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차기 회장 선출 작업 '스타트'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을 시작했다. 오는 11월 20일 임기 만료를 앞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후임을 뽑는 절차다. KB금융은 다음달 1, 2차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을 대상으로 면접 등을 거쳐 오는 9월 8일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윤 회장의 3연임이 결정된 2020년보다 검증 기간이 2주가량 늘었고, 평가 방식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검증 기간·평가 방식 강화

KB금융은 20일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평가와 선임 절차 등 세부 준칙을 확정했다.

회추위는 반기마다 20명 규모로 차기 회장 잠재 후보군(롱리스트)을 관리해왔다. 내부 후보 10명에는 윤 회장을 비롯해 허인·양종희·이동철 KB금융 부회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등 그룹사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외부 후보 10명은 서치펌 등 전문기관 추천을 받은 금융권 CEO 출신 인사 등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회추위는 다음달 8일 20명의 롱리스트 중 1차 쇼트리스트 6명을 확정하고, 같은달 29일 이들 6명을 대상으로 1차 인터뷰와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군인 2차 쇼트리스트 3명을 뽑을 계획이다. 다만 1차 쇼트리스트 6명 가운데 외부 후보자가 공개를 원하지 않으면 최종 후보군에 포함되기 전까지는 비공개로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후 오는 9월 8일 최종 후보군 3명을 대상으로 2차 인터뷰와 심층평가를 해 이사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자 1인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번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는 과거보다 기간이 길어지고, 평가 절차도 한층 강화된 게 특징이다. 우선 회추위 가동 시기를 2020년보다 3주가량 앞당겼고, 1차 쇼트리스트 확정부터 최종 후보 1인 선정까지 기간도 3년 전보다 12일 늘려 후보자 검증 기간을 늘렸다.

2020년엔 쇼트리스트 후보 4명을 대상으로 한 차례 인터뷰를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지만 올해는 두 차례 인터뷰와 외부 기관을 통한 평판 조회 등을 도입하는 등 검증 절차가 깐깐해졌다. 내·외부 후보 간 공정성 확보를 위해 2차 쇼트리스트 3명에 포함된 외부 후보에 대해선 KB금융 내부 후보보다 인터뷰 시간을 늘리고, KB금융 내부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김경호 KB금융 회추위 위원장은 “독립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핵심 원칙으로 최적의 적임자가 차기 회장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부 출신 유력 관측

금융권 안팎에선 ‘외부 인사’ 변수는 남아 있지만 KB금융 차기 회장이 내부 출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014년 취임한 윤 회장이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 인수를 통해 KB금융을 리딩뱅크로 키우면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다졌고, 2020년부터 그룹 부회장직을 신설해 후계 구도도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68세인 윤 회장이 ‘회장 선임 및 재선임 때 나이 제한(만 70세 미만)’에 해당하지 않아 4연임 도전이 가능한 점은 변수로 꼽힌다.

1961년생 동갑내기인 KB금융의 3인 부회장(허인·양종희·이동철)은 각자 색채가 뚜렷한 편이다.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장을 지낸 허 부회장이 직원들의 신망을 받는 ‘덕장’이라면 지주사 경영, 전략 업무에 잔뼈가 굵은 양 부회장은 ‘지장’으로 꼽힌다. 국민·주택은행 합병 작업과 인도네시아 BII 은행 인수 등을 주도한 이 부회장은 카리스마형 ‘용장’으로 불린다. 국내 증권사 최초 여성 CEO로 KB금융 총괄부문장을 맡고 있는 박정림 KB증권 사장(59)도 자산관리(WM) 분야 전문성을 갖춘 다크호스 후보라는 평가다.

김보형/정의진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