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째 안 팔린 2200만원 롤렉스, 하루 만에 팔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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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명품 거래 플랫폼 에픽원 만든
김사랑 에픽코퍼레이션 대표 인터뷰
김사랑 에픽코퍼레이션 대표 인터뷰
2200만원 롤렉스 시계가 중고 앱에서 2주째 안 팔렸는데, 하루 만에 가져가셔서 바로 입금해주셨어요!하이엔드(High-end) 명품 거래 플랫폼 에픽원에 한 판매자가 남긴 후기다. 에픽원은 고가 하이엔드 자산을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다. 판매자가 제품 사진을 찍어 올리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으로 시세 확인을 해주고 1일 내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에픽원을 만든 에픽코퍼레이션 대표 김사랑(32)는 연쇄 창업가다. 학창 시절부터 시작한 사업을 키워 중견기업에 매각시키고, 이후 각종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근무하며 경험을 키운 후 동료들을 모아 지난해 에픽코퍼레이션을 창립했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3가지
김 대표는 "에픽원은 시장의 가장 중요한 3가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서 하이엔드 중고 거래에 있어 ▲가격 정보의 불균형 ▲안전·신뢰가 없는 불편한 거래 ▲국가별 수요·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모델 다양성 부족을 언급했다.이를 해결하고자 만든 게 에픽원이다. 에픽원은 모델·구성품·상태·스템핑 날짜 등 데이터를 통해 정품 인증 및 가격을 제시하고, 한국·홍콩·일본·싱가포르 등 글로벌 시장을 통해 수급 불균형을 해결하려는 등 위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매물이 등록되면 세계 주요 명품소비 국가 플랫폼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가격 정책 솔루션으로 적정 기준 가격을 입찰 시작가로 설정한다. 이렇게 성사되는 거래 체결률은 90%에 달한다.
체결이 성사되면 에픽원이 직접 제품을 인도받아 정품 인증 및 제품 검수 절차를 진행한다. 최종 확인된 제품은 특수물류 전문 업체의 배송 서비스를 통해 구매자에게 전달되게 한다. 제품 배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풀커버리지 보험을 통해 전액 보상된다.
김 대표는 "하이엔드 명품 중고 시장은 얼마에 사야 할지, 얼마에 팔아야 할지를 아무도 잘 몰라 답답함이 많은 분야"라면서 "그렇게 산업화가 덜 된 곳을 디지털화시킨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만원이 넘는 시계를 전화 한 통이나 채팅 없이도 구매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신기하다'는 즉각적인 반응을 볼 수 있었다"며 "짧은 기간 동안 40번이 넘는 서비스 업데이트를 거쳤다. 굉장히 '린'하게(군살 없게) 무조건 2주 안에 개발할 수 있도록 끊어서 배포하고 있다. 열심히 개발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없으면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이 반응한 기능을 빠르게 실험하고 고도화시킨 것"이라고 전했다.
불황에도 돈 되는 사업
국내에는 일반적인 중고 거래 앱은 크게 활성화되어있지만, 명품 중에서도 하이엔드 시장만을 공략한 앱은 아직 부재중이다. 또 해외에는 와치박스나 크리스티, 소더비 등 하이엔드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공간이 아직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김 대표는 이 부분을 공략하고자 했다.김 대표의 가설은 이미 에픽원을 통해 검증되고 있다. 서비스 출시 4개월 만에 누적 매입액은 90억원을 넘어섰다. 매월 2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흑자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성장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 6월에는 24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관점으로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만으로 움직이진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회사라면 적어도 투자금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구조는 갖춰야 한다. 에픽원은 내재적 역량을 키우면서 혁신을 일으키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고물가 등 경기 영향으로 명품 시장이나 중고 시장이 다소 위축되고 있다는 시선에 대해 그는 "명품 안에서도 굉장히 많은 카테고리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면서 "경기 불황에도 하이엔드 명품 시장의 탄력성이 적다"고 말했다.
'Day 1'부터 세계로…"세상에 '쩌는' 경험 선사하겠다"
김 대표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만화 '원피스' 주인공 루피가 "나는 해적왕이 될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이다.그는 "에픽원을 설계하는 첫날부터 세계 시장 진출을 생각했다. 명품은 글로벌 통용 언어고, 온라인 시대에 세계 어디서나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재 롤렉스, 리처드 밀, 오메가 등 고가 시계만을 취급하는 분야는 앞으로 가방, 미술품, 하이퍼 카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에픽원은 속된 말로 '쩐다'는 의미로 쓰이는 영어 '에픽'(epic)에서 따와 만든 이름이다. 김 대표는 "창업을 시작하고 앞으로 5년 후든, 15년 후든, 우리의 청춘과 열정으로 만든 서비스가 영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객에게 '와우'(Wow)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쩌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면서 "아시아에서 1위 플레이어가 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