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제3국 간섭을 배제하고 관계 회복을 추구하자”고 촉구했다.

‘제3국 간섭 배제’라는 표현을 통해 한·미·일 밀착을 통한 중국 포위를 경계했지만, 방점은 올 들어 급속히 냉각된 한·중 관계 회복에 찍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은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박 장관과의 고위급 양자 회담에서 “한·중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어 멀어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며, 경제적 상호 보완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대한 중국의 선린우호 정책은 지속성과 안정을 유지하며 제3자를 겨냥하거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한·중 관계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잘 진행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이날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 도중 만나 약 45분간 회담했다. 왕 위원은 “우리는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한국 측과 함께 ‘화이부동’(和而不同·화목하게 지내지만 같아지지는 않음)의 군자적 도리를 추구하고 소통을 강화하며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 궤도에 올려놓을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동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설화’ 사태 등으로 얼어붙은 한·중 관계를 양국이 회복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박 장관은 회담에서 왕 위원에게 ‘대사의 목적은 관계 발전을 유지하는 것이며 화제가 돼선 안 된다’며 싱 대사 처신 문제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양국의 공식 발표에선 협력과 소통 측면을 부각하고 갈등 요소는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왕 위원은 양국 관계를 정립하는 데 있어 미국 등 제3국이 개입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왕 위원은 같은 날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이 지역(동남아시아 등 아시아·태평양지역)은 군비 경쟁이 필요하지 않으며 집단 간 대항을 해서는 안 된다”며 아·태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도모에 반대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