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준 ‘준지’ CD가 1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정욱준 ‘준지’ CD가 1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패션계의 전설’ 칼 라거펠트가 사랑한 브랜드, 꿈의 남성패션 무대 ‘피티워모’의 첫 번째 한국인 게스트 디자이너….

국내 톱 디자이너 정욱준 삼성물산 패션부문 ‘준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정 CD는 그의 이름을 딴 패션브랜드 준지로 2013년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이 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2024년 봄여름 컬렉션’을 선보이고 귀국한 그를 16일 서울 강남구 준지 사무실에서 만났다.

세계가 주목하는 준지

“이제는 세계 패션계에서 준지가 어떤 브랜드인지 다 알게 됐죠. 컬렉션마다 더 개성 있고, 더 환상적인 패션을 선보이는 게 과제입니다.”

파리의상조합 정회원 자격이 있는 국내 브랜드는 준지와 ‘우영미 파리’ 두 개뿐이다. 파리컬렉션을 주관하는 단체인 파리의상조합은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디올 등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속해 있다. 정회원이 되려면 기존 회원 중 두 개 이상의 브랜드로부터 추천받고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야 한다.

정 CD는 한국 패션계에 의미 있는 행적을 그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 파리패션위크에 처음 등장하자마자 르피가로로부터 ‘주목받는 디자이너’에 꼽혔다.

준지가 세계 최대 남성패션 축제 ‘피티워모’에 2016년 초청받은 것도 국내에선 첫 번째 사례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리는 이 무대는 톰 브라운, 겐조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남성복 디자이너들이 거쳐 갔다. 정 CD는 “시작부터 세계 무대로 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패션업계가 준지를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기업과 손잡은 후에도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인정받는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정 CD는 초창기 삼성패션디자이너펀드 지원으로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2012년 이서현 삼성복지재단이사장(당시 제일모직 부사장)이 손을 내밀어 삼성물산에 합류했다. 그는 “삼성과 손잡은 후 전문가 집단의 체계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매주 매출 보고 받는 이유

정 CD는 “예술도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할 수 없다”며 “컬렉션 디자인이 나오는 순간 상업적으로 어떻게 변주할지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매주 준지의 매출 동향을 보고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준지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그의 꿈은 한국에서도 전통 있는 럭셔리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조명, 인테리어, 뷰티까지 영역을 넓히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정 CD는 “에르메스처럼 역사를 지닌 럭셔리 하우스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100년 이상 전통을 이어갈 기반을 닦고 후배들이 계승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