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성과급이 좋을까, 분기마다 성과급이 좋을까
최근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성과보수체계를 대폭 손질한다고 발표했다. 가격(금리) 경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이자수익의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나치게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을 견제, 감시하기 위한 조치다.

성과급은 운영목적과 지급주기에 따라 크게 단기성과급과 장기성과급으로 나뉜다. 국내 기업들은 장기보다는 일년 단위 단기성과급을 주로 운영한다. 한해 동안(회계 주기가 일반적)의 성과목표를 달성한 경우 성과의 일부 또는 목표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연 1회 성과급 지급 방식이 대부분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조치에서도 성과급 지급 빈도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특히 임원의 성과급을 여러 해에 걸쳐 나눠서 지급하는 이연지급 방식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연 지급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상향하고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장기성과를 보다 강조하고자 한다.

이런 와중에 성과급을 이연 지급하는 것과는 반대로, 성과급 지급주기를 짧게 줄이는 방식을 고민하는 기업도 최근 눈에 띈다. 년 단위로 지급하던 성과급을 반기 또는 분기별로 나눠 지급하는 걸 고려한다. 이들은 왜 이런 변화를 고민하는 것일까?

#1. 즉각적인 동기부여

성과평가는 오랜 기간 비슷한 방식이 이어져 왔다. 일년에 한번 목표를 설정하고 연말에 평가하는 방식이다. 평가결과에 따라 높은 평가등급을 받은 직원에게 보다 많은 보상을 주는 동기부여 방식을 취했다. 이러한 성과평가 방식은 2010년대 들어서 변화를 보인다. 매년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시각각 변하는 업무환경에 맞춰 그때 그때 목표를 수립하고 업무결과를 리뷰하는 방식이 크게 부상했다. 잦은 성과 코칭과 피드백이 업무에 보다 도움된다는 전제 하에 빈번하고 지속적인 성과 검토를 강조하는 추세다.

이에 성과급 지급 시점도 성과평가 변화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된다. 변화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요즘, 구성원에게 기존보다 유연하고 발빠르게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이에 보상 측면에서는 같은 금액의 돈을 들이더라도 즉각적인 동기부여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보상방식을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일과 성과평가, 그리고 보상을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해 적시에 동기부여를 하겠다는 의도다.

#2. 직원 이탈 방지

이번 달에 성과급을 받았는데, 앞으로 3개월만 더 기다리면 또 다른 성과급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퇴사를 고민하는 직원이라면 회사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을까? 구성원의 이탈 방지에 골머리을 앓고 있다면 먼저 이들의 속마음이 어떠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머서의 2022년 Inside Employees' Mind 연구에서는 "지금 열심히 일하고 미래에 행복을 얻자"에서 "지금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삶을 살자"로 일과 직장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고 말한다. 특히 2021년 근로자의 관심사 9위였던 ‘월 생계비 충당’이 2022년에는 1위로 올라선 점에 주목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다 자주 성과급의 기회를 제공할수록 직원들의 마음을 얻고, 이들을 회사에 더 오래 머물러 있게 할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 초 미국 테크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인재 이동이 잦았던 시기에, 직원 유지율을 높이기 위해 스톡옵션 기회를 보다 자주 제공하는 방식을 고민했다. 테크기업들은 스톡옵션에 월별 행사권한을 도입하여 구성원에게 보상 혜택의 기회를 늘렸다. 이는 우수인재 이탈 방지에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성과급 지급 시기를 반기나 분기로 줄이는 방식이 인재유지의 근본적인 보상방안이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보다는 다년간의 성과목표와 연계하여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이 인재 유지에는 보다 효과적이다.

#3. 성과창출 방식과 보상간의 가시성 개선

최근 성과급 관련한 주요한 이슈는 구성원의 수용성이다. 어떤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 달라는게 요즘 세대의 목소리다. 그러나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경영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많은 조직에서 연중 내내 매출과 수익 추정치를 수정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납득하고 신뢰할 만한 일년 단위 성과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에 성과급 지급 기준으로 사용하는 성과목표 기간을 일년이 아닌 반기 또는 분기로 줄여 구성원의 수용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을 고려해볼 만하다.

성과급을 분기마다 지급할 경우, 1분기에서 3분기 동안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4분기에 성과를 망쳐 연간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는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이에 소매유통업이나 패션업 등 계절적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일부 기업에서 성과급 지급 주기를 분기나 반기로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직원에게 더 자주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은 분명 이점이 있다. 반면 동일한 방식을 임원에게 적용하는데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경영진과 임원의 단기적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물론 이러한 우려는 과장일 수도 있다. 분기별 실적은 투자자의 주요 관심사이며 성과급을 자주 지급하는 것은 이러한 관심사와 일치한다. 또한 경영진과 임원에게 장기보상 플랜을 함께 운영해 장단기 목표 추구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을 장려할 수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와 이사회는 경영진이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집중하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이에 단기성과급의 지급 주기를 짧게 하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성과목표(지표)의 측정 가능성도 중요한 고려요소다. 일부 성과목표의 경우 데이터의 수집과 검증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성과급 지급주기가 짧으면 자칫 확정되지 않은 성과를 기반으로 성과급을 지급할 위험이 있다. 이런 경우 연간으로 성과급을 운영하는 방식보다 지출 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분기별 실적과 연간 실적을 조정할 수 있도록 연말까지 성과급의 전부 또는 일부 지급을 보류하여 위험을 완충하는 장치를 고려해 볼만하다.

마지막으로 분기 또는 반기별 성과급이 동기부여를 할 만큼의 의미있는 양이 될지를 점검해야 한다. 기존에 연간 총 성과급 재원이 충분치 않았다면 이를 반기 또는 분기별로 나눌 경우 구성원에게 한 번에 지급하는 성과급 금액이 매우 적을 수 있다. 성과급 지급액이 직원을 동기부여하고 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될 만큼 매력적인 양인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변화의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해 온 성과급 방식'만이 최선일 수는 없다. 년 단위 지급하던 성과급을 짧은 주기로 지급하면, 즉각적인 동기부여, 인재 이탈 방지, 일하는 방식과 보상간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성과급 지급주기 변화는 단순히 지급 날짜와 횟수 변경의 문제가 아니다. 일하는 방식과 동기부여에 대한 철학의 변화를 의미한다. 변화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세심하게 변화를 설계할 때, 구성원을 납득시키고 이들의 행동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 / HR컨설팅 서비스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