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법조인만 법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째임에도 경력 많은 법조인이 판사 지원을 꺼리는 것은 경제적 보상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봉에 지방근무 못해"…경력 법관 지원 꺼린다
16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이 단체가 지난달 회원인 변호사 103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경력법관 지원을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로 ‘급여 등 경제적 보상이 불충분해서’(3667점)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변협은 경력법관 지원을 저해하는 요인 여섯 개를 제시한 뒤 회원들이 항목별로 매긴 순위를 점수화했다. 1위가 5점이며, 순위가 한 단계 내려갈수록 1점씩 차감하는 방식이다.

2위로 꼽힌 이유는 ‘원하지 않는 지역에서 근무할 가능성’(3157점)이었다. 복잡한 임용절차(2972점), 업무 과중(2865점), 경직적인 법원 조직문화(2230점) 등이 뒤를 이었다.

경력법관에 지원하는 동기로는 ‘판사직에 따르는 명예’(4193점)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판사직 수행에 따르는 보람’(3969점),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생활’(3550점) 등 순이었다. 경력법관에 적합한 법조계 경력 기간에 대해선 설문 참여자 중 37%가 ‘5년 이상’이라고 답했다. ‘10년 이상’이라는 응답자는 31%였다.

경력법관으로 임용된 판사의 재개업과 현행 수임을 제한하는 조치에 대해선 응답자의 77.7%가 ‘재개업 제한 또는 수임 제한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42.6%는 ‘재개업 제한과 수임 제한의 강화 모두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법조일원화 제도에 따라 임용되는 법관들이 퇴직 후 변호사로 재개업할 경우 전관예우 폐해가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는 회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