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벤틀리 외제차 4대 몰았는데…'매일 철거하는 남자'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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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작업 1년차 40대 땡구철거 안정환 실장
月1억씩 벌었지만 사업 두번 실패로 빚만 수십억
가족에 빌린 돈 갚기 위해 철거 현장 막노동 시작
재기하면 ‘노숙자 1인 무료 사워실’ 운영하고파
참담한 현실이었다. 거래처에 돌려주지 못한 돈을 갚기 위해 아버지의 새어머니께 도움을 청했다. 새어머니가 건네준 돈은 2억8000만원. 갖고 있던 모든 걸 다 잃어서 살고 싶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채용 공고 사이트에 뜬 "일당 25만원"이라는 문구에 이끌려 무작정 한 폐기물 쓰레기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현장에서 만난 인연을 통해 철거라는 새로운 일을 접했고 1년째 밤낮 가리지 않으며 땀을 흘리는 중이라고 한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철거 현장에서 일당 18만원을 받으며 빚을 갚고 있는 '매일 철거하는 남자' 안정환(42)입니다. 두 번의 사업 실패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2억8000만원을 빚졌습니다.
절망적인 현실에 니코틴 액상을 구입했습니다. 해서는 안되는 생각을 했습니다. 몇 번 시도했지만 죽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에라, 이마저도 내 마음대로 안되네'라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채용 공고 사이트를 들어가봤습니다. 그곳에서 폐기물 수집회사를 알게 됐습니다.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큰 사장'과 연이 닿을 수 있던 곳이었습니다. 이야기가 길지만 결국 상가 철거라는 새로운 일을 접하게 됐고 1년반 동안 이 일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것들을 철거하나요?
철거는 인테리어 상태를 공간 임대 계약 전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가벽, 간판, 천장 등 구조물을 떼서 쓰레기 처리장에 버리는 작업입니다. 업주들은 인테리어가 잘 된 상가에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자신의 개성과 사업 목적에 맞게 추가 공사를 진행합니다. 나무, 타일, 석고 재질을 바닥이나 가벽에 덧댑니다.
주방집기류, 가벽, 천장, 바닥, 덕트배관을 다 철거하는 '전체철거'가 있고, 이중 부분적으로 작업하는 '부분철거'가 있습니다.
가장 고된 작업은 '왈가닥'입니다. 현장에서 나온 온갖 타일, 시멘트, 콘크리트 같은 폐기물을 우선 바닥에 모아뒀다가 한번에 정리하곤 합니다. 제 몸만한 바구니에 폐기물을 담아 트럭으로 나르는 작업을 반복해야 합니다. 큰 업장에선 50번도 넘게 왔다갔다 합니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합니다. 사는 곳은 경기도 파주인데 작업현장은 서울,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모든 지역입니다.
아침 8시에 일을 시작하는데 넉넉하게 두 시간 전에 미리 가 있으려고 노력합니다.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주변 상가를 돌아다니며 명함 150장을 이곳저곳에 붙입니다.
일을 시작한 지 이제 1년 조금 넘어서 아직 제가 직접 견적을 본 다음 진행하는 일은 적습니다. 주로 '큰 사장'이 계약한 현장에서 일당을 받으며 일합니다. 제가 계약한 일은 50만원, 다른 사장이 계약한 일은 일당 18만원을 받습니다.”
▶여러 현장 일 중에서도 철거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죽기 직전 들어가본 채용 공고 사이트를 통해 폐기물 수집 회사에서 일하게 됐어요. '일당 25만원'이 딱 적혀 있어서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면접을 보러 오라던 시간이 새벽 3시였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불법 폐기물 처리 회사였어요. 전국서 모아온 쓰레기를 돌멩이는 돌멩이끼리, 나무는 나무끼리 분류해 버리면 처리 비용이 훨씬 덜 드는 점을 악용했어요.
일한 지 두 달 째 되던 무렵 사고가 발생했어요. 불법 폐기물 중에 유난히 긴 가스통이 있어요. 전문적인 곳에서 처리를 해야 하는데 사장이 그냥 처리하라고 시킨 거예요. 한 직원이 가스를 빼고 이 고철만 팔겠다는 생각에 가스통 밸브 쪽을 망치로 탕탕 치다가 가스가 새어 나왔어요. 그래서 가슴이 뚫려서 죽었어요.
아파서 집에서 하루 쉬겠다고 했던 날인데 그 사람이 죽었으니 대신 일하러 오라고 하는 거예요. 죽겠다고 한 제가 막상 현장서 죽은 사람을 보니 너무 무서웠어요. 다시는 그곳으로 못 돌아가겠더라고요. 살 길을 찾아야 했는데 도움을 줬던 지금의 '큰 사장'이 떠올랐어요. 큰 사장이 철거하던 현장서 폐기물을 자주 수집하곤 했었는데, 하루는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사장이 카센터까지 같이 가 줬어요. 그러면서 기다리는 시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었어요.
