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바다에 선한 영향력"…선박 청소 로봇에 반한 이유 [그래서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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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투자했다
(8) 박정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상무
(8) 박정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상무
한경 긱스(Geeks)가 [그래서 투자했다] 코너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벤처캐피털(VC)이나 액셀러레이터의 투자심사역이 발굴한 스타트업과 투자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박정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상무가 선박 청소 로봇 서비스 회사 타스글로벌에 투자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처음부터 잘 맞았던 사람
2018년 타스글로벌을 소개받고 처음 든 생각은 “선박 청소 로봇을 직접 개발했는데 팔지 않고 청소 서비스를 한다고? 신박하군!”이었다. 청소(환경), 로봇, 서비스가 중심인 ‘RaaS(Robot As A Service)’라는 사업 모델이 재미있었다. 이런 특이한 창업은 누가 어떻게 한 걸까, 기대감을 안고 부산으로 향했다.드디어 만나게 된 타스글로벌의 김유식 대표가 자기소개를 했다. 원래 자산운용사에서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로서 커리어를 이어온 탓인지, 대화 내내 심사역인 나와 어딘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김유식 대표는 항상 회사 바깥에서 투자자로서 존재하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새로운 가치를 생산해내는 '발명'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평소 머리를 식힐 때마다 찾던 요트세일링을 하고 있던 어느 날, 본인 배보다 네 배나 큰 엔진을 달고 있는 옆의 배가 오히려 속도가 더 느린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배를 잘 아는 사람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배 아랫부분에 따개비가 끼면 원래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다. 실제로 따개비를 떼어내니 그제서야 속도를 냈다. 물 밑 보이지 않는 배의 밑부분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 사업적 영감을 강하게 얻고 10년간 재직하던 자산운용계를 미련없이 떠났다. 타스글로벌을 창업하며 김유식 대표가 고안한 서비스는 쉽게 말해 고객사가 되는 커다란 상선들을 대상으로 수면 아래 달라붙는 부착생물을 잠수 로봇을 이용해 제거하고, 회수된 불순물을 정제한 뒤 바다에 배출해주는 것이다.
회사는 당시 매출은 없는 상태지만 거시적인 트렌드를 읽고 설득력 있는 사업 계획을 구축했다. 즉, 1) 기후대응을 위한 이산화탄소 감축 2) 생물의 다양성을 위협하는 외래종 관리는 장기적인 글로벌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3) 완성도 및 안정성이 확보된 로봇 개발이 도움이 되며 4) 비즈니스 형태는 일회성에 그치는 판매 매출이 아닌 다회성인 서비스 형태가 향후 폭발적인 이익율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대표와 계속 이야기를 나눌수록 첫 인상 때 느낀 ‘비슷하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가지게 됐다. 사실 선박 분야와는 거리가 멀게 살아온 우리가 바다 앞에서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통함'이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그와 함께 술 한잔 기울이며 전 세계가 우리 청소 로봇 서비스를 쓰게 될 거라는 당찬 꿈을 나도 같이 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세계 최초, 디지털, 환경... "What else?"
이후 사무실에 돌아와 투자 단계를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먼저 김 대표를 초청해 우리 회사 심사역들을 대상으로 IR을 열었다. 물론 투자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와 문제 제기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는 내부투심위를 잘 진행했고 우리 예상대로 매출이 없음에도 비전에 대한 동의를 잘 얻게 됐다. 꿈을 향한 동행을 같이하게 된 것이다.선체 바닥 청소라는 분야가 신선하기는 했지만, 사실 시중에는 이미 로봇 청소가 상용화돼 있고 수중 작업을 하는 로봇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우리 회사에서 투자를 결정하게 됐던 주요 포인트는 명확했다.
먼저 타스글로벌 로봇은 세계 최초로 영구자석 접지력 기술을 사용했다. 기존 기술들은 선체의 특성상 로봇의 접지력 문제로 상용화 단계에서 많은 애를 먹고 있었다. 타스글로벌 기술은 곡면인 선체에 달라붙어도 미끄러지지 않고 완벽히 접착해 곳곳을 청소할 수 있다. 선박의 곡면에 따라 무한궤도로 부드럽게 안정적으로 이동하는 것은 특허받은 유일 기술이고 특허가 간단해 우회하기 어려운 특징도 가지고 있었다.
