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C뷰티 '양다리 전략'…조용히 2조 번 코스맥스 [안재광의 대기만성'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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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공장, 조선미녀 등 라이징스타 잇달아
이들 뒤에서 제품 만드는 ODM 기업 역할 커
코스맥스, 중국 비중 35% 넘어...C뷰티로 확장
이들 뒤에서 제품 만드는 ODM 기업 역할 커
코스맥스, 중국 비중 35% 넘어...C뷰티로 확장
마녀공장이란 화장품 회사가 얼마 전 코스닥에 상장 했는데, '따상'을 갔죠. 이 회사 상장할 때 주식 한 주를 1만6000원에 발행했는데, 상장 첫 날 주가가 4만1600원까지 올랐습니다. 마녀공장은 화장 지울 때 쓰는 클렌징 오일, 클렌징 폼 같은 것 잘 만들기로 유명해요. 설립한 지 10년 조금 넘었는데, 작년에 매출 1000억원을 넘겼습니다. 조선미녀란 브랜드는 미국에서 '대박'이 났는데요, 지난해 미국 아마존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 처음 참여해서 선크림 부문 1위, 아이크림 부문 4위에 이름을 올렸어요. 이 회사 매출이 2020년 1억원에 불과했는데, 작년에 300억원까지 늘었습니다. 올해 목표가 무려 2000억원이라고 해요. K뷰티 한물 갔다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잘 찾아보면 이런 중소 브랜드 중에 성공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라 중국도 비슷해요. 립스틱, 파운데이션 같은 색조 부문에서 티몰 판매 1위를 달성한 퍼펙트 다이어리는 2017년에 설립된 신생 회삽니다.
화장품 사업이 한 두푼 드는 것도 아닌데, 쟁쟁한 글로벌 대기업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신생 브랜드가 확 뜰 수 있나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역시 뭔가 있었습니다. 만들어 주는 회사들이 비슷비슷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브랜드는 수 천, 수 만개지만 제조 공장은 몇 개 안된다. 그리고 그 몇 개 안되는 만들어 주는 공장 상당수가 한국 기업이다. 이번 주제는 K뷰티 넘어 중국 C뷰티, 미국 A뷰티까지 다 노리는 코스맥스 이야깁니다.
화장품은 물장사 보다 더 남는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원가는 얼마 안 되는데 가격은 엄청 비싸잖아요. 10만원 짜리 에르메스 립스틱 원가는 많이 해봐야 3만원 안되겠죠. 그나마도 용기 값이 절반 넘고. 꼭 에르메스 아니어도 우리가 들어본 화장품 브랜드들 대부분이 비슷합니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내용물은 원가의 5% 밖에 안 되고, 화장품 케이스가 10%, 공장 운영비가 10%쯤 해요. 그러니까, 화장품 전체 원가는 25%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그럼 나머지는 뭐냐. 광고와 판촉비 약 20%, 물류와 인건비 20%, 유통 수수료 20%로 구성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마진은 대략 15% 남네요. 다 이렇다는 건 아니에요. 대략적인 개념만 알려 드리는 겁니다. 이것만 보면 '당했다' 싶은 분들도 있죠. 화장품은 피부 좋아지라고, 혹은 예뻐 보이기 위해서 사는 것이잖아요. 명품 백이나 럭셔리 자동차와는 좀 달라요. 물론 화장품도 과시용으로 쓸 수 있습니다. 동창회 갔는데 네이처 리퍼블릭의 4000원 짜리 립스틱 꺼내기 좀 싫을 수 있어요. 이 땐 좀 무리해서라도 샤넬, 에르메스 립스틱 들어야죠.
그런데 집에서 바르는 기초 화장품 로션, 에센스 이거 성능이 더 중요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피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내가 지불한 돈의 고작 5% 밖에 안 된다. 요즘 같은 가성비 시대에 너무나 미친짓처럼 보입니다. 특히 MZ 세대들은 브랜드보다는 원료에 훨씬 집착하죠.
