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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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한다. 과거엔 그래도 해 보고 후회하자는 사람이 많았다면 요즘엔 후회할 일을 뭐하러 하느냐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4월 혼인 건수가 1만4475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4월 기준으로 가장 적은 수치다. 2020년 기준 30대 초반(30~34세) 남성의 66%, 여성의 46%가 결혼하지 않았다. 결혼이 줄어드니 출산도 감소한다. 4월 출생아는 1만8484명으로 4월 기준 처음으로 2만 명에 못 미쳤다. 결혼은 두 사람이 만나 ‘경제공동체’를 이루는 일이다. 결혼이 줄어드는 이유도 경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은 남는 장사일까

결혼을 경제학 이론으로 분석한 학자로는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가 유명하다. 신성한 결혼에 돈이나 따지는 경제라니…. 동료 경제학자들조차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베커는 아랑곳하지 않고 결혼에 편익과 비용이라는 잣대를 들이댔다.
남는 장사? 밑지는 장사?…결혼의 경제학
베커는 결혼을 “따로 살 때에 비해 두 사람 모두 효용이 증가하는 경우에만 이뤄지는 것”으로 봤다. 경제적으로 남는 장사라는 판단이 설 때 비로소 결혼한다는 얘기다. 그는 가정을 일종의 기업으로 가정했다. 기업이 생겨나는 것은 분업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편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도 비슷하다. 각각 월세로 살던 두 사람이 결혼하면 보증금을 합쳐 전세로 갈 수 있다. 두 사람이 청소와 설거지를 나눠서 하면 집안일도 빨리 끝낼 수 있고, 한 사람이 먹을 요리를 두 번 하는 것보다는 두 사람이 먹을 요리를 한 번 하는 게 경제적이다.

결혼은 보험 효과도 있다. ‘세월이 흘러서 병들고 지칠 때 지금처럼 내 곁에서 위로해 줄 수 있나요’(한동준 ‘사랑의 서약’)라는 노래 가사가 있다. 결혼의 보험 효과를 잘 표현한 가사다. 경제적·정신적으로 나를 지지해 줄 수 있는 배우자의 존재는 독신은 누릴 수 없는 편익이다.

물론 비용이 따른다. 독신일 때 누린 몸과 마음의 자유는 결혼과 함께 상당 폭 축소된다. 결혼했다면, 특히 아이가 있다면 회사에 사표를 내고 싶을 때도 좀 더 신중해야 한다.

가성비 나빠진 결혼

결혼이 줄어드는 것은 결혼과 관련된 비용·편익 계산에 변화가 생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세태가 많이 변했지만 남성이 결혼으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편익 중 하나는 여성의 가사노동 서비스였다. 하지만 최근엔 그중 상당 부분을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 돈만 내면 청소며 빨래며 전문가가 다 해 준다. 1인 가구에 맞춘 식품과 음식 배달 서비스도 많아졌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여성 취업이 늘어나고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 굳이 결혼까지 해서 남성의 소득과 재산을 공유할 필요가 없는 여성이 많다. 여성의 소득이 높아졌다는 것은 결혼, 출산, 육아로 포기해야 할 기회비용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혼 후 생기는 자녀도 예전엔 노후를 대비한 보험의 의미가 컸다면 근래엔 비용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속 썩이는 자식보다는 연금보험이 더 든든하다. 집값, 전셋값,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등 결혼하는 데만도 큰 비용이 들어간다. 편익은 감소하고 비용은 증가했다면 결혼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의리로 사는 부부의 사연

계약이라는 관점에서 결혼을 바라볼 수도 있다. 결혼은 쌍방 독점 장기 계약이라는 점에서 여느 계약과 차이가 있다. 이렇게 ‘너밖에 없는’ 관계는 역설적으로 서로에게 소홀해지기 쉽다. 의리로 산다는 부부가 많은 것은 결혼 계약의 이런 특성 때문이다.

의리마저 사라진다면 결혼은 이혼으로 끝난다. 비용·편익 분석은 이혼에도 적용된다. 과거 여성들은 이혼 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결혼 생활이 불만족스럽더라도 결혼을 유지하려는 동기가 강했다. 소득이 높아진 요즘 여성들은 이혼 후 경제적 곤궁을 덜 걱정해도 된다.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옛날에 비해 약해졌다. 이혼 비용이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혼은 늘어나는 추세다. 4월 이혼은 7288건으로 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다.

결혼의 편익과 비용을 완벽하게 계산할 수 없다는 점은 ‘결혼의 경제학’이 갖는 한계다. 더구나 결혼은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무형의 편익과 비용을 낳는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이 결혼을 망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