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만 쏙 빼고"…아시아 신흥시장에 베팅하는 외국인들
아시아 시장으로 몰려드는 외국인 자금이 중국만 외면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론이 시들해지면서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 12개월간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 시장으로 순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410억달러(약 52조원) 이상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홍콩 증권거래소와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를 잇는 ‘스톡 커넥트’를 통해 중국 본토로 순유입된 자금 규모는 330억달러(약 42조원)가량이었다.

중국 외 아시아 지역으로의 순유입 외국인 자금이 중국으로의 순유입 외국인 자금을 웃돈 건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직전 12개월 동안만 해도 중국으로 428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되는 동안 중국 외 아시아에선 766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됐었다.

중국에 대한 투자 심리 악화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약 260명의 아시아 지역 펀드 매니저 중 과반이 중국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비중축소(underweight)’로 하향조정했다. 응답자 86%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증시가 향후 12개월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태 시장에 대한 저평가가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료=파이낸셜타임스
자료=파이낸셜타임스
가장 큰 요인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동시에 이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반사이익으로 분석된다. BNP파리바의 아‧태 주식 리서치 책임자인 마니시 레이차우두리는 “중국의 성장 전망이 개선되기 전까지 투자자들은 관망자(fence sitter)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분기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3%(전년 동기 대비)로, 시장 예상치(7%대)를 밑돌았다.

인도와 대만, 한국 등이 대표적인 수혜국으로 분류된다. 레이차우두리 분석가는 올해 아‧태 지역에 대한 투자 열기는 ‘바이(buy) 인디아(인도)’와 ‘바이 AI(인공지능) 주도 기술’의 두 가지 테마로 압축된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경우 그 자체로 성장세가 강력할 뿐 아니라 미‧중 경쟁 고조를 계기로 공급망 측면에서의 경쟁력이 치솟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인도로 흘러 들어간 외국인 투자 자금은 140억달러(약 17조9000억원)에 이른다.

씨티그룹의 아시아 거래 전략 책임자인 모하메드 아파바이는 “중국의 성장 동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인도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인도 시장과 관련한 모든 지표가 극도의 강세를 보인다. 모멘텀은 크고, 변동성은 낮아 막대한 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I 붐에 따른 수혜는 반도체 강국인 대만과 한국이 차지했다. 이들 국가로 몰린 외국인 자금은 각각 100억달러, 90억달러로 추정된다. 동남아시아 시장도 뜨고 있다. 지난 7일 이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주요 5개국에 투자하는 MSCI아세안인덱스가 5% 넘게 치솟았다. 최선호국으로는 인도네시아가 꼽힌다. BoA 설문에서 응답자 12%가 인도네시아에 대한 익스포저를 ‘비중확대(overweight)’로 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긴축 종료 기대감으로 촉발된 달러화 약세도 이들 지역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아파바이 책임자는 “달러화 가치가 반등하면 이들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흐름도 뒤바뀔 것”이라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