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이 인도네시아 섬 발리의 누사두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직후 맹그로브 숲을 함께 걷고 있다. 사진 :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이 인도네시아 섬 발리의 누사두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직후 맹그로브 숲을 함께 걷고 있다. 사진 : AFP연합뉴스
동남아시아 해안가에서나 볼 수 있는 나무 ‘맹그로브’가 조만간 한반도에 상륙할 전망이다. 뛰어난 탄소흡수원인 맹그로브가 한국에 뿌리를 내리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내외 기업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맹그로브 숲 조성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학계에서는 풍부한 한국의 갯벌이 국제적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도록 노력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블루카본 실증연구센터’를 마련하고 해양생물자원관 등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세계 최대 맹그로브 군락지인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력해 맹그로브 서식 동향을 관찰하고 있다. 블루카본은 해양생태계에 조성된 탄소흡수원을 말한다. 맹그로브 외 갈대 같은 염생식물과 잘피 등 해초류가 블루카본으로 분류된다. 숲과 열대우림 등 산림생태계 탄소흡수원인 ‘그린카본’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블루카본은 그린카본보다 탄소흡수 및 저장 효율이 높다. 해양생태계가 바닷물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대기 중에서 흡수된 탄소가 해수면 아래로 내려가 저장되면 다시 방출되는 일이 드물다. 멕시코의 한 맹그로브 군락지에서 토양 표본을 채취한 결과 5000년 전 흡수한 탄소까지 저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블루카본 중에서도 맹그로브의 탄소흡수량은 압도적이다. 갈대, 잘피 등에 비해 뿌리가 깊은 데다 울창한 숲을 이루기 때문이다. 맹그로브 군락지 1ha의 탄소흡수량은 연간 1.62톤에 달한다. 갈대(0.91톤), 잘피(0.43톤) 등을 크게 앞선다. 한국 자생종인 소나무의 3배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온난화로 맹그로브 북상…정부, 블루카본 연구 본격화
2030년 106만 톤 탄소흡수


정부가 최근 탄소흡수원으로 맹그로브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 현재 속도로 수온과 기온이 계속 오르면 아열대·열대 수종인 맹그로브가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에 따르면, 맹그로브의 북방한계선은 북위 33도 38분까지 올라왔다. 일본 규슈섬 남부 지역이다. 제주도 남해안 일대와 위도가 겹친다. 김 교수는 “조만간 맹그로브가 제주도를 넘어 한반도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맹그로브 등을 포함한 바다숲을 적극 조성할 계획이다. 해양생태계에 의한 탄소흡수량을 작년 대비 100배 이상 많은 106만 톤(2030년)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해외에서도 맹그로브를 활용한 탄소포집 캠페인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애플은 최근 콜롬비아 카리브해 연안에 맹그로브 군락지 조성 사업을 벌여 1만1000ha 숲을 복원하고 있다. 1만7000톤의 탄소를 흡수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케냐 해양수산연구소는 맹그로브 숲 100ha 이상을 조성하고 탄소배출권을 판매해 연간 1만5000달러 이상 수익을 내고 있다.

한국 기업도 ESG 경영의 일환으로 맹그로브 군락지를 전 세계에 조성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어스온은 2018년부터 작년까지 베트남 미얀마 해변 136ha에 53만 그루의 맹그로브 묘목을 심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KB국민카드 등도 최근 인도네시아 해안가에 많은 맹그로브 묘목을 식재했다.
태국 크라비 맹그로브 숲. 사진 : 한국경제신문
태국 크라비 맹그로브 숲. 사진 : 한국경제신문
갯벌도 블루카본 국제 인정 추진

한국의 갯벌도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풍부한 갯벌이 국제적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연구를 추진 중이다. 과학계에 따르면, 너비 2500km2에 달하는 한국의 갯벌은 약 13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매년 자동차 11만 대가 배출하는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한국의 갯벌은 식물이 살지 않는 갯벌(비식생 갯벌)과 갈대 등 염생식물이 사는 갯벌(염습지)로 구분된다. 탄소를 흡수하는 것은 갯벌 표면에 사는 저서미세조류다. 단세포생물인 저서미세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죽은 뒤엔 퇴적돼 탄소가 장기간 격리되는 효과가 있다. 흡수와 퇴적 2가지를 합쳤을 때 총탄소저장량이 계산된다. 저서미세조류는 광합성 흡수량은 적지만 침적량이 많아 탄소저장량이 풍부하다. 실제 갯벌 퇴적물을 보면 갈색이나 녹색을 띠는데, 그것이 바로 미세조류다.

대륙붕 사이 퇴적물도 관심을 받는 탄소흡수원이다. 최근 영국 연구진은 자국 연근해 대륙붕 내 연간 약 10만 톤의 탄소가 저장된다고 보고했다. 또 새롭게 조명되는 것은 조개 등 패류다. 바닷물에 녹아든 이산화탄소를 석회 패각을 만드는 데 사용하면서 탄소가 격리된다는 설명이다. 네덜란드 해양연구소는 패류에 의한 탄소저장량을 계산해 블루카본으로 인정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정부는 대륙붕의 하조대 저서퇴적물의 탄소저장량과 침적률을 고려한 흡수계수, 패류의 패각을 만드는 과정과 식물 플랑크톤 및 산호의 생물량과 흡수량을 통한 흡수계수를 산정하고 탄소격리 효과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제거 및 탄소격리 기능을 인정받은 잘피나 해조류 등은 국내외 자료를 취합해 블루카본 인정 가능성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블루카본 확대 국제협력 강화

국제적으로 블루카본은 6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각각 온실가스 제거 효과, 탄소 장기 격리 여부, 인위적 영향, 관리 실용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인정 여부, 타 정책 연계 가능성 등이다. 갯벌은 지금까지는 온실가스 제거 효과와 탄소 장기 격리 여부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해왔다. 앞으로는 갯벌의 온실가스 감축 기능을 국가 온실가스 통계 인벤토리의 온실가스 감축량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국가 전체 식생의 분포와 종류에 대해 파악할 예정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20% 확대할 예정이다. 콘크리트로 덮인 정돈된 해안선을 자연 해안선으로 복원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갯벌이 있는 다른 나라와도 협력해나갈 예정이다. 각국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IPCC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총회 산하 과학기술부속기구(SBSTA)에서 갯벌 등을 블루카본으로 인정받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반영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김진원 한국경제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