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며 글로벌 채권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은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왔다는 전망이 많아지고 있다”며 “장기채 ETF에 투자할 만한 시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그래픽=허라미 기자

금리 하락 시 채권 ETF 수익률은 상승

미국의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3.0%였다. 월가 전망치인 3.1%를 밑돌았다. 지난해 6월 9.1%로 최정점을 찍은 뒤 1년 만에 3분의 1토막이 났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가장 주목하는 통계로 알려진 근원서비스 물가는 0.01% 하락해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도매물가를 가늠할 수 있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0.1%로 시장 예상치인 0.4%를 밑돌았다. 인플레이션이 통제되지 않는다고 비판적 발언을 해 온 빌 더들리 전 뉴욕연방은행 총재도 “7월이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 상승세가 멈출 것이란 예상이 나오며 장기채 ETF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강해지고 있다. 통상 채권 시장금리는 중앙은행 금리의 움직임을 6개월~1년 선행한다. 향후 기준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강해지면 채권 금리가 미리 떨어진다는 의미다.

최근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완화→기준금리 인상 중단 예상→채권 금리 하락’이라는 사이클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올해 4월 초 3.5%에서 7월 초 4%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한국 30년물 국채 금리도 지난 4월 3%대 초반에서 이달 초 3.7%까지 올랐다가 이후 하락하고 있다. 윤선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스인플레이션 시대가 기정사실화하면서 채권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에 투자하는 ETF 가격은 상승한다. 특히 투자하는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가격 변동성이 크다. 같은 종류의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도 금리 하락이 나타난다면 5년물 ETF보다 30년물 ETF의 수익이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장기채 ETF를 분할 매수해 나가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기채 ETF에 ‘뭉칫돈’

최근 들어 자산운용사들은 금리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아지자 발 빠르게 장기채 ETF를 내놓고 있다. 국내 장기채에 투자하는 ETF로는 ‘ARIRANG 국고채30년액티브’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등이 있다.

한발 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채권 ETF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 3개월 사이 ARIRANG 국고채30년액티브에 2188억원이 순유입됐고, TIGER 국고채30년스트립액티브와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에도 각각 904억원, 628억원이 들어왔다.

채권 가격 인상을 예상하지만 변동성을 조절하고 싶은 투자자라면 ‘KOSEF 국고채 10년’ ‘ACE 국고채 10년’ ‘SOL 국고채10년’ 등 10년물 ETF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

미국 장기채 ETF 역시 다수가 국내에 상장돼 있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ACE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H)’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H)’ ‘SOL 미국30년국채액티브(H)’ 등이 상장돼 있다. 한국물에 투자하는 ETF보다 가격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 장기채 ETF로도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지난 3개월 사이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에 1650억원이,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에 1023억원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