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킨 지음 / 이충호 옮김
해나무 / 628쪽│2만6500원
전쟁에 사활을 건 비밀작전들
독일, 2차 대전서 핵개발 시도
연합군은 대규모 스파이 동원
"하이젠베르크 암살까지 고려"
영화 '오펜하이머' 개봉 앞두고
원자폭탄 관련 책 출간 이어져
독일의 핵무기 개발 소식을 전해 들은 연합군은 발칵 뒤집어졌다. 미국은 부랴부랴 맨해튼 계획을 꾸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독일의 원자탄 개발을 저지해야 했다. 한편으론 연합군이 독일의 핵 개발 계획을 눈치챘다는 걸 숨겨야 했다.
물은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가 결합해 만들어진다. ‘경수’라고 한다. ‘중수’도 있다. 보통의 수소 원자와 달리 중성자가 하나 달린 무거운 수소 원자가 산소 원자와 결합한 물이다. 중수는 중성자의 속도를 늦추는데, 핵 개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중성자는 속도가 너무 빨라 우라늄 등 핵연료를 그대로 지나친다. 하지만 중수 등 감속재로 속도를 늦추면 우라늄이 중성자 에너지를 흡수해 핵분열을 일으킨다.
1940년 1월 독일은 중수 확보에 전력을 쏟는다. 연합군은 어떻게든 이를 막아야 했다. 당시 중수를 만드는 곳은 전 세계에 단 한 곳이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서쪽으로 160여㎞ 떨어진 황량한 고원에 있는 베모르크 수력발전소였다. 3월 프랑스가 가까스로 베모르크에 있는 중수를 모조리 빼돌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이 노르웨이를 점령하며 베모르크 발전소는 나치의 손에 들어간다.
수많은 인물이 이 첩보전에 등장한다. 그중에는 메이저리그 야구 포수 출신에서 스파이로 변신한 모 버그도 있고, 훗날 대통령이 된 동생 존 F 케네디보다 나은 전공을 세우려고 애쓴 조 케네디 주니어도 있다. 닐스 보어, 로버트 오펜하이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졸리오·퀴리 부부 등의 과학자도 주요 등장인물이다. 미국은 독일 핵 개발의 핵심인 하이젠베르크를 암살하려고도 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 개봉을 앞두고 최근 원자폭탄과 관련한 책이 많이 출간됐다. 한국어로 처음 번역된 <하나의 세계, 아니면 멸망>은 1946년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보어 등 당대 유명 과학자들이 함께 쓴 책이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몇 달 후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맨해튼 프로젝트 주역들은 인류가 불현듯 손에 쥐게 된 이 막대한 힘의 바탕에 어떤 과학적 원리가 있으며, 그 힘이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대중의 언어로 알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국가들이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 반대의 길을 택한다면 세계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영화 개봉에 맞춰 재출간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오펜하이머 평전이다. 어린 시절부터 맨해튼 프로젝트 총지휘자로서의 활약상, 매카시즘에 휘말려 수모를 겪고 물러난 말년까지의 이야기가 1000쪽이 넘는 두꺼운 책 속에 상세히 담겼다. 미국에서 2005년 출간된 이 책은 퓰리처상 전기·자서전 부문을 받았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