당시 사장은 일이 한 달에 하루도 못 쉴 정도로 일이 많아져서 직접 견적을 보러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 한 사람 정도를 뽑고 있다고 하셨던 기억이 났거든요. 그래서 이 사장에게 저를 써달라고 전화를 하게 된 거죠.
운이 정말 좋았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큰 사장, 저, 그리고 다른 직원 둘 이렇게 네 명이서 한 팀으로 움직이는데, 올해는 많아야 한달에 4~5일 정도밖에 못 쉴 정도로 일이 많았어요. 모두가 제 일처럼 즐겁게 하니까 시너지 효과도 나요." ▶과거 얘기가 더 궁금해집니다. 전에 했던 사업은 어땠나요?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의류와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사업이었어요. 한 달에 많이 벌 때는 6000만원도 벌고, 많이 벌 땐 1억도 벌었어요. 2005년도께 의류사업을 하다가 쫄딱 망해서 채무 불이행으로 신용불량자가 됐었는데, 두 번째 사업을 하면서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사업이 커지면서 투자금이 더 필요해지는 순간이 왔었어요. 대출을 받아야 되니까 동업자를 또 찾았는데 이게 실수였습니다. 동업자 명의로 사업자를 6개까지 확대 운영했어요. 그러다 사업을 한 지 5년째 되던 2020년도부터 돈이 줄줄 새기 시작해요. 알고보니 동업자가 노름을 하면서 회삿돈을 막 쓰고 사업자를 하나둘씩 처분했더라고요. 제 집도 차압이 들어오고 아주 안 좋은 상황이 되어 버렸죠."
▶채무가 얼마나 쌓였었나요?
“거래처 네 곳에 돌려주지 못하고 있던 돈만 몇십억원이 됐어요. 일을 저지른 동업자가 자살한 상황에서 어쨌든 수습을 해야 했어요. 대신 안 갚아주면 제가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거든요.
당시 타고 다니던 벤틀리, 볼보, 벤치GLS, 포르쉐까지 총 네 대를 처분했어요. 온갖 명품 다 팔고 나니까 여전히 갚아야 할 2억8000만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손을 벌려 대출금을 마련했습니다. 저를 위해 대신 빚을 진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이 채무를 빨리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매달 상환해야 하는 금액은 580만 원입니다. 한달 내내 일해도 일당 18만원 받으면 월 540만원밖에 못 벌어요. 그래서 야간 업무도 있을 때마다 꼭 가려고 합니다. 야간 작업은 수당이 붙어서 20만원씩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절망적인 순간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왔나요?
“제가 갖고 있었던 것들을 버리지 않으면 단 한 시간도 살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갖고 있었던 걸 잊어버린 케이스니까 저는 그것들을 다 내려놓고 하루하루에만 집중하기로 했어요.
여기서 만약에 내가 다시 자리를 잡고 다시 성공 궤도로 올라가면 분명히 이 불행을 이해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명확한 이유를 모르시겠지만,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지나오며 얻은 점이 있나요?
“사람 됨됨이가 바뀐 것 같다고 느껴요. 어리석음들이 많이 있었어요. 돈이 많이 있을 때 허세가 많고, 잘난 척 많이 하고 사람 무시하는 성격이었어요.
어르신들도 공경하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주차를 하는데 누군가 제 차 옆에 너무 바짝 붙여놓으면 "이게 얼마짜리 차인 줄 알아요? 아저씨 때문에 먼지 다 묻었잖아. 세차비 내놔!" 이런 식으로까지 했던 사람이었어요.
제가 이런 고된 일을 해보니까 다시는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못하게 됐죠. 바뀌기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인 것 같다고 생각을 해요."
▶최종 꿈이 있다면요?
"20대 때 군 제대하고 6개월간 노숙생활을 한 적이 있어요. 노숙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씻을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거예요.
언젠가 다시 성공하면 노숙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1인 샤워실을 운영하고 싶어요. 지하철역 인근 사람들이 잘 안다니는 쪽으로 통로를 만들어서 거기서 씻고 무료로 꺼내입을 수 있는 옷을 구비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진짜 한번 해보고 싶어요. 씻고 옷이라도 갈아입으면 어디 현장가서 하루 일할 기회도 생길 수 있잖아요."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月1억씩 벌었지만 사업 두번 실패로 빚만 수십억
가족에 빌린 돈 갚기 위해 철거 현장 막노동 시작
재기하면 ‘노숙자 1인 무료 사워실’ 운영하고파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인 걸까. 생애주기별 ‘숙제’에 발목 잡힌 대한민국 청년들. 대입, 취업, 연애, 결혼까지. 하나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낙오된다?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그 어디서도 말할 수 없었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의류사업을 하다 망한 첫 번째 경험은 나름대로 견딜만 했다. 두 번째 사업은 타격이 컸다. 의류와 생활용품 관련 유통을 하면서 사업자를 6개까지 늘렸다. 개인 대출이 어려워 동업자 명의로 사업을 한 게 화근이었다. 어느 날 동업자가 수십억대 채무와 거래처 미수금을 남기고 생을 마감해버렸다.
