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무대 오른 사라 오트…그 발끝에서 베토벤이 울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KBS교향악단과 협연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연주
반짝이는 터치, 대범한 페달 운영
지휘 맡은 라이프, 입체적 곡 해석
국내서 듣기 힘든 곡 무난히 소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연주
반짝이는 터치, 대범한 페달 운영
지휘 맡은 라이프, 입체적 곡 해석
국내서 듣기 힘든 곡 무난히 소화

알리스 사라 오트는 명료하고 감각적인 터치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시작했다. 매 순간 반짝이는 터치였다. 때로는 베토벤 음악의 구조 그 자체보다 스스로가 느끼는 표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2악장을 시작하는 방법은 아주 효과적이었다. 1악장이 끝나고 지휘자는 한참을 지휘봉을 허공에 두고 있었고, 협연자는 침묵 속에서 그대로 2악장으로 나아갔다. 마치 시간이 멈추고, 피아노만 홀로 무대에 있는 것 같았다. 이날 공연에서 베토벤의 가장 깊은 내면까지 갔던 순간이기도 하다. 단순히 여린 음악들이 잘 표현된 걸 넘어서 음악들 사이의 침묵이 효과적으로 연출됐다. 소리를 가진 음들보다 오히려 침묵이 그 정서를 만드는 데 더 큰 역할을 했다. 적절한 침묵 속에서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2부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되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덕분에 더욱 위력적으로 들렸다.
말러나 브루크너의 음악도 연주하기 무척 까다롭지만, 국내 오케스트라의 무덤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라고 생각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처럼 온갖 두꺼운 소리들이 아주 여린 소리들과 균형을 맞추고, 또 그 질서를 단단히 잡고 있어야 하는 작품은 더욱 그렇다. 그 어떤 오케스트라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자주 연주하는 천하의 빈 필하모닉조차 작년 내한 공연 당시 완벽한 연주를 보여주진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KBS교향악단의 공연은 자신들의 기량을 웃돈 공연이었다. 물론 ‘과학에 관하여’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설계해둔 푸가가 온전히 드러나지 못하기도 했고, 후반부에선 앙상블이 불안했지만. 하지만 중요한 건 국내에선 듣기 힘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입체적인 음향을 실연으로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만으로도 특별한 공연이 아니었을까.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