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공불락' 美 해군훈련기 수주전… KAI의 T-50 경쟁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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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군, 보잉 컨소시엄 T-45 훈련기로 사용
2018년 '가격'에 밀렸던 KAI-록히드 컨소시엄
험로 전망 속 “납기 앞세워 수출 화력 키울 것”
수주 땐 생산유발 효과만 최소 25조 달해
지난 18일 국회에서는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이 주최한 '한미동맹 70주년 동맹 강화를 위한 방산협력 확대 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강구영 KAI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KAI가 추진 중인 '미국 고등훈련기' 진출 사업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행사에 참여한 KAI 측은 "미국 고등훈련기 사업의 평가 요소로 납기와 가격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남은 기간동안 이 부분의 경쟁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KAI가 개발한 T-50 훈련기는 2006년 국내에서 전력화된 이후 이라크와 말레이시아, 폴란드 등 6개국에 138대가 수출됐다. 하지만 600대 이상 훈련기 사업이 진행 중인 미국 시장은 여전히 국내 업체에 '난공불락'으로 남아 있다. 이에 KAI는 올해 수출 전략을 구체화하고 훈련기의 미국 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미 해군은 현재 맥도널 더글러스(현 보잉)가 제작한 T-45 '고스호크'를 훈련기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노후화 문제가 커지면서 수 년 내 교체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은 올해초 145~220대 규모의 고등훈련기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다. KAI·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의 T-50 훈련기는 이번 수주전에서 보잉·사브(SAAB) 컨소시엄의 T-7A 훈련기와 수주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미나 발표자로 나선 장원준 KIET 연구원은 "T-7A와 비교해 가격, 납기, 성능 등 측면에서 우리 T-50이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가격의 경우 보잉 컨소시엄의 T-7A가 2018년 '미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을 수주해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잉은 APT 사업에서 약 92억 달러(11조7000억원)에 T-7A 456대 생산을 제안해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당시 KAI 컨소시엄은 160억 달러에 T-50 351대 생산을 제안했다가 밀렸다. 이번 UJTS 사업에서도 보잉 컨소시엄이 '가격'을 앞세워 수주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장 연구원은 "훈련기는 F-35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요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제껏 K-방산의 주요 경쟁력이었던 '납기'의 경우에도 미 해군의 요구 조건에 맞게 20여 개 신규 부품에 대한 선행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또 훈련기 성능의 측면에서도 기체는 KAI가 비교 우위에 있지만, 항전장비는 열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잉 컨소시엄의 T-7A 시제품 제작이 여러 기술적 문제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KAI에겐 호재다. 미 해군은 차기 훈련기의 시제품 제작을 2025년 5대로 명시한 상태다. 보잉은 지난달 말 T-7A 시제품 비행 테스트를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진행했다. 장 연구원은 "최근 보잉 테스트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개발 기간이 짧아 사출좌석 등 여러 기술 문제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기존 'T-4' 훈련기를 교체해야 해 200대 이상 신규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 역시 자국 고등훈련기·경공격기인 '알파제트'의 교체를 원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호주 공군이 현재 운용 중인 'BAE 호크(Hawk)' 전술 입문기를 교체하기 위해 '에어 6002'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시장도 앞서 논의된 UJTS 사업이 전부가 아니다. 미 해군은 UJTS 사업 외에도 2027년 계약을 목표로 64∼132대 규모의 전술훈련기를 도입한다. 미 공군도 2026년 계약을 목표로 128∼244대의 전술훈련기(ATT)를 도입할 계획이다. KAI와 컨소시엄을 이룬 미국 록히드마틴 관계자는 "5세대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는 훈련기가 매우 중요하다"며 "차기 훈련기 사업에서는 미군의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데 집중하고, 가격 책정에도 신경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KAI 측은 "UJTS 사업에서 수주에 성공해야 나머지 사업들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 진출에 난관이 예상되지만 KAI는 T-50 훈련기와 이를 토대로 개발된 경공격기 FA-50의 수출 의지를 드러냈다. 강구영 사장은"비록 5년 전 출발한 경쟁 컨소시엄에 비해 늦은 출발이지만 원팀의 노력을 더 한다면 FA-50의 미국 진출을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에선 "대통령실 중심의 '범부처 방산컨트롤 타워'를 적극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훈련기 수주에 성공하면 국내 고용유발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KIET는 "최대 600대에 달하는 미국 훈련기 수주에 성공하면 생산 유발은 최소 25조6000억원에서 최대 4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 창출은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최소 7만1000명에서 최대 12만3000명으로 예상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2018년 '가격'에 밀렸던 KAI-록히드 컨소시엄
험로 전망 속 “납기 앞세워 수출 화력 키울 것”
수주 땐 생산유발 효과만 최소 25조 달해
