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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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상장' 이슈가 코스닥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기업 인지도가 높아지고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전망에 이전 상장 관련주는 급등했다. 다만 이전 상장이 기초체력(펀더멘털)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시가총액 4위인 엘앤에프는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내부적으로 이전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사 선정, 실사, 거래소 예비 심사 청구 등을 거쳐 내년께 코스피로 이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급등했다. 지난 19일 엘앤에프는 전 거래일 대비 17.46% 올랐다. 엘앤에프와 함께 이전 상장설이 흘러나온 에코프로비엠 주가도 10.7% 뛰었다. 다만 에코프로비엠은 장 마감 후 "이전 상장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두 기업에 앞서 이전 상장 소식을 전한 포스코DX도 강세를 보였다. 포스코DX는 이전 상장을 위해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상장 소식이 전해진 시점부터 전날까지 포스코DX 주가는 2배 가까이 올랐다.
엘앤에프 사옥. 사진=한경DB
엘앤에프 사옥. 사진=한경DB
이전 상장은 추가 공모 과정 없이 기존 주식의 거래 시장을 옮기는 것이다.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기는 이유는 기업 가치와 대외 인지도 상승효과를 누리기 위한 목적이 크다. 또 코스닥 시장에서 자사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 이전을 추진하기도 한다. 이전 상장하려는 기업은 거래소에 심사를 청구한 뒤 최종 승인을 받으면 코스닥 상장 폐지와 함께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가 시작된다.

코스피로의 이전 상장은 보통 호재로 인식된다. 이전 후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이 유입돼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기 때문. 실제로 이전 상장은 단기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거래소의 '이전 상장에 따른 효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공시일을 기준으로 주식의 20일 전후 누적 초과수익률은 8.22%로 나타났다.

공매도가 청산될 것이란 기대감도 이전 상장 기업 주가에 불을 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공매도는 코스닥150, 코스피200 종목에만 허용됐다. 이전 상장이 이뤄지면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되기 전까지 공매도 거래가 불가능하다. 다만 공매도 잔고가 이전 상장 전 일시에 청산되는 것은 아니기에 공매도 청산에 대한 기대감은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전 상장이 장기적 주가 상승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올해 4월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사한 SK오션플랜트의 최근 종가는 이전 상장 직전 종가보다 2.1% 높았다. 반면 6월 코스피 시장으로 옮긴 비에이치 주가는 이전 후 7.4% 하락했다. SK오션플랜트는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비에이치는 저조한 성과를 내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 상장을 검토하다가 철회한 경우에도 주가는 하락했다. 삼표시멘트는 기업 가치와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코스피로의 이전상장을 준비했다. 하지만 올해 2월24일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등 여러 제반 여건을 고려해 이전 상장 건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삼표시멘트 주가는 4.27% 하락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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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한 기업이 코스닥에 머무르도록 시장 신뢰도를 제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량 기업이 코스피로 옮겨가며 코스닥 지수의 성장 동력이 상실된다는 이유에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코스닥 상장기업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현황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 대형기업이 코스피로 옮기면 지수 성과가 악화하고, 지수 성과의 악화는 다른 이전 상장을 유발한다"며 "결과적으로 코스닥 시장 평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분석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스피 시장이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네이버, 카카오 등 코스닥으로 증시에 진입했던 우량기업들도 코스피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등 빅테크는 나스닥에 상장돼있다"며 "국내에서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엄벌해 시장 신뢰도를 높여 우량한 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유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