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스탠바이미 고'는 일체형 가방을 열면 화면이 켜진다. / 사진=LG전자 제공
'LG 스탠바이미 고'는 일체형 가방을 열면 화면이 켜진다. / 사진=LG전자 제공
“2세대 ‘스탠바이미’는 안 나오나요?” 지난해 LG전자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아직 계획이 없다”란 답변이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LG전자가 2021년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TV로 선보인 LG 스탠바이미는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출시 초반 내놓는 족족 물량이 모두 매진됐습니다. 가전으로는 이례적으로 웃돈이 붙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팔릴 만큼 인기를 끌었죠.

고백하자면 처음 스탠바이미를 접했을 때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디스플레이 스펙(사양)이 최신 TV에 비하면 그렇게 높지 않은 데다, 내장 배터리가 있다지만 그래도 ‘TV’인데 몇 시간 보다가 충전하는 번거로움을 소비자들이 감수할까 싶었던 겁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도 아닌데 말이죠. ‘재미있는 제품이긴 한데… 과연 사람들이 많이 살까?’ 했는데 의구심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LG전자가 출시한 포터블 스크린 신제품 'LG 스탠바이미 고'. / 출처=LG전자 제공
LG전자가 출시한 포터블 스크린 신제품 'LG 스탠바이미 고'. / 출처=LG전자 제공
디스플레이에 바퀴가 달려 실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무선 프라이빗 스크린’이란 점이 어필 포인트였습니다. 화면을 회전해 세로 모드로 이용할 수 있고 터치스크린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점도 TV와 휴대폰 사이의 틈새 수요를 정확히 파고들었죠. 스탠바이미는 순식간에 MZ(밀레니얼+Z) 세대 사이에서 ‘인싸템’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랬던 스탠바이미의 새로운 버전 ‘LG 스탠바이미 고(GO)’가 최근 돌아왔습니다. 실내를 벗어나 야외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바퀴를 떼고 대신 가방에 TV를 넣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레디백 스타일의 여행 가방을 닮은 일체형 디자인으로 상단에 손잡이를 달아 캠핑·소풍 등 야외활동 수요를 겨냥한 ‘포터블 스크린’ 제품입니다.
LG전자가 2021년 출시한 프라이빗 무선 스크린 'LG 스탠바이미'. / 사진=한경 DB
LG전자가 2021년 출시한 프라이빗 무선 스크린 'LG 스탠바이미'. / 사진=한경 DB
이번에도 반응은 ‘핫’합니다. 완판 행진을 거듭하고 있으니까요. 지난달 7일 진행된 라이브 방송 ‘엘라쇼’ 사전 판매에서 10분 만에 동 나는 등 준비 물량이 모두 팔려나갔습니다. 이달 7일에도 10분 만에 완판을 기록하는 등 계속되는 매진 행렬에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입니다. 스탠바이미 고 역시 웃돈까지 붙어 거래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스탠바이미 때보다 반응이 더 좋다”고 귀띔했습니다.

유튜브와 온라인 캠핑 카페에 사용 후기가 여럿 올라오면서 벌써 입소문을 탔습니다. 27형(인치) 터치 화면에 회전 가능한 기존 스탠바이미의 특성을 그대로 구현했고, 별도 조립이나 설치 과정 없이 케이스를 여닫기만 해도 화면을 켜고 끌 수 있는 편의성이 더해졌습니다. 최대 90도까지 기울어지는 틸트(Tilt)가 화면과 연결돼 있어 생각보다 튼튼하게 화면을 지지해주는 점도 평이 좋습니다. 가방 내부에 리모컨, 전원 케이블 등을 보관 가능하고 내장 배터리를 탑재해 전원 연결 없이 최대 3시간가량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캠핑, 소풍 등의 수요에 타깃팅한 'LG 스탠바이미 고'. / 사진=LG전자 제공
캠핑, 소풍 등의 수요에 타깃팅한 'LG 스탠바이미 고'. / 사진=LG전자 제공
무게가 있고 야외에서 이동하며 사용하는 TV인 만큼 내구성도 중요한데요. 스탠바이미 고는 미 국방성 내구성 테스트(Military Standard) 11개 항목(저압 2종, 고온 2종, 저온 2종, 먼지, 진동, 염무, 충격, 낙하)을 통과했습니다. 과거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코미디언 신봉선씨가 50m 높이에서 LG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지만 제품이 별다른 파손 없이 멀쩡히 작동해 화제가 됐던 적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지만 군사표준 규격을 통과할 정도로 내구성이 우수한 스마트폰을 생산했던 LG전자의 노하우가 이 제품에도 적용됐습니다.

단순한 2세대 제품이라고 하기엔 스탠바이미 고는 LG전자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고객경험’을 십분 반영한 케이스로 더욱 주목할 만합니다. 캠핑에 가져가기 위해 스탠바이미를 꽁꽁 싸서 차에 싣는 고객 사례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자, 집 밖에서도 즐길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해보자며 기획했다는 후문입니다.
고객들이 캠핑 등에 가져가면서 캠핑용 TV로 자리매김한 'LG 룸앤TV'. / 사진=뉴스1
고객들이 캠핑 등에 가져가면서 캠핑용 TV로 자리매김한 'LG 룸앤TV'. / 사진=뉴스1
사실 LG전자는 캠핑용 TV로 ‘LG 룸앤TV’가 좋은 반응을 얻은 전례가 있습니다. 원래 1인 가구나 신혼부부를 겨냥해 설치 및 이동이 편리한 TV·모니터 겸용 디스플레이 기기로 선보인 이 제품은 젊은층이 캠핑에 가져가면서 뒤늦게 판매량이 뛰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캠핑용 TV로 자리매김하면서 부대 액세서리로 전용 가방까지 나왔더랬습니다. ‘TV를 가방에 넣어 캠핑에 가져간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고객들이 먼저 움직이고, 이러한 수요를 눈여겨본 회사가 적절히 반영해 신제품으로 내놨다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스탠바이미 고 개발을 주도한 LG전자 HE사업본부 박호성 TX개발실장은 “스탠바이미 시리즈는 TV와 휴대폰을 사용하며 느끼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며 “이동 중 화면이 깨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고객들을 위해 캐리백 스타일 여행 가방 모양을 한 케이스 안에 화면을 넣는 형태를 구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