참담한 현실이었다. 거래처에 돌려주지 못한 돈을 갚기 위해 아버지의 새어머니께 도움을 청했다. 새어머니가 건네준 돈은 2억8000만원. 갖고 있던 모든 걸 다 잃어서 살고 싶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채용 공고 사이트에 뜬 "일당 25만원"이라는 문구에 이끌려 무작정 한 폐기물 쓰레기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현장에서 만난 인연을 통해 철거라는 새로운 일을 접했고 1년째 밤낮 가리지 않으며 땀을 흘리는 중이라고 한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철거 현장에서 일당 18만원을 받으며 빚을 갚고 있는 '매일 철거하는 남자' 안정환(42)입니다. 두 번의 사업 실패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2억8000만원을 빚졌습니다.
절망적인 현실에 니코틴 액상을 구입했습니다. 해서는 안되는 생각을 했습니다. 몇 번 시도했지만 죽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에라, 이마저도 내 마음대로 안되네'라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채용 공고 사이트를 들어가봤습니다. 그곳에서 폐기물 수집회사를 알게 됐습니다. 현재 함께 일하고 있는 '큰 사장'과 연이 닿을 수 있던 곳이었습니다. 이야기가 길지만 결국 상가 철거라는 새로운 일을 접하게 됐고 1년반 동안 이 일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것들을 철거하나요?
철거는 인테리어 상태를 공간 임대 계약 전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가벽, 간판, 천장 등 구조물을 떼서 쓰레기 처리장에 버리는 작업입니다. 업주들은 인테리어가 잘 된 상가에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자신의 개성과 사업 목적에 맞게 추가 공사를 진행합니다. 나무, 타일, 석고 재질을 바닥이나 가벽에 덧댑니다.
주방집기류, 가벽, 천장, 바닥, 덕트배관을 다 철거하는 '전체철거'가 있고, 이중 부분적으로 작업하는 '부분철거'가 있습니다.
가장 고된 작업은 '왈가닥'입니다. 현장에서 나온 온갖 타일, 시멘트, 콘크리트 같은 폐기물을 우선 바닥에 모아뒀다가 한번에 정리하곤 합니다. 제 몸만한 바구니에 폐기물을 담아 트럭으로 나르는 작업을 반복해야 합니다. 큰 업장에선 50번도 넘게 왔다갔다 합니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합니다. 사는 곳은 경기도 파주인데 작업현장은 서울,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모든 지역입니다.
아침 8시에 일을 시작하는데 넉넉하게 두 시간 전에 미리 가 있으려고 노력합니다. 일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주변 상가를 돌아다니며 명함 150장을 이곳저곳에 붙입니다.
일을 시작한 지 이제 1년 조금 넘어서 아직 제가 직접 견적을 본 다음 진행하는 일은 적습니다. 주로 '큰 사장'이 계약한 현장에서 일당을 받으며 일합니다. 제가 계약한 일은 50만원, 다른 사장이 계약한 일은 일당 18만원을 받습니다.”
▶여러 현장 일 중에서도 철거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죽기 직전 들어가본 채용 공고 사이트를 통해 폐기물 수집 회사에서 일하게 됐어요. '일당 25만원'이 딱 적혀 있어서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면접을 보러 오라던 시간이 새벽 3시였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불법 폐기물 처리 회사였어요. 전국서 모아온 쓰레기를 돌멩이는 돌멩이끼리, 나무는 나무끼리 분류해 버리면 처리 비용이 훨씬 덜 드는 점을 악용했어요.
일한 지 두 달 째 되던 무렵 사고가 발생했어요. 불법 폐기물 중에 유난히 긴 가스통이 있어요. 전문적인 곳에서 처리를 해야 하는데 사장이 그냥 처리하라고 시킨 거예요. 한 직원이 가스를 빼고 이 고철만 팔겠다는 생각에 가스통 밸브 쪽을 망치로 탕탕 치다가 가스가 새어 나왔어요. 그래서 가슴이 뚫려서 죽었어요.
