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연 20%로 내려간 이후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등록 대부업체 신규 대출이 1년 만에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는 소식이다. 그만큼 대부업체를 찾는 사람이 줄었다면 좋겠지만 실상은 ‘착한 금리의 역습’이다. 서민 보호를 이유로 낮춘 최고금리가 오히려 이들을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몬 것이다.

지난 한 해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 가운데 최대 7만1000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렸다는 분석이다. 법정 최고이자율이 연 20%로 묶인 가운데 기준금리 급등으로 조달 비용이 커져 대출을 내줄수록 손해를 보게 된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줄인 탓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저신용자 547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가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한 경험이 있고, 77%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불법 사금융을 쓴 차주 중 33%는 연 240% 이상의 금리를 부담했다. 심지어 이자가 연 1200%를 초과했다는 응답도 10%가 넘었다.

이런 부작용은 최고금리 인하 때부터 충분히 예견한 바다. 하지만 ‘고금리=악(惡)’이라는 지난 정부의 맹목적 믿음은 견고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법정금리 인하와 관련해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받고 신용이 낮은 사람은 높은 이율을 적용하는 것이 구조적 모순”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금처럼 최고이자율을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대신 시장금리에 연동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 차주 배제 현상을 완화하고, 금리 하락기에는 차주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이다. 법정 최고금리 상한을 ‘시장 평균 금리의 2배’ 등으로 설정해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독일·이탈리아와 대출상품을 종류와 액수에 따라 12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그룹별로 시장 상황에 맞춰 금리 상한을 적용하는 프랑스 사례를 참고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