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와 서초구는 보통 한 묶음으로 여겨진다. 기업이 많고 부동산 가격이 높아 세수도 많은 ‘부자 구(區)’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서초구청 사람들은 이런 인식에 손사래를 친다. 실상을 알고 보면 다르다는 것이다. 삼성타운이 있기는 하지만 삼성전자 본사는 경기 수원시에, 공장은 화성시에 있다. 재산세가 더 걷히긴 하지만 2008년 도입된 재산세 공동과세 제도로 절반은 서울시가 떼어간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각 구의 수입을 거둬 필요에 따라 다시 나눠주기 때문에 각 구청의 예산 사정은 겉보기와는 상당히 다른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지표가 ‘재정력지수’다. 구정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돈(100%)에 비해 세수를 많이 거두는지 적게 거두는지 계산한 것이다.

서울의 재정력지수 1등은 언제나 강남구다. 올해 기준으로 166%에 달한다. 2등이 서초구(재정력지수 99.9%)다. 꼴찌인 노원구는 이 지수가 51.6%에 불과하다. 만약 각 구에서 각자 번 대로 각자 쓴다고 치면 노원구는 항상 적자를 면치 못하고 강남구는 항상 돈이 남아돌아 고민일 것이다.

우리 지방재정 제도는 이런 불평등을 완화하고 남는 쪽에서 모자라는 쪽으로 돈을 재분배하는 것을 주요 기능으로 삼고 있다. 국민이 어디에서 살든 비슷한 행정 서비스를 받도록 하려는 취지다. 서울시가 각 구에 주는 교부금의 이름은 ‘조정교부금’이다.

조정교부금을 받기 전 기준으로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의 재정력지수는 51.6%(노원)~166%(강남)로 편차가 크지만, 조정교부금을 반영한 후에는 이 비율이 100.9~101.81%로 거의 비슷하게 맞춰진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초구에는 조정교부금으로 67억원을 줬지만 노원구에는 2550억원을 지급했다. 조정교부금 지급 후 서초구의 재정력지수는 101.3%로 25개 구 중 중간 수준이다.

서초구민의 구세 부담액은 1인당 89만원, 노원구민은 1인당 26만원인데도 1인당 세출액은 노원구가 230만원으로 서초구 198만원보다 많을 수 있는 것은 이런 조정교부금의 효과다.

이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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