"2018년 9월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임직원들은 미국 훈련기 수주에서 탈락하고 큰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T-50 훈련기 수주를 바라보고 지분 투자까지 했는 데 말이죠. 차기 미 해군 고등훈련기 수주에서는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KAI 관계자)
지난 18일 국회에서는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이 주최한 '한미동맹 70주년 동맹 강화를 위한 방산협력 확대 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강구영 KAI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KAI가 추진 중인 '미국 고등훈련기' 진출 사업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행사에 참여한 KAI 측은 "미국 고등훈련기 사업의 평가 요소로 납기와 가격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남은 기간동안 이 부분의 경쟁력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KAI가 개발한 T-50 훈련기는 2006년 국내에서 전력화된 이후 이라크와 말레이시아, 폴란드 등 6개국에 138대가 수출됐다. 하지만 600대 이상 훈련기 사업이 진행 중인 미국 시장은 여전히 국내 업체에 '난공불락'으로 남아 있다. 이에 KAI는 올해 수출 전략을 구체화하고 훈련기의 미국 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美해군 고등훈련기 사업, 가격·납기·성능 평가로 승부”
산업연구원(KIET)은 2025년 계약이 예정된 미 해군의 고등훈련기(UJTS) 사업에서 한국의 시장 진출이 여러 '험로'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미 해군은 현재 맥도널 더글러스(현 보잉)가 제작한 T-45 '고스호크'를 훈련기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노후화 문제가 커지면서 수 년 내 교체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은 올해초 145~220대 규모의 고등훈련기 도입 사업을 추진 중이다. KAI·록히드마틴 컨소시엄의 T-50 훈련기는 이번 수주전에서 보잉·사브(SAAB) 컨소시엄의 T-7A 훈련기와 수주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미나 발표자로 나선 장원준 KIET 연구원은 "T-7A와 비교해 가격, 납기, 성능 등 측면에서 우리 T-50이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가격의 경우 보잉 컨소시엄의 T-7A가 2018년 '미 공군 고등훈련기(APT)' 사업을 수주해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잉은 APT 사업에서 약 92억 달러(11조7000억원)에 T-7A 456대 생산을 제안해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당시 KAI 컨소시엄은 160억 달러에 T-50 351대 생산을 제안했다가 밀렸다. 이번 UJTS 사업에서도 보잉 컨소시엄이 '가격'을 앞세워 수주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장 연구원은 "훈련기는 F-35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요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제껏 K-방산의 주요 경쟁력이었던 '납기'의 경우에도 미 해군의 요구 조건에 맞게 20여 개 신규 부품에 대한 선행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또 훈련기 성능의 측면에서도 기체는 KAI가 비교 우위에 있지만, 항전장비는 열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잉 컨소시엄의 T-7A 시제품 제작이 여러 기술적 문제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KAI에겐 호재다. 미 해군은 차기 훈련기의 시제품 제작을 2025년 5대로 명시한 상태다. 보잉은 지난달 말 T-7A 시제품 비행 테스트를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진행했다. 장 연구원은 "최근 보잉 테스트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개발 기간이 짧아 사출좌석 등 여러 기술 문제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중심 범부처 방산컨트롤 타워 필요”
미국 시장 밖 시장에서 훈련기 교체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국내업체에 다행인 점으로 꼽힌다 . F-35 등 5세대 첨단 전투기 운용을 위해 조종사 훈련용 항공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일본은 기존 'T-4' 훈련기를 교체해야 해 200대 이상 신규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 역시 자국 고등훈련기·경공격기인 '알파제트'의 교체를 원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호주 공군이 현재 운용 중인 'BAE 호크(Hawk)' 전술 입문기를 교체하기 위해 '에어 6002'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시장도 앞서 논의된 UJTS 사업이 전부가 아니다. 미 해군은 UJTS 사업 외에도 2027년 계약을 목표로 64∼132대 규모의 전술훈련기를 도입한다. 미 공군도 2026년 계약을 목표로 128∼244대의 전술훈련기(ATT)를 도입할 계획이다. KAI와 컨소시엄을 이룬 미국 록히드마틴 관계자는 "5세대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는 훈련기가 매우 중요하다"며 "차기 훈련기 사업에서는 미군의 요구조건을 충족하는 데 집중하고, 가격 책정에도 신경쓸 계획"이라고 전했다. KAI 측은 "UJTS 사업에서 수주에 성공해야 나머지 사업들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 진출에 난관이 예상되지만 KAI는 T-50 훈련기와 이를 토대로 개발된 경공격기 FA-50의 수출 의지를 드러냈다. 강구영 사장은"비록 5년 전 출발한 경쟁 컨소시엄에 비해 늦은 출발이지만 원팀의 노력을 더 한다면 FA-50의 미국 진출을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에선 "대통령실 중심의 '범부처 방산컨트롤 타워'를 적극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훈련기 수주에 성공하면 국내 고용유발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KIET는 "최대 600대에 달하는 미국 훈련기 수주에 성공하면 생산 유발은 최소 25조6000억원에서 최대 4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 창출은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최소 7만1000명에서 최대 12만3000명으로 예상된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