뭘로 만들었지는 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이왕이면 더 좋은 원료, 이왕이면 더 싼 가격의 제품을 잘 찾아내요. 그러니까 브랜드 파워 때문에 광고 잔뜩하고, 유통 수수료 비싼 백화점에 들어가는 이런 거 말고. 광고 적게하고 온라인에서 팔고. 그래서 비용 구조가 저렴하고 원가는 높은 브랜드가 인기를 점점 얻고 있습니다. 마녀공장, 조선미녀 같은 게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마녀공장의 주력 제품이 클렌징 오일, 클렌징 폼, 앰플 같은 것인데요. 이 가운데 클렌징 폼과 앰플 제조사를 까봤더니 코스맥스가 나옵니다. 조선미녀도 비슷해요. 선스틱 같은 일부 제품은 코스맥스가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요즘 이렇게 중소 브랜드들은 콘셉트만 잡아 놓으면 코스맥스 같은 화장품 제조 전문 기업들이 다 만들어 줍니다.
사실 요즘 화장품 업계 추세가 그래요. 샤넬, 에르메스 처럼 아예 럭셔리 브랜드거나. 아니면 저렴한 저렴하고 원료가 좋은 제품이 인기를 얻습니다. 그래서 브랜드 파워가 점점 덜 중요해 지고 있죠. K뷰티의 수출액이 2021년까지 계속 성장하다가 2022년 주춤 하는데요, 그래도 그렇게 많이 줄진 않았어요. 그런데 이 줄어든 게 대부분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같은 대기업 브랜드 입니다. 2013년 한때 K뷰티 수출에 90%를 책임졌는데, 지난해 36%까지 확 쪼그라 들었습니다. 'K뷰티가 흔들린다'는 말은 LG생건, 아모레퍼시픽이 흔들린다. 이렇게 보는 게 보다 정확한 것이겠죠. 그럼 중소형 화장품 브랜드는 얼마나 늘었냐. 화장품 중소기업 숫자를 보면 극명하게 나타나는데요. 2013년 3884개였던 게 2021년 2만2700여개로 여섯 배나 늘었습니다. 이 중소형 브랜드는 대부분 공장이 없는데요. 그래서 코스맥스 같은 기업들이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보는 김에 화장품 제조 전문 기업들, ODM이라고 하죠. 생산자 개발방식. 이런 회사들은 어디가 있나 보시죠.
우선 개념부터 잡고 갈게요. 만들어만 주면 OEM, 연구개발 까지 다 해주면 ODM이라고 해요. 우리가 흔히 아는 반도체 생산. tsmc 같은 회사들은 OEM에 가깝죠. 회로는 애플, 엔비디아 이런데서 그려주고. 그린대로 만드는 건 tsmc가 하고. 물론 반도체는 만드는 게 엄청 까다롭긴 해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개념이 그렇다는 겁니다. ODM은 칩 설계도까지 다 그려서 만들어 주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화장품 라인업을 죽 세워놓고 고객에게 선택하게 하는 거예요. 너가 립스틱이 필요해? 그럼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우선 쫙 보시고. 이 중에 맘에 드는 거 있으면 선택하세요. 한방 브랜드 느낌 잡으시려면 여기다 인삼 같은거 추가하면 좋겠네요. 뭐, 이런 식으로요.
한국에는 ODM 4대장이 있습니다. 코스맥스가 단연 1등이죠. 세계 1등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8억개가 넘는 화장품을 생산했어요. 그리고 콜마가 4억개로 2위, 코스메카가 3억개 안팎으로 3위였고 씨앤씨인터내셔널이 8000만개 가량 했습니다. 그럼 중국 화장품도 이런 식으로 만드냐. 그렇습니다. 중국도 큰 회사는 자기 공장 있지만, 중소 브랜드는 대부분 코스맥스, 콜마 같은 ODM 업체에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이 가운데 코스맥스가 가장 중국에서 활발하게 사업하고 있어요.
2022년 기준 코스맥스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달했어요. 한국콜마도 중국에 공장이 있는데 비중이 10%대에 불과하죠. 코스맥스는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 두 곳에 공장이 있어요. 이 공장에선 중국 화장품 브랜드 것도 많이 만들어요. 고객사가 많이 공개는 안 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아까 얘기한 퍼펙트 다이어리 입니다. 이 회사는 가성비 색조 화장품으로 단번에 뜬 곳인데요. 코스맥스와 조만간 합작 공장까지 돌릴 예정이에요. 이 공장의 지분 51%를 코스맥스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코스맥스는 지금도 상하이, 광저우 두 공장 생산 능력이 한국을 앞서는데요. 합작공장까지 완공하면 중국 공장이 한국의 거의 두 배나 될 정도로 커지게 됩니다. 중국 생산능력이 연간 10억개를 넘어설 전망이에요. 이 말은 코스맥스가 그만큼 중국 로컬 화장품 브랜드를 많이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인데요.
