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 들어갔는데 가정집 거실과 같은 느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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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조원진의 공간의 감각
서울 한남동 에이프릴커피
서울 한남동 에이프릴커피
현대의 상업 공간에서 쾌적한 온도와 습도는 일종의 서비스와 다름없다. 그러니 무더운 날에는 이따금 유난히도 푹신하고 가지런하게 정돈된 침대 위, 어느 먼 휴양 도시의 호텔 객실에서 보내는 휴가를 꿈꾼다.
하지만 객실에서의 편안함은 집에서의 아늑함과는 조금 다르다. 그곳에는 주방도 없고, 커피 향도 없다. 그리고 나를 지탱할 익숙한 가구도 없다. 갈아놓은 커피를 드리퍼에 한 스푼 덜고, 포트에 물을 올려놓는다. 보글보글 수증기가 끓어오르면 입맛에 맞는 부드럽고 은은한 커피 한 잔을 내리기 시작한다. 주방에서 만들어 낸 생활의 향기와 익숙한 소품과 가구가 채워진 공간에는 상업 공간이 전하지 못하는 어떤 위로가 있다. 커피 향기를 풍기는 휴식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카페는 집과 상업 공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가령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잘 꾸려놓은 어느 가정의 거실과 같은 모습을 마주하면 마치 집으로 돌아온 것 같아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에이프릴 커피의 바는 반도형 주방 형태를 띤다. 그 주방을 따라 의자가 둘러싸여 있는데, 바닥보다 한 단 올라간 나무 마루 위에 있다. 때문에 거실을 마주하는 주방에서 가족을 바라보는 것처럼, 바리스타는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은 손님과 눈을 마주칠 수 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면 몇 번의 잔잔한 달그닥 소리가 들린다. 그 커피들은 적당한 무게감의 도기 잔에 담겨 나온다. 딱 그만큼의 무게감을 가진 향기로운 커피를 손에 들고 주변을 둘러보면, 낮은 테이블과 소파와 조명이, 액자와 패널형 진열장에 마치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는 듯한 기시감을 만들어 낸다.
이 공간을 구성하는 가구는 모두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대표하는 핀율이 설계했다. 대표적으로 바를 둘러싼 검은색 나무 의자는 1953년 디자인한 ‘리딩 체어’다. 말 그대로 책을 읽는 의자지만, 어떤 자세든 편안한 느낌이 들 정도로 몸을 잘 떠받쳐 준다. 주방 입구 쪽에 배치된 ‘사이드보드’는 본래는 수납장이지만 여기서는 카운터의 역할을 한다. 사이드보드 안쪽으로는 각기 다른 따뜻한 색상을 입은 6단 트레이 유닛이 슬쩍 보이는데, 제 역할을 벗어난 수납장이 오히려 상업 공간의 경계를 낮추도록 도와준다.
마치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을 한 비대칭의 곡선형 등받이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월 소파, 펠리칸이 날개를 접고 있는 모양으로 포근한 느낌을 주는 펠리칸 체어, 단순한 형태지만 섬세한 가공이 돋보이는 재팬시리즈 소파 또한 그 자체로 우아한 오브제가 되어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핀율의 ‘인사이드 아웃(Inside-out)’ 철학은 건축가의 설계가 집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한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말에 따라 만들어진 가구는 그 자체로 인테리어가 되어 공간을 채운다. 가구와 공간구성에 눈을 돌려 다시 바를 바라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판매 전일에 미리 갈아서 소분해 둔 커피다. 에이프릴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생두가 옅은 황색이 날 만큼 약하게 볶는 ‘노르딕 로스팅’을 지향한다. 상대적으로 산미가 살아나고 향이 풍성한 이 커피는, 에이프릴 특유의 가스 배출(디게싱)과 압력을 낮춘 추출 방법을 통해 더욱 화사하게 꽃을 피운다. 이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그라인더 소음이 없어 공간의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은 한다.
조용한 커피 추출에 한몫을 더하는 것은, 보일러가 바의 하단에 위치한 언더카운터 에스프레소 머신 때문이기도 하다. 추출구만 바 위로 올라온 언더카운터 머신은 소음이 적고 시야를 가리지 않아 바리스타와 손님과의 거리를 가깝게 만든다. 머신을 사용하지 않는 브루잉 추출 또한 여러 차례 커피 대회에서 입상을 한 이곳의 대표 패트릭 롤프의 경험이 담긴 레시피를 따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들은 마치 수채화로 그려낸 선명하고, 화사한 풍경화와 같다.
