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김종학 태성 대표 "2차전지 동박·카메라 부품 신사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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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학 태성 대표

“AI 반도체 기판에 제작에 필요한 정밀도 관련 기술력 세계 1위”
수주 사업의 불확실성과 인건비 문제로 무작정 규모 키우기 어려워
성장성 확실한 2차전지 동박 및 안정성 높은 카메라 부품 신사업 추진
[마켓PRO] 김종학 태성 대표 "2차전지 동박·카메라 부품 신사업 추진"
“인공지능(AI) 확대 모멘텀에 인쇄회로기판(PCB) 자동화설비 제조 사업이 회사의 주가를 끌어 올렸지만, 이 사업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수주사업인 만큼 실적의 변동성도 크고요. 기존 사업 노하우를 활용한 2차전지 동박 제조 설비 사업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카메라 조리개 부품 제조사업으로 꾸준한 수익성을 각각 확보할 계획입니다.”

PCB 습식공정 자동화설비 분야의 글로벌 1위 기업인 태성의 김종학 대표이사는 최근 경기 안산시 본사에서 한경 마켓PRO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PCB는 전기신호를 전달해주는 회로가 새겨진 기판이다. 표면에 구리를 도금한 플라스틱 판에 필요한 회로를 남기고 나머지를 녹이는 ‘습식’ 공정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장비가 태성의 주력제품이다.

“PCB 설비 정밀도 세계 1위지만…성장 한계 느끼기도”

태성은 글로벌 1위 PCB 제조업체인 중국의 펑딩을 비롯해 삼성전기, LG이노텍, 심텍, 대덕전자 등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연산을 수행할 반도체가 얹어질 PCB를 만드는 기업으로의 장비 납품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주가를 끌어 올렸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태성 주가는 56.73% 상승해 3840원을 기록 중이다.

AI 모멘텀이 실체 없는 ‘뜬구름’은 아니라고 한다. 김 대표는 “현재 AI용 반도체에 들어갈 PCB 제조설비와 관련한 발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영업 단계에서 바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장은 3분기 말께부터 바빠지고, 생산된 설비는 연말이나 내년 초에 제품이 납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성이 만드는 습식 PCB 자동화설비의 강점은 정밀도다. 첨단 반도체일수록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연산능력이 탑재된다. PCB도 마찬가지다. 기판의 크기는 점점 더 작아지는데, 처리해야 하는 전기신호는 복잡해진다. 공정이 미세해질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처음 PCB 자동화설비를 납품했을 때만 해도 기판의 두께가 가장 얇은 게 0.4mm였는데, 지금은 36미크론(µ·0.001mm)으로 11배 얇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세공정을 수행하는 정밀도 측면에서는 태성의 장비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기술 경쟁력이 뛰어나기에 승승장구할 것 같지만, 최근 PCB 자동화설비 사업의 성장에 한계의 조짐이 나타난다고 한다. 고객사들이 장비를 들이는 데 비용 효율을 추구하면서다. 김 대표는 “전에는 새로 구축되는 반도체용 PCB 공장의 설비를 턴키(Turn-Key)로 수주했지만, 최근에는 고객사들이 PCB 품질과 관련 없는 장비는 저렴한 회사 제품을 사용하려 한다”고 토로했다.

무작정 외형을 키우기도 어렵다. 자동화설비를 만드는 건 수작업이기 때문이다. 인력을 확보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확보한다고 해도 일감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마켓PRO] 김종학 태성 대표 "2차전지 동박·카메라 부품 신사업 추진"

“동박 설비로 덩치 키우고, 카메라 부품 제조로 내실 다진다”

이에 김 대표는 PCB 자동화 설비 생산능력은 700억~1000억원 수준으로 유지하고 신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2차전지 동박 제조설비 사업에 대한 김 대표의 기대가 크다. 정밀도 높은 PCB 자동화설비를 제작해온 노하우가 적용된 기술을 사용하는 데다, 수익성도 크게 확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태성이 개발 중인 2차전지용 동박 설비는 기존 대비 도금면의 두께를 절반가량으로 줄일 수 있다고 김 대표는 강조한다. 두께가 줄어들면 같은 부피의 2차전지 케이스에 더 많은 음극재를 집어넣을 수 있다. 2차전지 업계의 지상과제인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톱티어 2차전지 제조업체로부터 요청받아 동박 제조설비 개발에 착수했다”며 “처음 요청한 업체 이외의 회사들도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기술 대비 효용이 확실하기에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을 책정할 생각이라고 한다.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도 준비 중이다.

2차전지 동박 제조설비가 외형을 성장시킬 동력이라면, 카메라 조리개 부품 사업은 실적 변동성을 줄여줄 아이템이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게 아니라 꾸준한 수요가 있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 샘플 납품이 예정된 글로벌 1위 카메라 모듈 외주제작업체 기준으로 월간 수요량이 3억개에 이른다. 카메라 조리개 부품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연간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부가 될 것으로 김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시장을 공략할 무기는 성능이다. 태성이 준비하는 조리개 부품은 과도한 유입된 빛을 흡수해 선명한 화질이 나타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기존 부품 대비 빛 흡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