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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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업계가 정부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두고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경영진들은 고위 관료와 회담을 갖고 관련 협회는 중국 수출 규제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대 시장인 중국을

17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반도체 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행정부 고위 관료와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도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반도체 업체 CEO와 공급망 재편을 논의했다며 회담을 시인했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뒤 기업 경영진과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블링컨 국무장관을 비롯해 지나 러몬도 상무부장관, 라엘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인텔, 퀄컴, 엔비디아의 경영진을 접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중국 제재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 참석한 기업 경영진 모두 중국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퀄컴은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납품하도록 허가받은 유일한 회사다. 인텔은 AI 용 반도체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중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중국 전용 AI 반도체를 생산하기도 했다.

중국이 게르마늄과 갈륨 등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데 조치라는 관측이다. 중국은 다음달 1일부터 반도체 제조 원료로 사용되는 갈륨과 게르마늄 등 원자재 수출 규제를 적용한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과 게르마늄 생산량의 94%와 83%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제련과 가공 분야에서도 지배력을 갖췄다. 미국 반도체 업계에도 비상이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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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상황에서 업계는 미국의 추가 제재가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가 확산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달 안으로 저사양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 시 사전 승인과 중국 업체들의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접근 제한 등을 포함하는 추가 조치를 발표할 방침이다. 미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반도체 수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같은 날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추가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SIA는 성명을 통해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지속해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며 “그래야 미국이 반도체 제조업체에 39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노력의 긍정적인 영향을 약화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구매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스마트폰, 자동차부터 컴퓨터, 식기 세척기 등 반도체가 들어가는 각종 전자제품 생산 공장이 갖춰져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구매액은 180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 세계 반도체 판매액인 5559억달러의 33%를 웃돈다. 단일 시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업계의 아우성에도 미 정부는 완강한 입장이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대중국 수출 규제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미국 기술이 사용되지 않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NSC는 “우리는 제재에 대한 광범위한 공개 논평과 동맹국 및 파트너, 의회, 산업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과의 집중적인 조정 등을 포함해 제재에 대해 숙고했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