두 번째로는 무인 원격 조정이 되는 완전한 디지털 기술로 작업자의 안전성과 업무 효율성을 대폭 높였다는 점이다. 로봇이 6개의 카메라를 달고 잠수를 하기 때문에 사람은 물 바깥에서도 사방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전 선체 바닥 청소 업무에는 전문 잠수부를 활용해서 섬세한 수작업을 직접 담당해야 했다. 당연히 작업 시간도 몇 배나 더 걸릴 뿐 아니라 작업자의 안전 문제도 있었다. 이 부분을 완벽히 해소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는 환경적인 가치와 운영상 환경을 마지막까지 고려한 오손 정제 시스템, 즉 후처리 기술이다. 먼저 배가 부착생물로 인해서 발생하는 마찰력 때문에 추가 연료가 10~50% 발생하는데, 이를 제거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를 30~50% 저감시키는 효과를 낸다. 또 배에서 떼어낸 폐기물이 그대로 버려진다면 바닷속에서 부유하다가 다시 정박한 배에 붙기 마련이다. 회사의 로봇은 강력한 접지력을 바탕으로 진공청소기 기능을 하는 호스를 연결해도 문제가 없게 만들고, 호스를 통해 딸려 들어오는 물질들을 세 차례에 걸쳐 특수 필터로 걸러 낸 다음 맑은 물을 배수한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선사들에 로봇 청소 서비스를 공급 중이다. 세계 '톱 10' 해운사 중 9곳이 타스글로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금은 국내 부산신항 위주로 서비스가 이뤄지지만, 곧 해외 항구로도 무대를 넓힐 예정이다.
진심은 통한다는 것
김 대표는 2014년 창업 후 최근까지도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무엇보다 기술 개발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게다가 보수적인 선박업계에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한 차례의 오류도 없이 수행하고, 또 많은 작업을 통해서 증명해 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도 해양수산부 등 정부의 연구개발(R&D) 과제를 하나씩 수행해나갔고, 이제는 국가 단위의 큰 개발 과제를 맡으며 역량을 증명하고 있다.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스리랑카 등 아시아는 물론 최근에는 브라질의 국민기업 페트로브라스, 칠레, 파나마 등 전 세계와 파트너십을 맺을 만큼 성장했다.
그 과정을 나는 투자자로서 함께할 수 있어 의미가 컸다. 첫 미팅부터 2018년 8월 첫 투자 때까지 6개월 정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순간들이 모두 소중했다. 물론 투자 이후 서비스 매출 구조 탓에 성장이 더뎠다. 하지만 미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변할 거란 믿음과 김 대표가 가진 역량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2020년 2차 투자를 집행했다.
이후 회사는 꾸준한 매출과 약속했던 마일스톤을 보여줬다. 올해 열린 새로운 투자 라운드에서 3차 투자까지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회사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 기쁘고 뿌듯했다. 이제 타스글로벌은 우리나라 정부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수중 선박 청소 연구개발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산업, 세계 표준, 법령에 아우르는 사업으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국제연합의 대기, 해양 환경 개선 의지는 국제 환경 합의로 나타나고 있다. 선박의 온실가스, 해양 외래종 침입 방지에 필요한 수중 선박 청소 기술과 표준을 모두 갖춘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대부분의 해외 국가들은 수중 선박 청소 관련 제도를 준비하고 있지만 기술적 여력은 없는 상황이다.
해양을 보호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많은 스타트업인들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내가 투자한 타스글로벌이 더 뛰어난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대표가 늘 신념처럼 말하는 '환경도 지키고, 고객 비용도 줄여주고, 우리도 돈을 버는' 사업이라는 점은 비단 개인적인 가치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창업가의 진심은 바다로, 그리고 세상으로 통할 것이다.
회사는 수 년 내 공모 시장으로 가서 더 큰 사업 자금도 확보할 것이고, 우리나라 바다뿐 아니라 바다가 있는 모든 곳에서 그 영향력을 펼치리라 기대한다. 나 또한 그의 여정을 동행하고 꿈을 같이 꾸고 있기에 진심으로 잘한 투자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박정인 ㅣ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상무
로봇, ICT, 바이오·헬스케어 등 주요 산업에서 랜드마크가 될 만한 혁신적인 기업에 투자하고 그들의 성장에 기여하고자 노력합니다. 대표적인 투자기업은 알체라, 온코크로스, 캐시프리(인도)로 AI 기술 기반의 다양한 기업에 투자했고 현재 2개 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고 있습니다. 좋은 기업을 만날 수 있고, 투자할 수 있는 언제나 준비된 투자자이기를 바라며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고 공부하는 14년차 심사역입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