원에 손바뀜했다. 3.3㎡당 1억원 수준에 거래된 것이다. 현재 매물로 나온 다가구주택이나 빌라 가격도 3.3㎡당 1억원 수준이다. 한 공인중개 대표는 “14억이었던 매물이 정비계획 변경안 발표 하루 만에 17억원으로 뛰기도 했다”며 “발표 직후 일주일 동안에만 수십건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구역별로 매물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1지구다. 투미부동산컨설팅에 따르면 최저 18억원부터 매물이 있다. 대출을 제외한 실투자금 12억~15억원 선으로 전용 84㎡를 신청할 수 있다. 2지구는 성동상가 아파트 16억 등 초기투자금 8억부터 가능한 물건도 있다. 전반적으로 서울시 발표후 지구내에서 15억 전후의 매물(빌라 23.1㎡~26.4㎡기준)은 소진됐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성수 재개발 상가 "20억도 씨말라…노후 빌라 노려라"
전문가들은 저렴한 빌라나 단독주택 실거주가 가능한 아파트 매물을 추천한다. 단독주택의 경우 실투자금 10억~14억원 선에서 진입이 가능하다.

다만 실거주가 어려운 경우 투자에 제약이 많다. 상가주택 등은 규모가 워낙 큰 데다 그나마 가격대가 낮은 매물은 이번 변경안 발표를 계기로 모두 소진됐거나 다시 들어갔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앞서 2021년4월부터 이 지역을 토지거래하가구역으로 묶었다. 토허제 지역에선 주택, 상업 건물을 매수할 때는 실거주나 기업 운영을 해야 한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택의 경우 실거주가 필요해 상가주택 등 근생 매물로 투자가 몰린다”며 “최근 20억짜리가 나오자마자 가계약금이 들어가는 등 최소 30억 이상의 매물만 있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시세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거주와 투자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한신아파트 강변현대아파트 임광아파트 등 아파트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가격대가 낮은 노후 빌라 등을 구입하고 전입신고만 한 채 실거주를 하지 않는 투자자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수 재개발 상가 "20억도 씨말라…노후 빌라 노려라"
정비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시민의 한강 접근성도 크게 개선된다. 서울시는 과거 정비계획안에서 강변북로 자체를 지하로 파서 새로 짓겠다는 구상을 버리고 그 위에 덮게 공원을 만들기로 했다. 수변공원을 강변북로보다 높여 입체적으로 조성하고 단지와 연결된 새로운 석양 명소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이를 위해선 4개 지구가 거의 동시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계획안에선 먼저 강변북로를 지하화한 480m 구간 상부와 기부채납한 토지 등을 이어 서울숲과 뚝섬유원지를 연결하는 1㎞ 띠 모양의 대형공원을 만들도록 돼 있었다. 4개 지구의 사업속도가 차이가 나게 되면 지하화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