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순 칼럼] 新청년 60대 '젊은 노인' 활용에 미래 달렸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저성장 한국의 아킬레스건이다. 아쉽게도 사회적 논의나 정책은 계속 저출산에 집중된다. 이제 고령화의 다면성에도 주목할 때가 됐다. 고령화까지 더 걱정하자는 게 아니라 고령인구 활용 방안을 적극 찾자는 것이다. 잘하면 현실적인 저출산 타개책이 된다. 한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1366만 명(6월 말)이다. 퇴장하는 베이비부머들로 60세 이상은 무섭게 늘어난다. 2003년 581만 명에서 2013년 834만 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10년 만에 532만 명 급증했다. 이 연령대 취업자도 꾸준히 늘어 통계청 기준 취업자가 644만 명에 달한다. 1년 새 35만 명 증가했다.

저출산의 큰 문제점은 산업인력 부족에 따른 경제·사회 활력저하,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국가의 쇠락이다. 20년간 힘써도 결과가 신통찮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재정 지출로는 한계가 드러났고 그나마 쓸 돈도 없다면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많아서 문제, 급증해서 더 걱정인 60대 이상 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무리 없이 잘 활용해야 한다. 가야 할 길이다. 세대 간 일자리 경쟁 우려가 있지만 타협점이 있다.

고무적인 것은 몇 건의 실태조사 결과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를 보면 올해 중장년 채용계획이 있다는 기업이 70%에 달한다. 중장년을 40세 이상으로 잡았지만, 50~60대로 봐도 긍정 답변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중장년 채용이 경영성과에 도움 된다는 응답이 70%에 이른 다른 조사도 있다. 55세 이상 채용공고가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고용의 경직성이 문제일 뿐, 시장에서 고령자가 기피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고령자 취업은 어떤 식이 좋을까. 먼저 제도적 정년 연장이 있다. 하지만 법제화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사회적 갈등도 뒤따른다. 프랑스가 연금개혁의 재원 확충 차원에서 62세인 법적 정년을 2030년까지 64세로 올리기로 했는데, 노동계 반대가 심하다. 반대 이유는 쉽게 말해 “늙어서까지 왜 일해야 하나”다. 반면 한국 금속노조 같은 데서 주장하는 정년 연장은 정규직의 기득권 확장이다. 고령 근로에 ‘혜택과 애환’ 양면이 있다면 프랑스의 저항은 후자 관점이고, 한국 귀족노조는 전자의 입장이다. 다른 대안은 적어도 60세 이상 고용에서는 철저히 당사자 간 자율로 가는 것이다. 고용·임금·근로제도의 이원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는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시사점을 보여준다. 고령자 고용에서 어떤 방식이 좋은가를 기업에 물었더니 68%가 그냥 ‘재고용’을 선호했다. 제도적 정년 연장(25%)보다 월등히 높다. 정부가 인센티브를 내건 일본식 권고형 연장도, 대통령이 나서 “더 일해야 한다”고 윽박지른 프랑스식 법제화도 한국에선 해법이 아니다.

결론은 명백해진다. 논란이 많지만 일단 60세까지는 현행 정년제도의 틀을 유지하되, 60세가 넘는 근로 희망자에 대해서는 고용 유연성을 제도로 보장하는 것이다. 이 연령대는 고용 형태, 임금 수준, 근로의 시간·방식 모두 당사자 자율로 가면 된다. 고용현장도 그런 추세인 만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렇게 취업자를 늘려야 세수 증대와 복지 다이어트에 도움 된다. 논의만 길어지는 연금개혁에도 크게 기여한다. 건강·고용보험 재정에도 당연히 좋다. 프랑스 정년 연장도 요지는 ‘어떻든 일을 더 해 생활비 벌며 세금 내고 연금은 늦춰 받으라’다.

부담은 세대 간 일자리 마찰이다. 무인공장이 늘어나고 금융회사도 창구를 줄이며 IT 회사로 변모한다. 60대가 현업에 버티면 청년취업난이 가중될 수 있다. 60대 고용이 건전재정에 기여하고, 세대 착취 구조라는 국민연금의 지출을 줄인다는 신뢰를 주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자연스러운 임금피크제로 아예 다른 고용시장을 형성하면 청년세대도 수긍할 것이고 경제성장에도 좋다.

이런 게 사회적 합의 거리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함께 가기 싫다는 민노총은 잊고 MZ(밀레니얼+Z) 노조와 판을 펼쳐야 한다. 고령자 재고용에 가장 필요한 게 ‘임금유연성 확보를 위한 취업규칙 개선’(47%)이고, 파견법·기간제법도 고쳐야 한다는 조사가 나와 있다. 적은 임금에도 문제없는 유연 고용을 위한 법적 근거가 절실해졌다.

인구절벽을 극복하려면 고령 인적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 ‘장수 리스크’에 개인도 일을 더 해야 한다. 다행히 지식·경륜·의지·건강 등 네 요소를 갖춘 고령자가 많다. 이런 ‘젊은 노인’ 활용에 나라 미래가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