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에서 17일 폭발이 발생해 통행이 중단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측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자작극일 수 있다는 비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날 러시아 국가 대테러위원회는 “지난밤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이 무인수상정(USV) 두 대로 크림대교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무인수상정은 드론처럼 승객 없이 수면에서 운용할 수 있는 선박이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영국 특수기관의 참여하에 우크라이나가 이번 공격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자치공화국 수반은 “크림반도와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지역을 연결하는 크림대교의 145번째 기둥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교통부는 크림반도 쪽 다리의 도로에 피해가 있었으나 기둥은 피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악쇼노프와 러시아 교통부 모두 원인을 비롯한 구체적인 상황을 밝히지 않았다. 크림반도 행정부는 주민의 다리 출입을 통제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우크라이나통신은 다리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고,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은 크림대교에 두 차례 폭격이 있었다고 전했다. 러시아 남서부 벨고로트 지역의 주지사인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는 승용차를 타고 여행 중이던 부부가 크림대교에서 숨지고 딸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날 나탈리야 후메뉴크 우크라이나 남부사령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자작극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우크라이나의 공격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에도 우크라이나가 크림대교를 공격한 적이 있었고, 크림대교가 러시아의 전쟁 물자 보급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만큼 다리가 손상되면 러시아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크림대교는 점령지 헤르손과 크림반도의 병력을 위한 보급로 역할을 한다. 크림대교가 손상되면 보급로는 아조우해 연안 고속도로 한 개만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