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의자'가 3000만원?…서울옥션 경매 나온 장 프루베 의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서울옥션, 26일 온라인 '디자인 가구 세일' 경매
장 프루베 '스탠더드 체어', 야콥센 '스완 체어'
승효상 가구와 라디오 콘솔, 만년필 등 출품
장 프루베 '스탠더드 체어', 야콥센 '스완 체어'
승효상 가구와 라디오 콘솔, 만년필 등 출품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자 네 개가 경매에 나왔다. 추정 낙찰가는 총 8000만~1억2000만원. 1개당 2000만~3000만원인 셈이다. 평범한 ‘교실 의자’ 같은 가구들이 이렇게 비싼 이유는 ‘원조’이기 때문이다. 작품명은 ‘스탠더드 체어 No. 305’. 이같은 의자 모양을 고안하고 널리 퍼뜨린 프랑스 실용주의 디자인의 거장 장 프루베가 디자인하고 만들었다.
서울옥션이 26일 여는 온라인 경매 '디자인 가구 세일'에 이 의자들이 출품된다. 이번 경매에서는 가구 디자인 거장들의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를 비롯해 빈티지 오디오, 만년필 등 총 86점의 출품작이 새 주인을 찾는다. 낮은 추정가 기준으로 약 7억원 규모다.
장 프루베는 단순하고 합리적인 디자인 철학으로 이름난 프랑스 대표 가구 디자이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으면서 난민과 약자 등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디자인을 고안해왔다. 금속을 활용해 튼튼하고 가볍게 제작한 이 의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전이 된 것들이 대개 그렇듯이, 지금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디자인이지만 프루베가 처음 세상에 내놨을 때는 혁신 그 자체였다. 화려하진 않지만 단순해서 아이들이 장난쳐도 잘 망가지지 않는 게 첫번째 장점. 온종일 앉아 있어도 허리에 무리가 덜 가는 구조라는 게 두번째다.
마지막 장점은 저렴한 원가다. 비록 경매에 나온 작품들은 ‘원조’라는 상징성·희소성·역사성 때문에 비싸지만, 공정이 단순하고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 만드는 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 디자인을 베낀 의자가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져 학교에 납품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덴마크 기능주의의 선구자'로 불리는 건축가 겸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의 'Swan Chair'는 이번 경매에서 500만~8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야콥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웨덴으로 잠시 피란을 갔다가 전후 다시 덴마크로 돌아와 폐허가 된 시청 건물과 공장, 호텔 등을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덴마크를 대표하는 건축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다.
모더니즘 사조에서 영향을 받은 그는 건축과 인테리어 가구, 조명기구, 식기 등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댔다. 이 디자인은 백조를 닮아 '백조 의자'로 불린다. 야콥센을 대표하는 디자인 중 하나다. 건축가 승효상의 '수도자 의자'(추정가 240만~400만원), '측장'(230만~500만원)도 나왔다. 이정섭의 'CEO Table'은 900만~3000만원의 추정가가 책정됐다. 이 밖에도 550만~900만원을 호가하는 몽블랑 만년필 두 개와 일본에서 온 빈티지 라디오 콘솔(50만~150만원), 독일의 빈티지 진공관 라디오(150만~300만원)도 출품됐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인테리어 수요가 증가하면서 빈티지 디자인 가구를 찾는 고객이 급증했고, 이런 트렌드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의자 네 개에 1억원을 지불하는 건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도 보는 건 공짜다.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 지하 4층에서 경매 당일(26일) 정오까지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관람 가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서울옥션이 26일 여는 온라인 경매 '디자인 가구 세일'에 이 의자들이 출품된다. 이번 경매에서는 가구 디자인 거장들의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를 비롯해 빈티지 오디오, 만년필 등 총 86점의 출품작이 새 주인을 찾는다. 낮은 추정가 기준으로 약 7억원 규모다.
장 프루베는 단순하고 합리적인 디자인 철학으로 이름난 프랑스 대표 가구 디자이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으면서 난민과 약자 등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디자인을 고안해왔다. 금속을 활용해 튼튼하고 가볍게 제작한 이 의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전이 된 것들이 대개 그렇듯이, 지금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디자인이지만 프루베가 처음 세상에 내놨을 때는 혁신 그 자체였다. 화려하진 않지만 단순해서 아이들이 장난쳐도 잘 망가지지 않는 게 첫번째 장점. 온종일 앉아 있어도 허리에 무리가 덜 가는 구조라는 게 두번째다.
마지막 장점은 저렴한 원가다. 비록 경매에 나온 작품들은 ‘원조’라는 상징성·희소성·역사성 때문에 비싸지만, 공정이 단순하고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 만드는 데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 디자인을 베낀 의자가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져 학교에 납품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덴마크 기능주의의 선구자'로 불리는 건축가 겸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의 'Swan Chair'는 이번 경매에서 500만~8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야콥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웨덴으로 잠시 피란을 갔다가 전후 다시 덴마크로 돌아와 폐허가 된 시청 건물과 공장, 호텔 등을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덴마크를 대표하는 건축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다.
모더니즘 사조에서 영향을 받은 그는 건축과 인테리어 가구, 조명기구, 식기 등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댔다. 이 디자인은 백조를 닮아 '백조 의자'로 불린다. 야콥센을 대표하는 디자인 중 하나다. 건축가 승효상의 '수도자 의자'(추정가 240만~400만원), '측장'(230만~500만원)도 나왔다. 이정섭의 'CEO Table'은 900만~3000만원의 추정가가 책정됐다. 이 밖에도 550만~900만원을 호가하는 몽블랑 만년필 두 개와 일본에서 온 빈티지 라디오 콘솔(50만~150만원), 독일의 빈티지 진공관 라디오(150만~300만원)도 출품됐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인테리어 수요가 증가하면서 빈티지 디자인 가구를 찾는 고객이 급증했고, 이런 트렌드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의자 네 개에 1억원을 지불하는 건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행히도 보는 건 공짜다. 서울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 지하 4층에서 경매 당일(26일) 정오까지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관람 가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