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번 주 워싱턴DC에 모여 정부와 중국 관련 정책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반도체 업체들은 대중국 수출 통제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와 블룸버그는 1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과 퀄컴, 엔비디아 등의 CEO가 워싱턴DC에서 미국 관리들과 회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CEO들은 시장 상황과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 등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CEO들이 정확히 누구를 만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회의는 미·중 갈등으로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중국 사업에서 보는 손실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열리는 것이다. 인텔과 퀄컴은 2022년 기준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중국 비중이 미국과 대만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가 작년 10월에 내놓은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의 직접적 대상이 됐다. 인공지능(AI) 기기에 쓰이는 A100과 H100 등 고성능 반도체 수출이 막히면서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은 2021년 71억달러에서 작년 57억달러로 20%가량 급감했다.

반도체 기업 CEO들은 이번 회의에서 반도체 수출 관련 규정을 강화할 경우 예상되는 업계 영향을 정부 관리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들은 중국 시장 매출이 줄어들면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감소하고, 이는 결국 첨단기술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약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는 AI와 슈퍼컴퓨터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 및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정부는 수출 통제의 보완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수출 통제 대상을 저사양 반도체까지 확대하고, 첨단 반도체를 적용한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중국 기업의 접근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대한 반도체 판매 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이런 강화 조치는 새로운 AI 반도체를 준비하고 있는 인텔과, 화웨이에 반도체를 판매하는 퀄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