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자기 친구를 딸로 입양한 사람
결혼이라는 제도가 선택의 문제가 된 지 오래다. 통계청 조사에서 ‘결혼은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0.0%로 2년 전보다 1.2%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비혼이라고 가족까지 원치 않는 건 아니다. 응급상황에서는 ‘법적 보호자’가 필요하고, 동거인이 있으면 주거 비용과 안전 등 일상 속 부담을 나누는 게 가능하다.

최근 출간된 <친구를 입양했습니다>의 저자가 찾은 해결책은 제목 그대로다. 40대 비혼 여성인 저자는 50개월 어린 친구와 가족이 되기 위해 그를 법적 딸로 입양한다.

시작은 귀농이었다. 아토피와 예민한 감각, 가정 해체 위기 등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저자는 몸과 마음이 쉴 곳을 찾아 헤맨다. 귀농학교 등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도 비혼 여성이 혼자 시골에 정착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또래가 많이 모여 있는 시골 마을에서 삶을 꾸려간다. 그 과정에서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나 함께 살기 시작한다. 보수적인 시골에서 비혼 여성으로서의 삶과 노후의 돌봄 문제 등을 고민하던 그들은 서로에게 법적 울타리가 돼 주기로 한다.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한 최선의 방법은 ‘성인 입양’이다.

흔한 사례는 아니다. 두 사람의 입양신고서를 접수한 읍사무소의 가족관계등록 업무 담당자는 “이 업무를 오래 했는데 나이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성인 입양 사례는 처음”이라고 말한다. “완벽한 타인을 입양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러나 앞으로 이런 사례가 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책을 읽다 보면 40대 비혼 여성이 겪는 사회의 편견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건 남편분 시키시지.” “애들 사진 다 있으시죠? 오늘 드로잉 수업은 그 사진으로 할게요.”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40대 여성은 집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기혼 여성, 엄마로 오해받는다.

<친구를 입양했습니다>는 사회가 말하는 ‘정상성’에서 벗어난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완벽하게 정상인 사람은 없듯, 완벽한 정상 가족이란 건 애초에 허상이다. 당신도, 당신의 가족도 다른 사람 눈에는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