중국의 화장품 브랜드, 우리는 사실 잘 몰라서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중국 사람들은 자기들 브랜드를 엄청 사랑합니다. 중국에선 상반기에 가장 큰 쇼핑 행사가 618 데이에요. 중국의 2위 온라인 쇼핑몰 징둥닷컴의 설립일이라 이날 대대적으로 행사를 합니다. 올해 이 행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게 중국 화장품 프로야 입니다. 또 커푸메이, 웨이눠나, 콰디, 요시옌 등등도 판매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죠. 그러니까 중국 브랜드여도 실제 제조는 코스맥스 같은 한국 화장품 회사들이 상당수 하고 있고, 그래서 K뷰티나 C뷰티나 성능에 별 차이가 없어서 K뷰티 인기가 점점 식고 있죠. 코스맥스 입장에선 K뷰티 안 되면 C뷰티로 갈아 타고, C뷰티 안 되면 K뷰티로 갈아타고. 양쪽 다 잘 되면 대박인 것이고. 이런 상황이에요.
실적을 보면 코스맥스는 중국의 사드 보복 기간에도, 코로나 기간에도 계속 성장했습니다. 매출이 지난해 1조6000억원을 처음 넘었어요. 올해는 처음 2조원 돌파도 기대하고 있어요. 주가도 이런 기대감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는 듯 보이죠. 작년 10월 4만2200원을 저점으로 2023년 7월 중순 현재 9만원 안팎까지 올랐어요. 한국의 화장품, 면세점, 관광, 호텔, 카지노 업체들이 전부 '고도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중국 사람들이 언제 오나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요. 코스맥스는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중국 공략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은 자기들이 쓰는 립스틱, 파운데이션이 코스맥스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물론 코스맥스에도 약점이 있습니다. 투자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중국이 걱정입니다. 아니, 아까 중국에서 잘 하고 있다면서 무슨 걱정이냐. 코스맥스 중국 법인을 코스맥스이스트라고 하는데요. 상하이 법인을 말합니다. 이 코스맥스이스트 지분 10%를 8300억원을 받고 사모펀드에 매각했는데, 매각할 때 코스맥스이스트를 상장하기로 약속했어요. 그리고 그 기한이 올해까지 입니다. 상장이 무슨 걱정거리냐. 좋은 것 아니냐. 이러실 수 있죠. 완전 걱정거리에요.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서 2022년에 에너지솔루션이란 이름으로 상장한 것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이 때 무슨일이 있었죠. LG화학 주가가 폭락했잖아요. LG화학의 최고 알짜 사업이 별도로 상장이 되어 있는데, 누가 LG화학 주식을 들고 있겠어요. 에너지솔루션 가지고 있지. 지금 코스맥스의 성장 동력은 중국 사업 코스맥스이스트인데, 이걸 떼어내서 상장을 하면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겁니다. 상장 못 시키게 해야 한다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또 코스맥스는 요즘 창업주 이경수 회장의 아들들로 경영 승계가 이뤄지는 중인데요. 두 아들이 나란히 코스맥스의 모기업이자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로 선임이 됐습니다. 이경수 회장이 1946년생으로, 나이가 여든을 바라보거든요. 지분도 조금씩 아들들에게 옮겨주고 있어서 몇 년 안에 완전히 아들들 회사가 될 것 같습니다. 두 아드님들이 사이가 좋으면 다행인데, 혹시 중간에 싸움나지 않을까. 혹은 경영을 이경수 회장 만큼 잘 할까 걱정도 되죠. 그래서 두 사장님들은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예컨대 중국에서 대형 화장품 브랜드 고객사를 잡거나, 미국이나 유럽 시장을 개척하는 식으로 경영 성과를 내야 할겁니다. 이 맥락에서 코스맥스가 미국에 공장도 세우고 브랜드도 인수했는데, 아직은 성과가 잘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K뷰티는 전환기에 놓여 있죠. 우선 쪼그라든 중국 시장을 극복할 미국, 동남아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은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해서 강력한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나야 할 겁니다. 중소 브랜드들은 새로운 혁신적인 제품들을 내놓아야 하는 과제도 있어요. 그리고 그 중심에 코스맥스 같은 ODM 업체들이 있습니다. ODM이 제조를, LG나 아모레가 브랜드와 마케팅을 분담해서 잘 가져간다면 프랑스, 일본에 버금가는 화장품 강국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코스맥스, 얼마나 더 성장할 지 눈여겨 보겠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