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대마불사인데"…‘국평’이 20억인 송파 ‘찐대장 단지’
서울 아파트 시세 바로미터…전용 84㎡ 20억 형성
송파 사교육 상권 중심 역할…신흥 학원가 발달해
같은 단지 내에서도 가격 천차만별…“옥석 가려야”
작년에 아파트 가격 내린다고 했을 땐 공인중개사마다 문전성시였어요. 그때 산 사람은 지금 가격이 다시 20억원대를 회복했으니 못해도 3억~4억은 벌은 셈이죠. 아파트도 ‘대마불사’라는데 지금도 가격은 충분히 더 오를 거라 봅니다. (가락동 A 공인중개 대표)

'9510가구 송파 대장 단지', '한국 아파트 단지의 기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원조’…. 모두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를 수식하는 말이다.

지금도 송파구 내 아파트를 찾는 매수 희망자가 가장 먼저 찾는 단지다. 규모가 커 매물이 많고 그만큼 거래도 활발하다. 워낙 대단지인 탓에 국내 아파트 중 ‘시가총액 1위’(15조5100억원)라는 기록을 유지 중이다.

전용 84㎡ 20억 회복 … 인기 단지 명성 여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공동 시공한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84개 동, 9510가구로 구성됐다. 가락시영 1·2차 아파트 6600가구를 통합 재건축한 곳이다. 2018년 입주를 시작해 올해 6년 차를 맞았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구의 모습.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구의 모습.
워낙 대단지여서 헬리오시티는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거래량도 많고 그만큼 부동산 시장 경기에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3개월 동안에만 116건의 매매가 이뤄졌다. 부동산 하락기에는 하락 시세가 실시간 반영되고, 상승기에도 매일 신고가를 경신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졌던 부동산 하락기엔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며 지난해 9월 전용 84㎡가 13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1년 전 같은 크기가 23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0억원이나 하락한 셈이다. 1년 새 천당과 지옥을 오간 것이다.
"아파트도 대마불사인데"…‘국평’이 20억인 송파 ‘찐대장 단지’
그러나 부동산 대출 금리가 안정화하며 헬리오시티 가격은 다시 반등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용 84㎡가 20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다시 20억원대를 회복했다. 가락동 한 공인중개 관계자는 “떨어지는 것도 실시간 반영되더니 오르는 것도 실시간 반영되고 있다”며 “최근 매물은 호가가 20억원 이상이고 대부분으로 저층인데 비로열동은 19억원짜리도 매물로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천혜의 ‘사교육 요지’ … 주변 학원가 활황

신축 단지는 입점 상가가 적고 상권 활성화가 되지 않아 입주민이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다. 헬리오시티도 입주 초기에는 텅 빈 상가 때문에 공실이 많은 인근 대형상가인 ‘가든파이브’와 비교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헬리오시티 단지 북측 상권은 재래시장이 재개발되며 학원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헬리오시티 단지 북측 상권은 재래시장이 재개발되며 학원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헬리오시티는 송파구 내에서도 ‘사교육 성지’로 불릴 만큼 학원가가 활성화돼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단지 북쪽에 자리하고 있는 학원만 70여 곳에 달한다. 학원가를 중심으로 늘고 있는 스터디카페나 독서실 등을 합하면 사교육 시설만 세 자릿수를 넘긴다. 재건축 이전부터 재래시장이 있던 골목이었지만, 단지 내 사교육 수요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학원가로 탈바꿈 중이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내 송파 책박물관의 모습.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내 송파 책박물관의 모습.
최근에는 시장 건물이 철거되고 학원을 겨냥해 지어진 건물이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종합학원 중심으로 석촌역과 송파역에 밀집해 있던 학원이 헬리오시티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다”며 “상권 자체가 교육에 최적화돼 높은 임대 가격에도 들어오고 싶어 하는 학원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헬리오시티 단지 인근은 가락초교와 해누리중 등이 있어 단지 주변이 교육환경 보호구역으로 묶여있다. 청소년 유해업소가 들어갈 수 없는 데다 최근 학원가 경쟁이 치열해지며 기존에 있던 다른 업종도 임대료 부담에 자리를 옮기는 상황이다.

원조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수식어

헬리오시티는 1980년에 지어진 가락시영아파트가 재건축된 단지다. 노후화가 심각해지며 2015년 1월 서울시로부터 관리처분 인가를 받고 본격 재건축 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 9월에 착공한 단지는 11월에 분양했고, 3년 공사를 거쳐 2018년 12월 완공됐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경.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경.
일반적으로 1000가구 이상을 ‘대단지’, 3000가구 이상은 ‘매머드급 단지’로 분류된다. 헬리오시티는 9510가구여서 매머드급 단지 기준을 훌쩍 넘는다. 준공 당시 가구 수 기준으로 두 번째로 큰 단지는 '잠실 파크리오'(6864가구)였다. 정부가 신도시 계획을 발표할 때 ‘헬리오시티의 몇 배’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재건축 규모만큼 추진 과정에서 잡음도 상당했다. 1990년대부터 재건축 추진이 계속됐지만, 조합 내부 갈등과 서울시의 반대가 겹치면서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잠실주공아파트와 잠실시영아파트가 재건축을 끝마친 것과 달리 헬리오시티는 이주가 늦어지면서 4년 가까이 유령도시처럼 남아 있었다.
헬리오시티가 재건축되기 전 가락시영아파트의 모습.
헬리오시티가 재건축되기 전 가락시영아파트의 모습.
정비업계 관계자는 “대단지 재건축의 단점을 그대로 보여준 단지”라며 “아직 상가와 조합 내 갈등이 남아 있어 조합 해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최근 본격적인 조합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설립 20년 만의 해산인 셈이다. 다만 해산 과정에서 뒤늦게 추가 분담금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조합원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같은 단지 내에서도 ‘로열동’ 찾으면 이득

전문가들은 헬리오시티가 대단지로 거래가 활발하다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같은 단지 안에서도 동과 호수별로 가격 차이가 있어 이른바 ‘로열동’을 가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헬리오시티 안에서도 대중교통과 연결이 비교적 어렵거나 상가와 멀리 떨어진 중심 동은 비교적 저평가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의 모습.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의 모습.
매수 희망자 중에서는 아예 시공 건설사를 따지는 경우도 있다. 3단지는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았다. 인근 학원가와 가까운 데다가 일부 매수 희망자들이 몰리면서 다른 단지보다 조금이나마 시세가 높게 형성됐다.

가락동의 B 공인중개 대표는 “비슷한 가격대라고 하더라도 워낙 단지가 커 동마다 입지가 다르다”며 “현재는 지하철역이 가까운 4, 5단지 동이 인기가 많지만, 2027년 위례신사선이 개통되면 양재대로변 동도 역세권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환금성이 좋은 단지여서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며 “현재 20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경기 변동에 따라 가장 먼저 상승할 수 있는 단지라 향후 매매를 고려한다면 시세 변화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