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천재’ 리디아 고(26·뉴질랜드·사진)가 골프 규칙을 착각했다가 7벌타를 받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순위가 30위 이상 뒤로 밀렸고 인터뷰도 없이 골프장을 떠났다.

리디아 고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GC(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다나오픈(총상금 175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7오버파 78타를 기록했다. 그는 이날 이븐파 71타를 쳤지만 7벌타를 받으면서 순식간에 불어난 스코어를 적어냈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3위, LPGA투어 통산 19승에 빛나는 베테랑으로 좀처럼 실수하지 않는 리디아 고를 헷갈리게 한 규칙은 ‘프리퍼드 라이’. 코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선수가 페어웨이에서 볼을 집어 올린 뒤 닦아서 일정 거리 옆에 내려놓고 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룰이다. 공을 페어웨이로 잘 보낸 선수가 코스 상태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다만 프리퍼드 라이 룰은 ‘로컬룰(해당 코스에만 적용되는 규칙)’로 적용되다 보니 적용 범위 등 세부 규정을 잘 숙지해야 한다. 18개 홀 전체에 적용할 수도 있고, 코스 상태가 극히 나쁜 일부 홀에만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날 리디아 고의 ‘7벌타 참사’는 경기위원회가 1번홀(파4)과 10번홀(파4)에만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하면서 벌어졌다. 리디아 고는 모든 홀에서 프리퍼드 라이가 적용되는 줄 착각했고 3번(파4)과 7번(파5), 9번(파4)홀에서도 볼을 집어 올려 닦은 뒤 내려놓고 경기했다.

리디아 고가 뭔가 잘못됐다는 걸 감지한 건 11번홀(파4)이었다. 그는 이 홀에서 공을 집어든 뒤 경기 위원을 불렀고, 프리퍼드 라이 룰이 1번홀과 10번홀에서만 적용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전날 3라운드에선 경기가 중단될 정도의 폭우가 내려 18개 모든 홀에 프리퍼드 라이 룰이 적용됐고, 리디아 고는 최종 라운드에서도 동일하게 규칙이 적용됐다고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리디아 고는 앞선 3개 홀에서 공을 다른 곳에 옮겨 놓고 경기한 규칙 위반에 대해 각 2벌타씩 받아 총 6벌타를 받았다. 11번홀에선 공을 이유 없이 들어올린 대가로 1벌타를 받아 총 7타를 잃었다. 이븐파만 적어내도 30위 내에 들 수 있던 리디아 고는 결국 최종합계 1오버파 285타 공동 65위로 순위가 떨어진 채 대회를 마감했다. 리디아 고는 이날 별도의 인터뷰 없이 현장을 떠났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를 적어내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유럽 최강자’ 린 그랜트(24·스웨덴)가 정상에 오르며 LPGA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랜트는 US여자오픈 챔피언 앨리슨 코푸즈(25·미국)의 추격을 3타 차로 넉넉히 따돌렸다.

이미 지난해 LPGA투어 진출권을 확보했던 그랜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미국에 입국할 수 없어 미국 본토 밖에서 열린 투어 대회만 출전해왔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