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러져 가는 고시원을 왜 샀어?"…이젠 월 1억씩 법니다 [방준식의 N잡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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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임대 '삼삼엠투' 호스트 박성민씨
축구 클럽 운영하다 코로나 직격탄
전재산으로 고시원 인수해 대박
"강남,인천,일산,울산 등 6곳 운영하죠"
축구 클럽 운영하다 코로나 직격탄
전재산으로 고시원 인수해 대박
"강남,인천,일산,울산 등 6곳 운영하죠"
평생 축구만 하고 살았어요. 경험을 살려 유소년 축구 클럽을 열었죠. 나름 잘 운영하고 있었는데 3년 전 코로나가 닥쳤죠.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했습니다. 그러다 부동산 투자에 눈을 돌렸어요. 비교적 적은 목돈으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찾다가 고시원을 선택했죠. 가지고 있던 자산을 다 처분하고, 집 담보대출금에 신용대출까지 말 그대로 '영끌'을 했습니다. 그렇게 전 재산 8000만원으로 고시원을 덜컥 인수했어요. 초기에는 권리금도 사기당하고, 공실도 대거 늘면서 손해도 봤죠. 이후에는 컨셉을 프리미엄 고시원으로 바꿨고 사업이 점점 안정됐죠. 지금은 △강남 △인천 △일산 △울산 등 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웃음)'고시생들의 안식처'인 고시원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열악함이다. 창문도 없고 방음도 잘 안되고 방안에 화장실도 없는 비좁은 공간을 떠올리기 일쑤다. 한 청년이 '프리미엄 고시원'에 도전장을 냈다. 경기도와 지방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매물을 인수한 뒤 리모델링을 통해 깔끔한 인테리어를 내세웠다. 일반적인 1인 가구뿐 아니라 비즈니스 출장 수요를 공략했다. 이제는 전국에 6곳 지점을 운영하면서 월 매출 1억원 이상 올리고 있는 삼삼엠투 호스트 깜시원장(닉네임·박성민·38)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단기 임대 플랫폼 '삼삼엠투'에서 프리미엄 고시원 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깜시원장(닉네임·박성민·38) 입니다. 저는 축구밖에 모르고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 경기대 축구팀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이후 유소년 대표팀 코치를 했던 경험을 살려 유소년 축구 클럽을 열었죠. 축구 클럽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죠. 당장 먹고 살길이 없었습니다. 평소 관심이 있던 부동산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고시원을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유소년 축구 클럽 운영과 함께 프리미엄 고시원 6개를 운영 중입니다. △밀키트 프랜차이즈 △숙박업 △고시원 중개·컨설팅까지 총 5개의 잡을 갖고 있습니다."
Q. 어떻게 처음 호스트를 하시게 됐나요.
"울산에서 고시원을 열기 위해 내려갔습니다. 공사 기간 동안 잠깐 지낼 곳이 필요했죠.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두 달은 지내야 하는데 모텔은 불편해서 싫고 호텔은 가격 부담이 있어서 다른 대안을 찾다가 단기 임대를 알게 되었습니다. 게스트로 지내보니 제가 직접 운영해보면 더 잘할 것 같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올해부터 호스트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고시원의 특성상 출장이나 연수 기간 지낼 곳을 찾는 게스트와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Q. 호스트를 하기 전 걱정하셨던 것이 있나요.
"코로나가 터진 이후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고시원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자산을 다 처분하고, 살고 있던 집의 담보 대출금에 신용 대출까지 끌어모아서 고시원을 인수했죠. '나, 이대로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컸죠. 아니나 다를까 첫 고시원 인수 후 권리금 사기를 당했어요.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예상치 못한 공실이 대거 발생하면서 금전적인 손해를 크게 입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홍보해서 두 달 만에 공실은 다 채웠지만 질이 좋지 않은 게스트들을 많이 겪으면서 온갖 마음고생은 다 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경제적인 여력이 있는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프리미엄 고시원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고 순차적으로 지점을 늘려가다 보니 지금은 어느새 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죠. (웃음)" Q. 호스트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출퇴근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직접 고시원 청소와 운영까지 도맡아 했지만 4년 차인 지금은 모든 운영을 자동화했고 모든 계약이 비대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각 지점에 방문해서 시설 점검을 하는 게 일과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게스트들도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다만 처음 고시원을 인수해서 오픈하기까지 인테리어 공사 기간이 2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이때는 바짝 집중해서 직접 공사에 매달리는 편입니다."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여름에 누수가 발생하는 것이 가장 큰 애로 사항이었습니다. 한 번 누수가 발생하면 수리비도 들지만 공사 기간 동안 공실이 발생하면서 생기는 손해도 있기 때문에 피해가 크게 발생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누수 공사 정도는 제가 직접 처리하고 있습니다. 누수뿐만 아니라 웬만한 시설 수리는 제가 직접 손보다 보니 지금은 도사가 다 됐죠. (웃음) 그러나 가장 좋은 것은 누수가 없는 건물을 고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시원을 인수하기 전에 천장에 누수 흔적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고 있습니다. 고시원이 있는 층뿐만 아니라 가능하다면 아래층까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혹시 아래층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과거에 누수가 발생한 적이 있는지 직접 물어보고 체크하고 있죠."
