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의 큰형님, 28년째 재건축하는 사연은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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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지만 외롭게 남았습니다. 여기가 재건축만 28년째 진행중이예요. 오늘은 잠실주공 5단지에 무슨 일이 있기에 이렇게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건지 이야기 나누면서, 단지 컨디션 등도 같이 보시겠습니다. 1978년 준공됐고, 3900여 가구입니다. 재건축하면 6800여 가구, 최고 50층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시공사는 삼성물산이랑 GS건설, 현대산업개발로 정해졌어요. 브랜드파워도 탄탄하죠.
여기가 재건축된다면 아마 엘리트를 뛰어넘을 잠실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할 거예요. 위치가 가장 좋습니다. 워낙 노후화한 아파트다 보니 컨디션은 좀 심각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벽에 작은 실금이 굉장히 많이 있어요. 실금 메우려고 군데군데 수리한 자국도 보이구요. 그래서 주민들은 고생 중입니다. 일단 배관이 워낙 노후해서 녹물 심하고 수압이 굉장히 낮습니다. 특히 겨울에 보온이 잘 안돼요.
주차는 뭐 아주 많이 불편합니다. 저희가 보면서 좀 놀란 게요, 풀밭에도 주차를 막 하시더라고요. 그도 그럴 것이 지하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주차난이 극심합니다.
사실 재건축을 시작한 게 1996년이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달려서 2013년 조합설립까지 잘 했어요. 하지만 10년째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재건축할 때 조합설립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걸리는 시간이 원래도 짧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5단지는 좀 심각하게 오래 걸리는 거죠. 어디서 발목을 잡혔을지 저희가 정비업계 취재해 보니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초등학교예요. 단지 안에 신천초가 있는데, 조합이 “초등학교 철거 조건으로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 새로 지어서 기부채납하겠다”고 서울시와 합의했습니다. 보통 재건축할 때 많이들 이렇게 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신천초 부지가 교육부 소유 국유지였던 거죠. 관련법상 일반 사유재산과 국유재산 교환이 안되거든요. 그래서 기획재정부가 나서서 “안된다”고 합니다.학교를 못 옮기면 사업시행계획서를 바꿔야 합니다. 두 번째, 설계안에 대한 소송 이슈가 있습니다. 조합이 단지 설계 공모에서 2등한 업체와 계약을 한 거죠. ‘조합 마음대로 해도 되지 않나’ 하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아닙니다. 이게 또 사정이 복잡해요. 잠실주공 5단지가 박원순 시장 재임시절에 서울시 심의 통과한 최초의 초고층 재건축 아파트예요.
그때 박 시장은 “인허가 줄여줄테니 50층 지어도 됩니다. 대신 공공성 확보를 위해 국제설계공모 통해서 진행하세요” 하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조합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이후엔 서울 시장이 바뀌었죠. 그리고 1등 업체에서 조합을 상대로 손배소를 냈고, 법원은 1등 업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세 번째는요, 조합 안에서 내홍이 생겼습니다.
검찰은 최근 “7년 전 치렀던 조합장 선거가 부정선거였다”라면서 조합 자문단장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공소장 보니까 투표용지를 바꿔치기 했다고 해요. 그래서 지금 비대위는 “부정선거였으니까 그때 연임된 임원들 나가라”고 주장하는 한편 조합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맞서고 있습니다. 갈 길이 먼 거죠.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4년 착공이 목표인데, 아마 각종 이슈들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실주공 5단지는 모두가 주목하는 아파트입니다. 전용 81제곱미터 시세가 24억에서 26억 정도로 꽤 높습니다. 매매 거래가도 2~3억씩 상승했어요.
잠실주공 5단지가 재건축의 고인물로 남을지, 아니면 이슈들을 잘 해결해서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임장생기부 성적표를 공개합니다. 기획·진행 김정은 기자·이예주 PD 촬영 이문규·이예주 PD
편집 이예주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