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까놓고 말해서 이젠 끝났다"…무력감 빠진 교사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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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한테 맞는 교사들…교권 추락에 들끓은 사회
"학생에 대한 열정이 폭력으로 돌아오는 게 현실"
"학생에 대한 열정이 폭력으로 돌아오는 게 현실"
교사가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당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내리는 등 충격적인 사건들로 사회가 연일 들끓고 있는 가운데, 현직 교사들이 무너져내린 교권의 실태를 성토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사태들을 계기로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촉구가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 모 씨는 21일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인권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있는 거지 '학생인권'만 강조하다가 현장에서 사건이 생기니 다시 교권을 강조한다? 애초에 교권은 강조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한 단어로 풍선효과라고 할 수 있다. 한쪽의 인권만 강조하다 보니 다른 한쪽의 인권이 망가지는 현상이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현재 시스템은 교사들의 손발을 다 묶어놓은 채로 입으로만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도하라는 것인데, 이는 교사들을 감정노동자로 몰아붙이는 것"이라며 "경험이 많은 교사들은 자신들만의 노하우가 있어서 아이들을 잘 지도해나갈 수도 있겠지만, 경험이 적은 교사의 경우 학생의 반항에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교사의 상식적인 지도가 통하는 아이들은 깨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깨워도 욕을 하거나 거칠게 반항하기 때문에 안 깨우는 게 아니라 못 깨운다"며 "이런 학생들은 선생님들끼리도 인수인계한다. 그런데도 잠에서 깨워서 적극적으로 끌고 가려는 교사의 열정이 결국 폭력으로 돌아오는 게 교권 추락의 현실이다. 교사가 못 본 척하려고 했으면 아무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교사들은 학생들의 돌발 행동만큼이나 일부 학부모들의 비합리적인 민원 제기가 반복되는 데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이 주목받았다.
"그냥 욕해도 된다. 초등학생 학부모들 꼭 봐달라"고 운을 뗀 A씨는 평소 학생을 지도하면서 겪은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임용고시 본 지도 한참 지났는데도, 아직도 애들이 너무 예쁜데, 툭 까놓고 서울 교육은 끝났다"며 "애는 수업 시간 내내 수업 방해하는데, 쉬는 시간에 따로 불러 얘기하면 '놀이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한 아동학대'라더라"고 전했다.
이어 "수업 시간에 따로 불러서 얘기하면 불러낸 시간에 수업한 내용을 인쇄해서 주고 따로 가르치라고 한다. '수업권 침해'라더라"며 "그 아이들이 침해한 20명의 시간은 어떻게 보상할 거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성적은 진짜 애들이 잘해서 '잘함'을 받는 줄 아냐"며 "'보통' 주면 전화와 민원이 들어온다. '학교에서 뭘 가르쳤냐'고 따진다"며 "기초가 너무 안 돼 있어서 남겨서 가르치려고 하면 '학원 시간 늦어서 안 된다'고 한다"고 재차 토로했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바라는 건 오은영인데 대우는 공노비", "교사는 너무 힘든 직업임이 틀림없다", "학부모들한테 갑질 당하는 교육 현장 바꿔야 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초등학교 5학년생 학부모라는 한 네티즌도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이따위 상황을 만드는지 이해 안 간다"며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다고 혼낼 수 있는 정상적인 학교가 됐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의 한 담임 교사가 지난 18일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서울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고인은 생전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는 둥 강한 민원에 시달렸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공립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담임 교사가 제자 남학생으로부터 무차별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학생은 정서·행동장애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고, 교사는 폭행으로 입안이 찢어지는 등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학교 측은 해당 학생에게 전학 조치와 특별교육 12시간을 받게 했다.
