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고금리 인하의 역설…대부업 대출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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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20% 제한 후 대출길 좁아져

금융감독원이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와 리드코프 등 상위 10개(대출잔액 기준) 등록 대부업체의 지난해 하반기 개인 대상 신규 대출액은 557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하반기(1조574억원)와 비교해 1년 새 47.3%(5004억원) 급감했다.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이 반 토막 난 가장 큰 이유로는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가 꼽힌다. 금리가 오르면 대부업체의 조달 비용이 상승하는데,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춘 탓에 대부업체는 대출을 내줄수록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대출할수록 손해본다"…문턱 높이는 대부업체
기준금리 올라도 '年 20%'…조달비용 뛰어 역마진 불가피
상위 10개 등록 대부업체 중 한 곳인 A사는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대출금리가 지난해 12월 기준 연 25.12%다. 조달금리(연 5.63%)에 회수할 수 없는 대손비용(연 11.03%)과 대출 중개사 등에 주는 모집비용(연 2.86%), 관리비용(연 5.6%)을 더한 수치다.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에 대출을 내주더라도 오히려 5.12%포인트(25.12%-20%)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 기준금리 상승 여파로 상위 10개 등록 대부업체의 평균 조달금리는 2021년 12월 연 4.65%에서 작년 12월엔 연 5.81%까지 치솟았다.금융당국 관리감독을 받는 등록 대부업체가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자 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터넷을 통해 불법 사금융 업체에서 40만원을 빌린 김모씨는 1주일 뒤 업체로부터 60만원을 갚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환산 이자율은 연 2607%에 달한다. 불법 사금융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대부와 유사수신 등 피해 관련 신고·상담 건수는 2021년 9918건에서 지난해 1만913건으로 10%(995건) 증가했다.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내린 정부의 결정이 취약계층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역설’을 해소하기 위해선 ‘시장연동형 최고금리 제도’ 등을 도입해 법정 최고금리를 기준금리 등 시장 상황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대부업법 규정에 따르면 정부는 국회 동의 없이도 시행령을 고쳐 최대 연 27.9%까지 법정 최고금리를 올릴 수 있다.
정의진/김보형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