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부진을 이어가면서 상장사들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커졌다.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이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데다 기업공개(IPO)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공시한 유상증자 규모는 4조5807억원이었다. 올해 전체로는 작년(9조4799억원) 대비 반토막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증시가 흔들린 2012년(3조2234억원) 후 1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증자 규모가 줄어든 것은 증시가 부진해 청약 미달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닥·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나란히 세계 주요 증시 중 하락률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밸류업 공시, 배당 확대 등 주주 환원 요구가 커진 점도 기업이 주식시장에 손을 벌리는 데 부담으로 작용했다.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IPO를 포기하는 기업이 늘었다. 최근 한 달 동안 케이뱅크, 동방메디컬, 미트박스글로벌, 씨케이솔루션 등 네 곳이 상장을 철회했다. 야놀자,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조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비상장사가 잇달아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올해 신규 상장은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자금 조달 창구로서 역할이 흔들리고 주주 환원 강화 분위기가 높아지자 증시를 등지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쌍용C&E, 락앤락 등 9개 상장사가 올해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에 나섰다. 이미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한 상장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분 매각과 신주 발행이 여의찮다 보니 채권과 은행 대출 형태로 자금 조달에 나설 계획인데 부
유가증권시장과 상반되게 올해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유상증자는 전년보다 늘었다. 다만 이를 신규 투자에 활용한 사례는 많지 않다. 3분의 2 이상을 운영자금 마련이나 채무 상환 등에 썼다.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여의찮다 보니 주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외부 투자자나 새 주인을 찾아 제3자배정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1일까지 공시된 코스닥시장 기업의 유증 금액은 4조9925억원이다. 연말까지 두 달 정도 남았지만 지난해 연간 규모(4조3496억원)를 벌써 넘었다. 직전 10년간 연평균 유증 규모(4조1293억원)에 비해서도 20% 이상 많다.유증 금액을 목적에 따라 나눠보면 운영자금이 2조9163억원으로 58.4%를 차지했다. 채무상환자금(5642억원)은 11.3%였다. 둘을 합치면 전체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9.7%에 달했다. 반면 시설자금(14.6%), 타법인 유가증권 취득자금(9.4%) 등 신규 투자와 관련 있는 것은 합쳐도 4분의 1이 안 됐다.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유증을 선택하는 코스닥 기업이 늘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주가에도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기보다는 수급 부담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해 코스닥시장 기업 중엔 실적이 부진한 곳이 많고 회사채 발행도 어려워 일단 주가를 띄울 만한 재료를 앞세운 뒤 유증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양병훈/양현주 기자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주식시장을 “스트라이크가 없는 야구와 같다”고 했다. 조급함을 버리고 ‘좋은 공’이 올 때를 기다려 방망이를 휘두르라는 의미다. 그의 조언대로 매매할 수 있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진 최근 증시 상황에선 평정심을 유지하기 더 어렵다. ‘투자 거인’들의 포트폴리오를 찾는 투자자가 늘어난 배경이다. 이달 14일은 1년에 네 번뿐인 미국 기관들의 분기 투자 종목이 공개되는 날이다. 큰손들은 빅테크 비중을 낮추고 소비재·전력, 중국 관련주에 집중했다. ‘현인’의 선택은 도미노피자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13F(운용자산 1억달러 이상 기관 분기 투자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는 최대 보유 종목인 애플 주식을 지난 3분기 4억 주에서 3억 주로 25% 줄였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228억2200만달러(약 31조980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레고리 워런 모닝스타 분석가는 “주요 생산기지이자 판매처인 중국과 대만 간 갈등 심화를 눈여겨본 조치”라고 평가했다.현금 보유량을 늘린 점도 눈에 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중은 네 분기 연속 낮췄고, 화장품 유통업체 울타뷰티 주식은 보유량의 96.59%를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차익 실현을 늘리며 벅셔해서웨이의 현금 보유량은 3250억달러(약 455조650억원)에 이르렀다. 사상 최대치다.다만 도미노피자와 수영장 용품업체 풀코퍼레이션은 5억4940만달러(약 7700억원), 1억5225만달러(약 2132억원)씩 신규 편입했다. 도미노피자 지분율은 3.65%까지 확보했다. 월가에선 소비 침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의견과 사업 확장으로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