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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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재팬’(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국내에서 사라졌던 일본 맥주가 4년 만에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일 관계가 개선된 데다 코로나 대유행 기간 인기를 끌었던 수제 맥주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다. 지난 11일 출시 이후 ‘오픈런’을 불러일으킨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을 중심으로 일본 맥주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수입 맥주 4캔 중 1캔은 일본산

20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 수입량은 5553t, 수입액은 456만달러(58억원)로 전년 대비 각각 264%, 291% 늘었다. 전체 맥주 수입량 가운데 일본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7.1%였다. 수입 맥주 4캔 중 1캔은 일본산이라는 의미다. 올해 초까지 1위 자리를 유지했던 중국 맥주는 2위로 밀려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맥주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아사히, 기린, 삿포로, 산토리 등 일본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맥주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수입 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다. 그러나 2019년 7월부터 노 재팬 운동이 벌어지면서 수입액이 급감했다. 수입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국가별 순위 역시 2019년 11월 한때 17위까지 떨어졌다. 오스트리아, 리투아니아, 멕시코, 홍콩산 맥주도 일본을 추월했다.

아사히 ‘왕뚜껑 맥주’ 인기몰이

일본 맥주의 화려한 부활
과거 수입 맥주 부동의 1위였던 아사히 맥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해 4년 만에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 주자는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이다. 전통적인 KEG 생맥주 맛을 가정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2017년부터 약 4년 동안 연구해 일본에서 개발한 세계 최초의 상품이다. 캔을 개봉하면 부드러운 거품이 자연스럽게 올라와 마치 매장에서 마시는 생맥주 같다는 반응이다.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
아사히를 수입하는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 5월 정식 출시 전에 일부 물량을 풀어 시장 반응을 확인했다. 당시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홈플러스를 비롯해 주요 편의점에서는 맥주가 입고되는 족족 팔려나갔다. 정식 출시 후엔 주요 채널 맥주 판매 순위에서 상위권을 휩쓸면서 일본 맥주 판매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0~16일 편의점 GS25의 일본 맥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93% 늘었다. 세븐일레븐과 CU에서도 같은 기간 각각 700%, 300%가 증가했다. 대형마트도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실시하면서 일본 맥주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아사히주류 관계자는 “수급을 맞추기 위해서 재고 상황을 보면서 주 단위로 계획 출하를 하고 있다”며 “현재 기존 제품을 공급받던 하카타 공장 외에도 생맥주캔은 스이타와 나고야 공장 생산분도 가져오는 등 최대한 물량을 확보하려고 일본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아사히주류 등 여름 마케팅 확대

일본 맥주의 화려한 부활
롯데아사히주류가 최근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연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 팝업스토어’에는 1주일간 1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일본 4대 맥주 중 하나인 삿포로맥주도 2011년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서울 마포구 홍대에서 팝업스토어 ‘삿포로 프리미엄 비어 더 퍼스트 바’를 열었다. 산토리맥주도 국내 유통사인 오비맥주와 함께 서울 용산구에 다음 달 4일까지 ‘산토리×야키토리 쿠이신보’ 팝업스토어를 선보인다.

일본 맥주 인기의 부활로 지난 3년간 실적 부진을 겪었던 롯데아사히주류의 턴어라운드(실적 반등)도 점쳐진다. 2018년 매출 1248억원을 냈던 롯데아사히주류는 노 재팬 운동이 시작된 2019년에는 623억원, 2021년에는 172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노 재팬 열기가 식으면서 매출이 322억원으로 반등하고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맥주 업체들이 노 재팬 운동이 사실상 끝났다고 판단하면서 성수기인 여름을 겨냥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