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쟁의 행위로 16일 인천과 베트남 호찌민을 오가는 국제선 왕복 항공편이 결항됐다. 조종사노조가 지난달 7일 쟁의에 들어간 뒤 국제선에서 처음 발생한 결항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민 이동권을 볼모로 잡은 집단 이기주의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7시35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호찌민에 11시5분(현지시간) 도착할 예정이던 OZ731편이 결항됐다고 지난 15일 승객들에게 공지했다. 이날 낮 12시5분 호찌민에서 출발할 예정이던 OZ732편도 함께 결항됐다. 이들 항공편엔 각각 125명, 171명의 승객이 탑승할 예정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자사 후속편과 타사 항공편을 안내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노조 쟁의로 15일까지 국내선 8편이 결항됐고, 국제선 35편과 국내선 19편이 지연됐다.

10%대 임금 인상을 요구한 노조는 2.5%를 제시한 사측과 지난해부터 임금 협상을 벌였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지난달 7일 1차 쟁의에 들어간 뒤 14일 2차 쟁의 행위를 시작했다. 쟁의는 파업 전 단계로, 근로규정을 준수한 가운데 항공기 출발·도착시간 지연 등 실력 행사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노조가 예고대로 24일 파업하면 항공편 결항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름 휴가철인 만큼 승객 피해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은 2005년 후 18년 만이다. 이번 파업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파업으로 인한 매출 감소가 재무구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현재 2000% 이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노조 구성원 전원은 고소득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남성 운항직(조종사) 평균 연봉은 1억2500만원이다. 올 1분기엔 인당 평균 3581만원을 받았다. 회사는 “코로나19 기간 국민 혈세로 회사를 보전할 수 있었다”며 “국민 안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쟁의 행위를 멈추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