그는 본격적으로 커피 사업에 뛰어들기 전 커피 경연대회에 참가했는데, 이때 스페셜티커피가 가진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고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요소를 동원하는 대회를 경험하면서, 더 많은 이들에게 똑같이 최고의 커피를 맛보여 주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다른 카페들이 현장에서 쉽게 사용하지 않았던 방식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가령, 에스프레소 커피를 추출할 때 초강성 바스켓과 퍽스크린, 종이필터를 사용함과 동시에 추출 압력을 낮췄다. 매번 추출 할 때마다 번거로운 동작을 수행해야지만, 많은 양의 커피를 사용하지 않아도 그 성분들이 잘 녹아나고 개성 또한 잘 드러난다. 브루잉을 할 때는 그가 직접 설계한 얇은 유리 드리퍼를 사용하는데, 에스프레소와 마찬가지로 각 커피가 가진 개성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추출 한다. 이렇게 커피를 내리는 모든 과정에 가장 최신의 유행을 반영했지만 바리스타의 움직임에는 과한 것이 없다. 커피의 주문부터 추출, 마시는 모든 순간이 분위기에 녹아든다. 잘 설계된 커피 추출과정은 카페 공간을 완성하는 시작점이 된다.
핀율은 건축가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희망에 따라 건축학도가 됐지만, 꾸준히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며 훗날에는 모국인 덴마크를 넘어 북유럽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실용성을 따지는 건축가의 관점에서 벗어나 조각가의 사고방식으로 가구를 디자인했는데, 전통적인 가구의 형식에서 벗어난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아름다우면서도 가구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디자인을 만들어 기존 가구 형태의 한계를 무너뜨렸다. 커피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좀처럼 현장에 적용하기 힘든 요소들을 도입하는 패트릭 롤프의 과감함은 마치 핀율의 철학을 커피로 표현하는 것과 같다. 치열하게 고민한 두 장인의 산물이 고요한 한 공간에 모여있다.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들이켜니 집에 온 듯한 익숙함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켠다. 그러니 이 편안함의 이면에 숨겨진 것들이 보인다. 좀처럼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던 바리스타와 가구 디자이너가 선택한 결과물이다. 고요한 아름다움에 한 꺼풀 숨겨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니 아주 먼 곳에 있는 내 집에서 휴가와 다름없는 휴식을 즐기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객실에서의 편안함은 집에서의 아늑함과는 조금 다르다. 그곳에는 주방도 없고, 커피 향도 없다. 그리고 나를 지탱할 익숙한 가구도 없다. 갈아놓은 커피를 드리퍼에 한 스푼 덜고, 포트에 물을 올려놓는다. 보글보글 수증기가 끓어오르면 입맛에 맞는 부드럽고 은은한 커피 한 잔을 내리기 시작한다. 주방에서 만들어 낸 생활의 향기와 익숙한 소품과 가구가 채워진 공간에는 상업 공간이 전하지 못하는 어떤 위로가 있다. 커피 향기를 풍기는 휴식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카페는 집과 상업 공간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가령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잘 꾸려놓은 어느 가정의 거실과 같은 모습을 마주하면 마치 집으로 돌아온 것 같아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에이프릴 커피의 바는 반도형 주방 형태를 띤다. 그 주방을 따라 의자가 둘러싸여 있는데, 바닥보다 한 단 올라간 나무 마루 위에 있다. 때문에 거실을 마주하는 주방에서 가족을 바라보는 것처럼, 바리스타는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은 손님과 눈을 마주칠 수 있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면 몇 번의 잔잔한 달그닥 소리가 들린다. 그 커피들은 적당한 무게감의 도기 잔에 담겨 나온다. 딱 그만큼의 무게감을 가진 향기로운 커피를 손에 들고 주변을 둘러보면, 낮은 테이블과 소파와 조명이, 액자와 패널형 진열장에 마치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는 듯한 기시감을 만들어 낸다.
이 공간을 구성하는 가구는 모두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대표하는 핀율이 설계했다. 대표적으로 바를 둘러싼 검은색 나무 의자는 1953년 디자인한 ‘리딩 체어’다. 말 그대로 책을 읽는 의자지만, 어떤 자세든 편안한 느낌이 들 정도로 몸을 잘 떠받쳐 준다. 주방 입구 쪽에 배치된 ‘사이드보드’는 본래는 수납장이지만 여기서는 카운터의 역할을 한다. 사이드보드 안쪽으로는 각기 다른 따뜻한 색상을 입은 6단 트레이 유닛이 슬쩍 보이는데, 제 역할을 벗어난 수납장이 오히려 상업 공간의 경계를 낮추도록 도와준다.