윤미숙 전국초등교사노조 정책실장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현재 아동학대법이 유독 학교 현장에만 엄격하게 적용돼서 아이들의 행복을 저해하는 모든 것이 아동학대에 해당돼 친구를 때리거나 선생님을 때려도 아이를 제지하는 것만으로도 신체적 학대에 몰리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생활지도를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력감, 분노 이런 것들이 쌓여 있던 차에 얼마 전에 양천구에서 교사가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또다시 이번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선생님이 나오면서 그동안 선생님들이 짓눌려왔던 스트레스나 이런 것들이 폭발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아무리 제멋대로 해도 교사가 제지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 아이들이 교실에서 '금쪽이'가 돼 활개를 치니까 교사가 제어할 수 없는 그 상황에서 나머지 아이들도 결국 피해자가 된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 제기에 대해선 "현재 학부모의 민원이 거의 담임교사에게 집중되는 상황이어서 악성 민원이라든지 이런 거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적인 그런 장치가 하나도 없다"며 "악성 민원이 교사에게 직접 오지 않고 정제의 과정을 거친 다음에 전달되면 지금보다 민원 부담이 훨씬 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 모 씨는 21일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인권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있는 거지 '학생인권'만 강조하다가 현장에서 사건이 생기니 다시 교권을 강조한다? 애초에 교권은 강조할 부분이 아니다"라며 "한 단어로 풍선효과라고 할 수 있다. 한쪽의 인권만 강조하다 보니 다른 한쪽의 인권이 망가지는 현상이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현재 시스템은 교사들의 손발을 다 묶어놓은 채로 입으로만 학생들을 교육하고 지도하라는 것인데, 이는 교사들을 감정노동자로 몰아붙이는 것"이라며 "경험이 많은 교사들은 자신들만의 노하우가 있어서 아이들을 잘 지도해나갈 수도 있겠지만, 경험이 적은 교사의 경우 학생의 반항에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업 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교사의 상식적인 지도가 통하는 아이들은 깨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깨워도 욕을 하거나 거칠게 반항하기 때문에 안 깨우는 게 아니라 못 깨운다"며 "이런 학생들은 선생님들끼리도 인수인계한다. 그런데도 잠에서 깨워서 적극적으로 끌고 가려는 교사의 열정이 결국 폭력으로 돌아오는 게 교권 추락의 현실이다. 교사가 못 본 척하려고 했으면 아무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교사들은 학생들의 돌발 행동만큼이나 일부 학부모들의 비합리적인 민원 제기가 반복되는 데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린 글이 주목받았다.
"그냥 욕해도 된다. 초등학생 학부모들 꼭 봐달라"고 운을 뗀 A씨는 평소 학생을 지도하면서 겪은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임용고시 본 지도 한참 지났는데도, 아직도 애들이 너무 예쁜데, 툭 까놓고 서울 교육은 끝났다"며 "애는 수업 시간 내내 수업 방해하는데, 쉬는 시간에 따로 불러 얘기하면 '놀이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한 아동학대'라더라"고 전했다.
이어 "수업 시간에 따로 불러서 얘기하면 불러낸 시간에 수업한 내용을 인쇄해서 주고 따로 가르치라고 한다. '수업권 침해'라더라"며 "그 아이들이 침해한 20명의 시간은 어떻게 보상할 거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성적은 진짜 애들이 잘해서 '잘함'을 받는 줄 아냐"며 "'보통' 주면 전화와 민원이 들어온다. '학교에서 뭘 가르쳤냐'고 따진다"며 "기초가 너무 안 돼 있어서 남겨서 가르치려고 하면 '학원 시간 늦어서 안 된다'고 한다"고 재차 토로했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바라는 건 오은영인데 대우는 공노비", "교사는 너무 힘든 직업임이 틀림없다", "학부모들한테 갑질 당하는 교육 현장 바꿔야 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초등학교 5학년생 학부모라는 한 네티즌도 "도대체 누구를 위해 이따위 상황을 만드는지 이해 안 간다"며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다고 혼낼 수 있는 정상적인 학교가 됐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의 한 담임 교사가 지난 18일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서울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고인은 생전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자격이 없다", "애들 케어를 어떻게 하는 거냐"는 둥 강한 민원에 시달렸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공립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담임 교사가 제자 남학생으로부터 무차별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학생은 정서·행동장애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고, 교사는 폭행으로 입안이 찢어지는 등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학교 측은 해당 학생에게 전학 조치와 특별교육 12시간을 받게 했다.
윤미숙 전국초등교사노조 정책실장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현재 아동학대법이 유독 학교 현장에만 엄격하게 적용돼서 아이들의 행복을 저해하는 모든 것이 아동학대에 해당돼 친구를 때리거나 선생님을 때려도 아이를 제지하는 것만으로도 신체적 학대에 몰리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생활지도를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력감, 분노 이런 것들이 쌓여 있던 차에 얼마 전에 양천구에서 교사가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또다시 이번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선생님이 나오면서 그동안 선생님들이 짓눌려왔던 스트레스나 이런 것들이 폭발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아무리 제멋대로 해도 교사가 제지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 아이들이 교실에서 '금쪽이'가 돼 활개를 치니까 교사가 제어할 수 없는 그 상황에서 나머지 아이들도 결국 피해자가 된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 제기에 대해선 "현재 학부모의 민원이 거의 담임교사에게 집중되는 상황이어서 악성 민원이라든지 이런 거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적인 그런 장치가 하나도 없다"며 "악성 민원이 교사에게 직접 오지 않고 정제의 과정을 거친 다음에 전달되면 지금보다 민원 부담이 훨씬 더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