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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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 가치가 인플레이션 둔화와 이에 따른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종료 기대로 1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내년에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달러 가치는 더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美 금리인상 마무리 기대에…달러 가치, 15개월 만에 최저
16일(현지시간)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오전 12시30분 기준 99.97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가 1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4월 13일(99.88) 후 처음이다.

달러화 가치가 이처럼 떨어진 것은 최근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기대치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이며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이어가서다. 이에 따라 Fed가 7월 25~26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린 뒤 더 이상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달러화 약세를 점치는 투자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스탠더드뱅크의 주요 10개국(G10) 전략 책임자인 스티븐 배로는 “달러가 다년간 하락 추세에 진입할 것이라는 우리의 주장은 부분적으로 Fed의 긴축 사이클이 완화 사이클로 전환될 것이라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깊은 침체기에 있거나 강한 확장기에 있을 때 달러는 일반적으로 상승하고 최근과 같이 완만한 성장기엔 하락한다는 ‘달러 스마일 이론’도 전문가 사이에서 종종 언급되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미 경제가 연착륙하면 달러 약세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의 재정과 무역에서의 쌍둥이 적자가 구조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 불균형이 성장에 부담을 주면서 달러화 하락 추세를 가속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미국 물가상승률이 Fed 목표치인 2% 상승엔 아직 미치지 않는다는 점은 변수다. Fed가 시장 예상을 깨고 물가상승률이 2% 수준이 될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강행할 수 있어서다. 미국인들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기간 정부로부터 받은 재정 지원금을 소진해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이들의 초과 저축액이 바닥이 나면 소비가 경제를 뒷받침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