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시스템과 휴머노이드의 승부처는 ‘학습’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변수가 있는 운전 환경과 사람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익히지 못하면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레벨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추려면 연산 속도도 지금보다 훨씬 끌어올려야 한다.현대자동차그룹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인 엔비디아와 손잡은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토대로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을 고도화하고, 공장 운영 효율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와 손잡은 현대차그룹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의 핵심은 엔비디아가 개발한 로보틱스 플랫폼(아이작)을 현대차그룹에 맞춤형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활용해 자율주행 및 로보틱스 시스템의 학습 속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실제 공장과 똑같은 생산현장을 가상으로 만들어 온갖 혁신을 실험해본 뒤 현실에 적용하는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도 채택한다.두 회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기술 협력 분야를 넓혀가기로 했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동시에 검증 시뮬레이션도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일 CES 2025에서 공개한 AI로봇 개발 플랫폼인 ‘코스모스’를 현대차그룹이 활용하는 방안도 협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그룹 산하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물론 산업용 로봇 개발을 준비하는 있는 현대차와 기아도 활용할 수 있다.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 하드
삼성SDI는 7~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전고체 배터리 등 최신 제품(사진)을 전시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삼성SDI가 라스베이거스 윈호텔에 마련한 고객 초청 전시회의 테마는 ‘초격차 기술로 지속가능한 미래 실현’이다.회사는 해당 전시장에서 원통형 배터리,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컨테이너 형태의 에너지저장장치(ESS)인 삼성배터리박스(SBB) 1.5 등을 소개했다. 이 가운데 고객사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제품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샘플이다. 삼성SDI는 자체 무음극 기술로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2023년 말 고객사에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공급했고, 기술 개발을 거쳐 2027년 상용화하겠다는 게 목표다.전시장에선 전문 도슨트(전시 안내인)가 부스를 찾은 고객과 시장조사기관 관계자에게 제품을 자세히 설명했다. 혁신 설계와 공정 기술을 적용한 고밀도 장수명 각형 배터리, 무선통신 기술로 구조를 단순화한 배터리 모듈 등도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SBB 1.5에도 관심이 쏠렸다. 전력망에 연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해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였다.김형규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앱테라모터스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앱테라모터스는 태양광 패널, 배터리 팩을 적용해 주행거리를 늘린 ‘태양광 전기차’(앱테라)를 올해부터 생산할 계획이다.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앱테라모터스, 국내 배터리 팩 제조사 씨티엔에스와 3자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10일 발표했다. 협약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2031년까지 7년간 앱테라에 원통형 배터리 4.4GWh를 공급한다. 지름 21㎜, 길이 70㎜의 2170 원통형 제품이다. 배터리 셀 가격이 ㎾h당 평균 100달러임을 고려하면 6000억원 규모다.앱테라모터스는 지난해 태양광 전기차의 시험 주행에 성공했다. 5만여 대를 선주문받아 올해부터 미국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앱테라모터스에 따르면 이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643㎞ 주행할 수 있다.현재 출시된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보통 300~500㎞다. 태양광 패널만으로 하루 64㎞ 주행이 가능해 도심 출퇴근용 ‘세컨드카’로 활용도가 높다. 앱테라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디자인으로, 미국 공상과학(SF) 영화에 등장하기도 했다. 앱테라모터스는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도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다.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공급 계약으로 제품, 고객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며 “1999년 원통형 배터리를 최초로 개발한 이후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를 쌓은 덕분”이라고 말했다.김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