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 "불합리한 세금 고쳐…납세자 권익 지키기 앞장설 것"
“세무사는 공공성을 갖춘 조세 전문가가 돼야 합니다. 불합리한 세금 제도를 고쳐서 납세자가 불필요하게 낸 세금을 돌려드리는 권익 보호에 앞장서겠습니다.”

구재이 한국세무사회장(사진)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납세자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는 성실 납세뿐 아니라 불합리한 세금을 내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는 권익 보호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 회장은 지난 3일 1만5000여 명의 세무사를 대표하는 제33대 세무사회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국립세무대 출신 첫 회장이기도 하다.

구 회장은 세무사업계에서 비주류 인사로 꼽혔다. 국세청에서 근무하다 퇴직 후 세무사 개업과 함께 주로 시민사회에서 활동해왔다. 지난달부터 각 지역을 거쳐 순차적으로 치러진 이번 세무사회장 선거에서도 열세라는 평가였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총 9611표 중 4250표를 얻어, 유력 후보를 33표차로 제치고 당선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구 회장은 세무사들이 변화와 혁신을 강렬하게 원한 것이 당선 배경이라고 했다. 그는 “세무사회는 그동안 공무원 조직처럼 변화가 없고 외부와도 소통이 단절돼 있었다”며 “세무업계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도록 변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납세자에게 인정받는 세무사’를 취임 일성으로 내세웠다. 그는 “조세 정의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세금 제도나 국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세무 행정을 세무사가 앞장서 고쳐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앞으로 ‘불합리한 세금 개선 운동’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징세 편의주의에 따라 납세자의 권익은 외면한 채 세금 징수에만 매달렸다는 것이 구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불합리한 세금 제도의 대표 사례로 과도한 가산세를 꼽았다. 예컨대 소득세 등 국세를 기한을 넘겨 내거나 과소 납부하면 납부불성실 가산세가 붙는다. 가산세는 무제한이기 때문에 가산세가 원래 내야 하는 세금을 넘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방세가 가산세 한도를 내야 하는 세금의 75%로 제한을 두는 것처럼 국세도 가산세에 한도를 둬야 한다는 것이 구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회계·세무·노무 원스톱 지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은 현실적으로 회계사나 노무사를 고용할 형편이 못 된다”며 “지금도 상당수 중소기업이 세무사에게 4대보험 업무 및 회계 처리를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세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한해 회계·세무·노무 등 3대 경영관리 업무를 세무사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해당 직역단체들과 적극 협의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과 플랫폼 기술 발달로 세무사는 각종 조사에서 사라질 수 있는 직업 중 하나로 꼽힌다. 국세청도 홈택스와 모두채움 등 납세시스템을 통해 세무사를 거치지 않고 세금을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 회장은 세무사들의 손익 여부를 떠나 납세자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이런 서비스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세무사들도 장부를 대신 작성해주는 기장대행이나 신고 등 단순업무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며 “조세 전문성을 앞세워 기업 경영분석 등 종합적인 세무 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