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너무 믿었나"…유럽 명품기업 주가 동반 폭락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까르띠에 등 보유한 리치몬트 주가 14개월 최대 폭락
미국 매출 2% 감소…중국 경제 회복 주춤
LVMH 시총 4월보다 700억 달러 줄어
미국 매출 2% 감소…중국 경제 회복 주춤
LVMH 시총 4월보다 700억 달러 줄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가진 리치몬트 그룹과 루이뷔통모에헤니시(LVMH) 주가가 폭락했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 매출이 줄어든 데다 기대를 걸었던 중국 마저 경기가 악화하고 있어서다. 명품 브랜드 생산 기업들의 주가가 호황기를 끝내고 하락장에 빠지는 건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까르띠에·반클리프 아펠·IWC·몽블랑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 주가는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증시에서 10.43% 폭락한 137.90스위스프랑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같은 날 파리 증시에 상장된 LVMH와 에르메스 인터네셔널의 주가도 각각 3.73%, 4.21% 하락했다. 명품 브랜드 주가는 리치몬트 주가 급락 소식에 타격을 받았다.
이날 리치몬트는 2분기 매출이 19% 늘었지만 미국 내 매출이 2%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5월 매출이 크게 꺾였고 6월엔 회복세를 보였다. 리치몬트는 연간 실적 전망을 낮추진 않았다.
바클레이스의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인 에마누엘 카우는 "시장은 미국 소비자들의 강한 수요를 과도하게 믿었다"며 "그것이 오늘 (명품 기업들의 주가) 하락을 보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 기업의 주가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후 평균 69%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40% 상승한 것과 비교해도 좋은 실적이다.
팬더믹 기간 여행 지출 등이 줄면서 부유층이 고가 제품에 지갑을 더 열었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에 덜 민감한 상위 5% 부유층이 지난해 전 세계 명품 매출의 약 40% 차지했다.
올해 들어 명품 브랜드 주가는 더 빠르게 올랐다. 중국이 코로나19 봉쇄정책을 끝내면서 보복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에서다. 유로화 강세도 유럽 기업의 주가 상승을 부추겼다.
LVMH는 지난 4월 유럽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5000억달러(약 630조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당시 베르노 아르노 LVMH 회장은 제프 베이조스를 제치고 세계 최고 자산가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2분기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의 소비가 주춤해지고 중국의 회복도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씨티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4월 미국인들은 작년 같은 달보다 18% 소비를 줄였다. 구찌·보테가베네타·발렌시아가 등을 보유한 케링이나 보석 판매 업체 판도라 등은 미국 매출 비중이 30%에 달해 영향이 클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진단했다. 프랑스 기업인 케링은 올해 상반기 한때 600유로 선을 넘었지만, 지금은 400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기대했던 중국 소비가 회복되는지도 중요한 열쇠다. 중국은 전날 2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했는데 전년 대비 6.3% 성장률로 예상치(7.3%)를 크게 밑돌았다.
리치몬트의 까르띠에 보석 사업부는 2분기 24% 성장했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 40% 매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의 성장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인데 앞으로 중국 성장이 둔화하면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명품 브랜드의 주가 하락이 지속된다면 유럽 증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LVMH는 최근 주가가 지지부진하면서 시총이 최고가를 기록했던 4월보다 700억달러 가까이 증발했다.
토마스 쇼벳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지난 3년간의 긍정적인 주가 흐름과 실적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에 시장이 과민한 반응을 했을 수 있다"며 "리치몬트는 여전히 좋은 기업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