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정부 지출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로 불어난 재정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내년에 정부 지출을 전년 대비 42억유로(약 6조원) 삭감한 4288억유로 규모의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정부 지출을 전년보다 삭감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프랑스 정부 지출은 3560억 유로에 달한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예산 장관은 블룸버그에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감소율은 3.5%에 이른다"며 "필요 없는 곳에 지출을 줄이고, 꼭 써야 할 곳에 지출을 늘리겠다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재정적자 해소 위해 군살 빼기 나선다
프랑스 정부는 에너지 비용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며 정부 지출을 줄였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치솟은 에너지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정책을 폐지한 것이다. '공공 에너지 서비스' 정책에 할당된 지출 규모를 종전 217억유로에서 77억유로로 축소했다.

프랑스 정부는 민간 임대사업자가 신축 건물을 임대목적으로 매입하면 소득세를 감면하는 '피넬' 제도도 개편한다. 임차인에게 제공하던 무이자 대출 프로그램도 축소할 방침이다.

정부 지출 삭감에 나선 배경엔 유럽연합(EU)의 재정 개선 목표가 있다. 지난달 프랑스를 비롯한 독일 등 주요국 재무장관은 역내 재정 규칙을 정비하기로 합의했다. 회원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중을 3% 밑으로 낮추고, 정부 부채 한도는 GDP의 60%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게 골자다.

프랑스는 코로나19가 터진 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중은 급격히 불어났다. 2017~2019년 재정 적자 비중은 평균 3% 미만을 밑돌았지만 2020년 9%로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원금을 확대하면서 재정적자도 늘어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을 임기 내 3% 아래로 낮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4.9%로 추산되는 재정적자 비중을 내년에 0.5%포인트 줄여야 한다. 2026년까지 3.2%로 내린 뒤 2027년에 2.7%를 맞추는 게 목표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 111%에서 2027년 108%까지 줄일 계획이다.

재정 지출이 늘어난 분야도 있다. 프랑스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 전환에 관련한 지출을 내년에 70억유로 늘릴 예정이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가장 많이 증액된 분야다. 교육 인프라 확대를 위한 지출 규모도 올해보다 39억 유로 증가한 642억유로로 결정했다. 국방 예산도 33억유로 증가한 472억유로로 책정됐다.

아탈 장관은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며 "단순한 감축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