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의 임명권을 사실상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 추진에 나섰다. “사법부 수장의 임명을 대통령 개인의 선의에 기대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오는 9월과 11월 나란히 김명수 대법원장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교체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통령의 일방적인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지명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초선인 최 의원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그는 지난 3월 대법원장 후보를 대법원장 후보추천위원회가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 개정안은 박홍근 원내대표와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시 원내지도부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 44명이 공동 발의했다. 최근에는 헌법재판소장 후보추천위를 신설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참석해 힘을 실었다. 박 원내대표는 “(이 같은 논의는) 대통령의 선의에 기대는 과거 방식이 국민들의 공익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요즘 들어 국가 주요 기관의 책임 있는 자리의 지명이 국민들 상식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현 정부의 인사를 겨냥한 입법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 출신인 양정숙 무소속 의원도 “사법부 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면 국민들이 재판 결과를 정치 편향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며 “대법원장 임명 절차는 반드시 시스템화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는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선임 방식에 문제가 크고, 이를 개선해야 할 당위성이 뚜렷하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런 법안을 발의하지 않고 정권 교체 후 발의하는 것은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