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올 들어 6개월 만에 14조원 증가해 처음으로 345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12일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의무화되면서 금융권의 퇴직연금 자금 유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퇴직연금 적립금…반년 새 14조원 늘어 346조원
20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공시에 따르면 은행 보험사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달 말 기준 345조8140억원으로 작년 말(331조7240억원)보다 14조900억원(4.25%) 증가했다. 업권별로는 시장 점유율이 51.9%로 가장 큰 은행의 적립금이 179조3882억원으로, 반년 새 8조5627억원(5.01%)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퇴직연금 상품을 취급하는 은행 12곳 중에선 신한은행 적립금이 36조747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은행(33조6491억원) 하나은행(29조4897억원) 기업은행(22조9590억원) 우리은행(21조3034억원) 순이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중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대한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으면 회사와 근로자가 사전에 정한 방식으로 투자상품을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투자자가 자산을 고르지 않아도 미리 결정한 자산 배분 방식을 통해 연금을 운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금융권에선 디폴트옵션 의무화 조치로 가입자의 전반적인 연금계좌 수익률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판매·운용 중인 223개 디폴트옵션 상품의 6개월 수익률 평균은 약 5.8%로 집계됐다. 1분기 평균 수익률(2.9%)보다 두 배 높다.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지난 2분기 1조1019억원으로 올 1분기(3019억원) 대비 세 배 넘는 규모로 뛰었다. 이 중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이 취급하고 있는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9766억원에 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커 은행들도 주목하고 있다”며 “맞춤형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가입자의 수익률을 높이고 고객을 유치하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