마치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을 한 비대칭의 곡선형 등받이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월 소파, 펠리칸이 날개를 접고 있는 모양으로 포근한 느낌을 주는 펠리칸 체어, 단순한 형태지만 섬세한 가공이 돋보이는 재팬시리즈 소파 또한 그 자체로 우아한 오브제가 되어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핀율의 ‘인사이드 아웃(Inside-out)’ 철학은 건축가의 설계가 집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한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말에 따라 만들어진 가구는 그 자체로 인테리어가 되어 공간을 채운다. 가구와 공간구성에 눈을 돌려 다시 바를 바라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판매 전일에 미리 갈아서 소분해 둔 커피다. 에이프릴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생두가 옅은 황색이 날 만큼 약하게 볶는 ‘노르딕 로스팅’을 지향한다. 상대적으로 산미가 살아나고 향이 풍성한 이 커피는, 에이프릴 특유의 가스 배출(디게싱)과 압력을 낮춘 추출 방법을 통해 더욱 화사하게 꽃을 피운다. 이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그라인더 소음이 없어 공간의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은 한다.
조용한 커피 추출에 한몫을 더하는 것은, 보일러가 바의 하단에 위치한 언더카운터 에스프레소 머신 때문이기도 하다. 추출구만 바 위로 올라온 언더카운터 머신은 소음이 적고 시야를 가리지 않아 바리스타와 손님과의 거리를 가깝게 만든다. 머신을 사용하지 않는 브루잉 추출 또한 여러 차례 커피 대회에서 입상을 한 이곳의 대표 패트릭 롤프의 경험이 담긴 레시피를 따른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들은 마치 수채화로 그려낸 선명하고, 화사한 풍경화와 같다.
그는 본격적으로 커피 사업에 뛰어들기 전 커피 경연대회에 참가했는데, 이때 스페셜티커피가 가진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고로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요소를 동원하는 대회를 경험하면서, 더 많은 이들에게 똑같이 최고의 커피를 맛보여 주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다른 카페들이 현장에서 쉽게 사용하지 않았던 방식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가령, 에스프레소 커피를 추출할 때 초강성 바스켓과 퍽스크린, 종이필터를 사용함과 동시에 추출 압력을 낮췄다. 매번 추출 할 때마다 번거로운 동작을 수행해야지만, 많은 양의 커피를 사용하지 않아도 그 성분들이 잘 녹아나고 개성 또한 잘 드러난다. 브루잉을 할 때는 그가 직접 설계한 얇은 유리 드리퍼를 사용하는데, 에스프레소와 마찬가지로 각 커피가 가진 개성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추출 한다. 이렇게 커피를 내리는 모든 과정에 가장 최신의 유행을 반영했지만 바리스타의 움직임에는 과한 것이 없다. 커피의 주문부터 추출, 마시는 모든 순간이 분위기에 녹아든다. 잘 설계된 커피 추출과정은 카페 공간을 완성하는 시작점이 된다.
핀율은 건축가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희망에 따라 건축학도가 됐지만, 꾸준히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며 훗날에는 모국인 덴마크를 넘어 북유럽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실용성을 따지는 건축가의 관점에서 벗어나 조각가의 사고방식으로 가구를 디자인했는데, 전통적인 가구의 형식에서 벗어난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면서도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아름다우면서도 가구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은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디자인을 만들어 기존 가구 형태의 한계를 무너뜨렸다. 커피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좀처럼 현장에 적용하기 힘든 요소들을 도입하는 패트릭 롤프의 과감함은 마치 핀율의 철학을 커피로 표현하는 것과 같다. 치열하게 고민한 두 장인의 산물이 고요한 한 공간에 모여있다.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들이켜니 집에 온 듯한 익숙함과 편안함이 느껴진다.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켠다. 그러니 이 편안함의 이면에 숨겨진 것들이 보인다. 좀처럼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던 바리스타와 가구 디자이너가 선택한 결과물이다. 고요한 아름다움에 한 꺼풀 숨겨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니 아주 먼 곳에 있는 내 집에서 휴가와 다름없는 휴식을 즐기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