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욕·LA 조야 두루 접촉…260만 교민사회와 '달라진 韓 위상' 교감
캠벨, 與 대표단 백악관 초청 이례적 브리핑…"한국에 대한 신뢰 보여준 것"

김기현 대표가 이끈 국민의힘 대표단은 지난 10일부터 16일(이하 현지시간)까지 미국을 동서로 횡단하면서 '70년 한미동맹'을 다졌다.

5박7일 동안 워싱턴 D.C, 뉴욕, 로스앤젤레스(LA)를 차례로 방문하면서 백악관과 국무부, 상·하원, 싱크탱크 등 미국 조야 인사들을 두루 접촉했다.

또 260만 재미교포가 주로 밀집한 이들 세 도시에서 교민사회와 기업인들의 목소리도 듣는 등 총 30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예정에 없던 '백악관 브리핑'은 이번 방미 성과를 압축해서 보여준 장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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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벨 "지금 백악관으로 와달라"…40분간 대표단에 '北 ICBM' 브리핑
방미 사흘째인 12일 주미 한국 대사관 측에서 대표단에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캠벨 조정관이 지금 백악관으로 와 달라고 합니다"
방미 대표단이 워싱턴을 떠나기 직전 일어난 돌발 상황이었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아시아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인사다.

대표단은 그 전날(11일) 캠벨 조정관과 시내 호텔에서 조찬 간담회를 했다.

그가 하루 전 만난 상대를 다시 보자고 하는 일도, 외부가 아닌 백악관에서 만나자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김 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 강민국 수석대변인이 백악관으로 가 캠벨 조정관을 약 40분 동안 만났다.

캠벨 조정관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 도발 관련 상황을 대표단에 브리핑하면서 "한미가 더욱 공고하게 안보동맹을 강화해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단은 브리핑 내용보다 그 자체에 의미를 뒀다.

대표단이 워싱턴에 언제까지 머무르는지 기억하고, 발생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도발 상황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두터운 신뢰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단은 뉴욕행 열차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 내용을 전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한국과 즉각적으로 공조·대응할 테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이는 예전보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대표는 귀국 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에게 "캠벨 조정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 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입장이 무엇인지 전달하고 미국 측 의견도 청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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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국빈 방문 3개월 만에 미국 찾은 與…"한미, 가치동맹으로 업그레이드"
대표단 방미는 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 이후 약 3개월 만에 이뤄졌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시 도출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설치 등 '워싱턴 선언'의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을 더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었다.

11일 만난 대표단과 캠벨 조정관은 한미동맹이 NCG를 계기로 한 단계 올라갔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김 대표는 "한미가 단순한 안보 동맹으로서가 아니라 산업 동맹, 경제 동맹, 미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캠벨 조정관은 "한미일이 힘을 합쳐 자기들이 생각하는 뜻을 펴나가는 데 윤 대통령이 상상할 수 없는 리더십을 발휘해 놀라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2일 미 하원 코리아코커스 의원들과 만나서는 "북한의 도발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게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더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표단은 동맹 강화를 역설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도 신경 써야 하는 한국의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고 이해를 구했다.

김 대표는 캠벨 조정관에게 "경제적 문제에서 우리는 중국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캠벨 조정관은 "나도 이해한다.

미국 입장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정무차관과의 면담에서도 "한국 경제와 기업은 중국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한국이 대중 관계에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뉼런드 차관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귀국 후 취재진과 만나 "캠벨 조정관에게 이번주 서울에서 개최될 핵협의그룹(NCG) 관련 우리 당 입장도 명확히 전달했다"며 "핵협의그룹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통해서 핵을 기반으로 한 한미동맹이 확실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는 요구를 명확하게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뉴욕에서는 유엔(UN)을 방문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을 만나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강력한 제재를 당부하고, 유엔의 인권 관련 고위 인사를 만나 북한 인권에 대한 유엔 인권위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과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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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단 "동포청 설치, 약속 지킨다"…교포들 "미국 내 위상 달라져"
대표단은 워싱턴, 뉴욕, LA에서 재미교포들과 현지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경제인들을 빼놓지 않고 만나 이들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워싱턴에서 열린 동포 정책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윤석열 정부 재외동포청 공약 이행을 거론, "(그동안) 말뿐이고 실천이 잘 안됐다"며 "윤 대통령은 당선 1년 만에 그 약속을 지켰다"고 했다.

당 재외동포위원장인 김석기 의원은 2021년 12월 워싱턴을 방문해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 감사 인사를 하러 꼭 오겠다"고 약속했던 일을 상기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당선인 신분이던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약속했으면 가야 한다"고 해서 미국을 다시 방문한 적이 있다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은 여러분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앞으로도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 재미교포는 연합뉴스와 만나 "한미관계가 개선되고 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미국에서 동포들이 체감하는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단은 13일 뉴욕에서 주미한국상공회의소(KOCHAM) 기업인들과 만나서는 이들의 숙원인 '전문직 비자' 발급 확대가 성사되도록 돕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기업인들이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비자 문제가 걸려 기업 정상 가동까지 어려울 지경"이라고 호소하자, 김 대표는 동행한 의원들에게 "귀국해서 정부와 해법을 강구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