아파서 집에서 하루 쉬겠다고 했던 날인데 그 사람이 죽었으니 대신 일하러 오라고 하는 거예요. 죽겠다고 한 제가 막상 현장서 죽은 사람을 보니 너무 무서웠어요. 다시는 그곳으로 못 돌아가겠더라고요. 살 길을 찾아야 했는데 도움을 줬던 지금의 '큰 사장'이 떠올랐어요. 큰 사장이 철거하던 현장서 폐기물을 자주 수집하곤 했었는데, 하루는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사장이 카센터까지 같이 가 줬어요. 그러면서 기다리는 시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었어요.
당시 사장은 일이 한 달에 하루도 못 쉴 정도로 일이 많아져서 직접 견적을 보러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 한 사람 정도를 뽑고 있다고 하셨던 기억이 났거든요. 그래서 이 사장에게 저를 써달라고 전화를 하게 된 거죠.
운이 정말 좋았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큰 사장, 저, 그리고 다른 직원 둘 이렇게 네 명이서 한 팀으로 움직이는데, 올해는 많아야 한달에 4~5일 정도밖에 못 쉴 정도로 일이 많았어요. 모두가 제 일처럼 즐겁게 하니까 시너지 효과도 나요." ▶과거 얘기가 더 궁금해집니다. 전에 했던 사업은 어땠나요?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의류와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사업이었어요. 한 달에 많이 벌 때는 6000만원도 벌고, 많이 벌 땐 1억도 벌었어요. 2005년도께 의류사업을 하다가 쫄딱 망해서 채무 불이행으로 신용불량자가 됐었는데, 두 번째 사업을 하면서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사업이 커지면서 투자금이 더 필요해지는 순간이 왔었어요. 대출을 받아야 되니까 동업자를 또 찾았는데 이게 실수였습니다. 동업자 명의로 사업자를 6개까지 확대 운영했어요. 그러다 사업을 한 지 5년째 되던 2020년도부터 돈이 줄줄 새기 시작해요. 알고보니 동업자가 노름을 하면서 회삿돈을 막 쓰고 사업자를 하나둘씩 처분했더라고요. 제 집도 차압이 들어오고 아주 안 좋은 상황이 되어 버렸죠."
▶채무가 얼마나 쌓였었나요?
“거래처 네 곳에 돌려주지 못하고 있던 돈만 몇십억원이 됐어요. 일을 저지른 동업자가 자살한 상황에서 어쨌든 수습을 해야 했어요. 대신 안 갚아주면 제가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었거든요.
당시 타고 다니던 벤틀리, 볼보, 벤치GLS, 포르쉐까지 총 네 대를 처분했어요. 온갖 명품 다 팔고 나니까 여전히 갚아야 할 2억8000만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손을 벌려 대출금을 마련했습니다. 저를 위해 대신 빚을 진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이 채무를 빨리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매달 상환해야 하는 금액은 580만 원입니다. 한달 내내 일해도 일당 18만원 받으면 월 540만원밖에 못 벌어요. 그래서 야간 업무도 있을 때마다 꼭 가려고 합니다. 야간 작업은 수당이 붙어서 20만원씩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절망적인 순간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왔나요?
“제가 갖고 있었던 것들을 버리지 않으면 단 한 시간도 살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갖고 있었던 걸 잊어버린 케이스니까 저는 그것들을 다 내려놓고 하루하루에만 집중하기로 했어요.
여기서 만약에 내가 다시 자리를 잡고 다시 성공 궤도로 올라가면 분명히 이 불행을 이해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 명확한 이유를 모르시겠지만,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지나오며 얻은 점이 있나요?
“사람 됨됨이가 바뀐 것 같다고 느껴요. 어리석음들이 많이 있었어요. 돈이 많이 있을 때 허세가 많고, 잘난 척 많이 하고 사람 무시하는 성격이었어요.
어르신들도 공경하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주차를 하는데 누군가 제 차 옆에 너무 바짝 붙여놓으면 "이게 얼마짜리 차인 줄 알아요? 아저씨 때문에 먼지 다 묻었잖아. 세차비 내놔!" 이런 식으로까지 했던 사람이었어요.
제가 이런 고된 일을 해보니까 다시는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못하게 됐죠. 바뀌기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인 것 같다고 생각을 해요."
▶최종 꿈이 있다면요?
"20대 때 군 제대하고 6개월간 노숙생활을 한 적이 있어요. 노숙자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씻을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거예요.
언젠가 다시 성공하면 노숙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1인 샤워실을 운영하고 싶어요. 지하철역 인근 사람들이 잘 안다니는 쪽으로 통로를 만들어서 거기서 씻고 무료로 꺼내입을 수 있는 옷을 구비하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진짜 한번 해보고 싶어요. 씻고 옷이라도 갈아입으면 어디 현장가서 하루 일할 기회도 생길 수 있잖아요."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