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흙만 쌓인 오송참사 현장 > 갑작스러운 침수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해양경찰청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대원들이 현장 확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 진흙만 쌓인 오송참사 현장 > 갑작스러운 침수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해양경찰청 중앙해양특수구조단 대원들이 현장 확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해양경찰청 제공
최소 10여 명이 사망한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범람이 잦았던 미호천 관리 부실이 1차적인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하 주차장과 반지하 대책에 ‘올인’하는 사이 치수사업 등 근본적 문제 해결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충청북도는 잇단 물난리에도 하천 재해 예방 관련 예산을 오히려 줄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충북, 잇단 물난리에도 하천 예산 줄여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7일 오후 6시 기준 이번 장마로 인한 사망자는 41명으로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산사태 등의 피해가 큰 경북 지역이 19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충북 17명, 충남 4명, 세종 1명 등이다. 오송 지하차도 사망자 역시 14명으로 늘었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주관하는 미호천교 재가설 공사 현장 옆 둑이 폭우로 무너지면서 하천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와 발생했다. 미호천교는 행복청의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 공사’의 일환이다. 마을 주민 등은 수차례 요구에도 지난해에도 범람한 미호천 복구와 치수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충청북도와 청주시는 잇단 물난리에도 하천 재해 예방 사업 예산을 동결하거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하천인 미호천 관리 주체는 기본적으로 국가다. 다만 5대강 본류와 일부 국가 하천을 제외한 국가 하천 유지·보수는 지자체에 위임돼 있다. 하천 재해 예방 사업은 제방을 높이거나 자연재해를 복구하는 등의 치수사업에 쓰인다.

2021년 737억6600만원이었던 해당 예산은 지난해 711억2415만원으로 26억4185원(3.6%) 삭감됐다. 작년엔 미호천이 범람하고 여러 가구가 침수됐지만 올해 관련 예산은 711억3000만원에 그쳤다. 청주시의 재해 및 재난 예방 예산 역시 2020년 42억3565만원에서 꾸준히 줄어 올해 33억2585만원만 배정됐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반지하와 지하 주차장 사고에 대비한 물막이판 설치 등 땜질식 처방에 행정력이 집중이 된 건 사실”이라며 “이번 사고는 지자체의 미비한 하천 관리가 불러온 전형적인 ‘관재’”라고 지적했다.

3년 전 초량 지하터널 사고 교훈 잊어

정부가 3년 전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1 지하차도 침수 사고 이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 초량 지하차도 사고는 2020년 7월 23일 부산 지역에 시간당 최대 81.6㎜의 호우가 쏟아지면서 초량1 지하차도에서 차량 6개가 물에 잠겨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사건이다.

이 사고로 초량1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동구와 시설물 관련 부서 전·현직 공무원 11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재난 책임자는 실형까지 선고받았다. 두 사건은 폭우 속 지하차도의 교통 통제가 부실했다는 점과 지하차도 시설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사고 후 행정안전부는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 집중호우 관련 자동 차단시설 구축과 원격 차단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오송 지하차도엔 이런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행안부 가이드라인은 대부분 지자체가 예산을 반영하지 않아 현실화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18일 충청과 남부 지역에 시간당 최대 100㎜의 ‘극한호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고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3주간 이어진 장맛비의 강수량이 평균 511.7㎜로 집계됐다”며 “이는 최근 10년 만의 최대치”라고 말했다.

청주=장강호/안정훈/이광식/최해련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