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첫 시보광고…인디가수 우효가 맡은 까닭은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 그 아래 초록을 머금은 초원이 드넓게 펼쳐진다. 탁 트인 화면의 초점은 곧 초원 위를 굴러가는 하얀 자동차로 모아진다. 어린아이가 그린 듯 삐뚤빼뚤한 모양의 자동차는 꽃을 바퀴 삼아 나아간다. 뿌연 배출가스 대신 꽃씨를 뿌리며…. 그 뒤로 잇따라 꽃이 피어난다.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이 영상(사진)은 이달 초 선보인 기아의 새 시보광고(시간을 알리는 광고)다. 주로 방송뉴스와 스포츠 중계 앞뒤로 송출된다. 시보광고는 현대자동차그룹에선 이제까지 현대차만 10년 넘게 해왔다. 기아가 시보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광고를 기획한 사람은 싱어송라이터 우효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소위 ‘인디 가수’다. 대중적 가수는 아니지만 방탄소년단, f(x), 마마무 등 수많은 가수가 팬을 자처할 만큼 팬층이 두껍다.

독특한 멜로디에 꾸밈없이 읊조리듯 노래하는 특유의 목소리는 이번 시보광고에 그대로 반영됐다. 자연과 하나가 돼 나아가는 자동차를 배경으로 우효는 잔잔하게 ‘나를 움직이는 힘, 우리’를 노래한다.

‘인류와 자연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기아의 미래 비전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딱딱하고 인위적인 기존 자동차 광고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가다.

기아는 이번 시보광고를 기획하면서 우효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현대차 광고보다 더 톡톡 튀는 젊은 감성으로 만들어보자”는 경영진의 격려 덕분에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기아 관계자는 “우효라는 가수의 이름은 처음엔 젊은 직원들에게도 낯설었지만, 음악을 들어 보니 기아가 추구하는 감성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우효와 컬래버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현대차도 음악을 활용한 ‘힙한 감성’ 마케팅에 한창이다. 현대차는 1975년 국내 첫 독자 개발 모델인 포니를 복원하는 ‘포니 프로젝트’ 홍보대사로 록밴드 잔나비를 선정했다. 함께 음원도 발매했다. 향수를 자극하는 가사와 특색 있는 보컬로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는 잔나비의 감성이 포니 프로젝트에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