Q. 부동산 구매 결정은 처음에 어떻게 하셨나요.
"사업 초기 분당에 있는 39호실 규모로 공실 없이 운영 중이라는 고시원을 인수해서 임대로 운영했습니다. 그때는 리모델링하지 않았기 때문에 총투자금은 8000만원(권리금 3000만원+보증금 5000만원)이었습니다.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중개인의 말만 믿고 덜컥 계약했는데 인수하고 나서 보니 권리금은 중간에 중개인이 떼먹었고 실제로는 39호실 중 27호실이 공실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특히 초기 창업자일수록 믿을 수 있는 중개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부동산을 고르시는 노하우가 있나요.
"노후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천장 누수 흔적은 꼭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방음이 되지 않는 석고보드 벽은 피해야 합니다. 이왕이면 벽돌 구조로 된 곳이 좋죠. 구조는 원룸형이 좋습니다. 고시원에서 원룸형이라고 하는 것은 방 안에 개인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는 구조를 뜻합니다. 게스트들도 더 선호하고, 추후 매도를 고려했을 때도 수요가 더 많아서 좋습니다. 투자 지역은 직장인과 외국인 수요가 많은 강남과 홍대가 좋지만 그만큼 또 인수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도심 지역은 어디서든 단기 임대 수요가 넘쳐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황이 여의찮다면 굳이 강남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는 강남 외에도 △인천 △일산 △울산 등지에서 고시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높은 역세권을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인테리어나 여성 전용 고시원 등 프리미엄화 전략으로 특색 있게 운영한다면 역에서 조금 멀어도 손님은 찾아오거든요."
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지점당 평균 월 2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월세 등 고정비를 제하고 지점당 평균 월 1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남기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정비를 제외하고 매출의 50% 정도가 수익으로 남는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장기 고객을 받으면 손이 덜 가고 편하지만, 수익을 높이기 위해 단기 임대 고객을 적절히 섞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초기 비용은 크게 권리금과 보증금, 그리고 인테리어 비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부동산 특성상 권리금과 보증금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입니다. 코로나가 심할 때는 권리금 없이 보증금 5000만원 정도만 가지고 고시원을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강남권에서 권리금 포함 3억 미만의 투자금으로 인수할 수 있는 고시원을 찾을 수 없지만, 아직 지방에서는 권리금 없이 보증금 3000만원 수준에서 계약할 수 있는 고시원이 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의 경우 업체에 맡기면 비용이 1억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죠. 모든 자재는 제가 직접 구매하고 각 공사 파트별로 인부를 고용해서 공사를 진행하면 5000만원 수준에서 공사를 끝낼 수 있습니다." Q. 순수익을 벌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보통 만실을 채우기까지 2~3개월이 걸립니다. 공실률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투자금을 회수하고 순수익을 벌기까지 빠르면 8개월에서 늦어도 1년 정도가 걸렸던 것 같습니다. 고시원을 홍보하기 위해 꾸준히 블로그로 홍보도 하고, 단기 임대 플랫폼에도 정성 들여서 방을 올리고 있죠. (웃음)"
Q. 제2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최근 소방법 강화로 인해 고시원을 신축해서 허가받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새 기준에 맞추면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고시원 수요는 계속되고 있는데 신규 공급이 줄어들면서 고시원이 점점 희소성 있는 상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인수 후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고 수요가 많다 보니 환금성도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1인 가구가 지속해서 늘고 있는 데다가 최근에는 전세 사기 이슈로 단기 임대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서 프리미엄 고시원이 점점 더 매력적인 상품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초기 세팅이 끝나고 나면 그 이후부터는 시간적인 여유가 많다는 점에서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Q.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평생 축구만 하던 제가 계획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데 대한 우려가 컸던 것 같습니다. '운동만 하던 네가 그걸 할 수 있겠냐?', '네가 직접 고객을 응대할 수 있겠냐?', '결벽증 있는 네 성격에 청소가 가능하겠냐?' 등 주변인들의 걱정스러웠던 반응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죠. (웃음) 현재 축구교실은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고 호스트를 하는 데 가장 큰 시간을 쓰고 있습니다. 업무량이 현저하게 줄었고, 저만의 시간이 늘었죠. 축구교실만 운영하던 시절 대비 7배 정도 수입이 많아졌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시원은 공간을 쪼개서 수익을 올리고, 단기 임대는 시간을 쪼개서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시원으로 단기 임대를 운영한다면 가장 효율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죠. 조금만 관점을 바꿔보세요. 건물주도 좋지만 돈 잘 버는 임차인도 괜찮습니다. 한 번 고시원을 시작하시면 한 지점만 하지 않는 것만 봐도 고시원의 매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인수 후 얼마나 똑똑하게 잘 운영하는지에 따라 수익은 많이 달라집니다. 앞으로 이른 시일 내에 10호점까지 고시원을 오픈해서 운영해 볼 계획입니다. 초기 창업자분들을 위한 강의나 컨설팅 쪽 비즈니스도 점점 비중을 늘려가고 싶습니다. (웃음)"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