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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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진통 끝에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9620원)보다 240원(2.5%) 오른 금액이며 월급으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사상 첫 '최저시급 1만원' 시대는 내년 이후로 미뤄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9일 새벽 열린 15차 전원회의에서 2024년도 시간 당 최저임금을 이같이 결정했다. 최저임금위는 전날 오후 3시부터 전원회의를 열어 논의를 시작했다.

새벽 6시 경 노사가 각각 최종제시안(11차 수정안)을 제출했다. 근로자위원이 1만원, 사용자위원이 9860원을 제시한 가운데 표결이 진행됐으며 사용자위원안이 17표, 근로자위원안이 8표를 획득해(무표 1표) 결국 2024년도 적용 최저임금은 9860원으로 결정됐다.

○전원회의 횟수 역대 최다, 심의기간도 역대 최장

이번 2024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고용노동부 장관 심의 요청 이후 110일이나 걸리면서 1988년 최저임금 제도 시행 이후 ‘역대 최장기 심의’가 됐다. 최저임금 심의가 가장 늘어진 때는 2016년으로 당시 심의기간은 108일이었다. 최저임금 전원회의도 15차례(15차수)나 열려 2018년과 함께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최다 횟수를 기록했다.

양측은 지난 6월 27일 최초 요구안으로 각각 1만2210원과 9620원을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18일 14차 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7차·8차 수정안을 잇따라 제시했고, 8차 수정안에서 양측은 각각 10.0% 오른 1만620원과 1.9%오른 9785원을 내놨다.

노동계가 두 자릿수 인상률을 고수하고 경영계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심의촉진 구간’으로 9820원~1만150원을 제시했다. 올해 보다 각각 2.1%~5.5% 인상된 금액이다.

하한액의 경우 올해 1~4월 사업체노동력조사 상 300인 미만 사업장 전체 근로자의 임금 총액 상승률(2.1%)을, 상한액의 경우 2023년 한국은행, KDI, 기획재정부 3개 기관 평균 물가상승률(3.4%)에 2023년도 비혼단신 생계비 개선분 2.1%를 더한 수치를 참고로 했다는 게 공익위원 측의 설명이다.

이후 심의촉진구간 안에서 9차 수정안 제출을 요구 받은 근로자위원들 간에 이견이 발생하면서 정회와 속개가 반복됐다. 그 사이에 자정을 넘기면서 최저임금위 전원회의 차수도 14차에서 15차로 바뀌었다.

새벽 2시 20분 경 근로자위원들이 9차 수정안으로 1만20원을, 사용자위원은 9830원을 제시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전년 대비 각각 4.2%, 2.2% 인상한 금액으로 노사 요구안의 격차도 190원으로 크게 줄었다. 다만 이때부터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은 수정안 제출 및 협의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잇따라 10차 수정안 제출을 요구 받은 근로자위원들은 10차 수정안을 내지 않았지만, 사용자위원 측은 9840원을 제시했다.

이후 공익위원들은 노사 간 요구안 격차가 합의 가능한 수준으로 좁혀졌다는 판단 하에 결국 새벽 5시께 9920원으로 합의안(조정안)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한국노총 근로자위원 4명은 조정안을 수용했지만, 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이 조정안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나타내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노총의 강한 의사표시에 떠밀려 근로자위원 측은 합의를 최종 거부하기로 결정했고, 노사가 각각 제시한 '최종 제시안'을 두고 표결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결국 애당초 제시된 합의안 9920원보다 후퇴한 9860원으로 최종 결정된 셈이다.

고용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시급 9860원을 오는 8월 5일까지 고시해야 한다. 이번에 결정된 최저임금은 고시가 이뤄지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16.4%, 2019년 10.9% 오른 뒤 2020년 2.9%, 2021년 1.5%로 인상률이 주춤했다. 이후 2022년 5.1%, 2023년 5.0%로 2년 연속 5% 인상률을 기록하며 재차 가파른 인상 가도를 달린 바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